감독 : 럭키 맥키, 크리스 시벗슨
주연 : 케이틀린 스테이시, 시아노아 스밋-맥피, 브룩 버틀러
개봉 : 2014년 11월 13일
관람 : 2015년 2월 27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의외의 선택을 한 구피
요즘 들어서 제 머릿속은 온통 극장에서 영화를 볼 생각 뿐입니다. 2월 한달동안 최대한 극장 나들이를 자제했다가 극장 나들이 자제가 풀린 2월 26일 되니 어서 빨리 극장으로 달려가 봐야할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2월 26일이 되자마자 극장에서 봤지만, [이미테이션 게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나이트 크롤러], [백 투 더 비기닝] 등 봐야할 영화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2월 27일 금요일 밤, 저는 극장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보러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구피가 불쌍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오늘도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극장에 갈거야?" 전날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워낙 보고 싶었기에 구피의 그러한 불쌍한 표정을 외면할 수 있었지만, 두번 연속 외면하기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일요일 저녁에 보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금요일 밤은 구피와 함께 보냈습니다. 그런 제게 구피는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고, 저는 구피에게 영화를 고르라며 Hoppin에 등록된 다운로드 가능 영화 리스트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피가 선택한 영화는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였습니다.
이 영화의 선택이 의외였던 이유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를 선택한 구피에게 저는 몇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정말, 이 영화가 보고 싶어?" 그럴때마다 구피는 "응"이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구피가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의외의 선택이라 놀랬습니다.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가 의외의 선택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B급 호러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교내 인기 최고의 치어리더팀에 들어간 매니(케이틀린 스테이시)라는 여학생이 풋볼팀 주장 테리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테리와의 감정 싸움이 극에 치닫던 어느날 치어리더팀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녀들에게는 불가사의한 힘이 생겨난 것입니다.
저는 매니를 비롯한 치어리더 여학생들이 모두 뱀파이어가 되었다고 영화를 선택하기전 구피에게 설명해줬고, 요즘 TV 드라마 <블러드>에 빠져 있던 구피는 "이 영화, 재미있겠네."라며 냉큼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를 선택한 것입니다. 제가 [트와일라잇]과 같은 잘 빠진 뱀파이어 영화는아닐 것이라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구피는 요지부동. 이렇게해서 구피와 저의 금요일 밤의 영화는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로 결정되었습니다.
뱀파이어 영화? 마녀 영화?
사실 저도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가 어떤 영화일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몇달전 우연히 봤던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을 잠시 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영화더군요.
우선 영화의 시작부터 매니 앞에서 치어리딩을 선보이던 한 치어리더의 충격적인 죽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이라 편안하게 영화를 보고 있던 저와 구피가 "어이쿠 깜짝이야."라고 소리를 칠 정도로 갑작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는 깜짝스러운 장면의 연속입니다. 갑자기 매니와 트레이시(브룩 버틀러)간의 동성애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흑마술에 흠뻑 빠진 리나(시아노아 스밋-맥피)가 등장하여 매니를 비롯하여 교통사고로 죽은 치어리더팀의 여학생들을 살려내기도 합니다. 자매관계인 한나와 마사는 몸이 뒤바뀌고, 바람둥이 풋볼팀 주장 테리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합니다.
정신없이 휘말아치는 예측불가의 스토리 전개 속에서 영화는 B급 슬래셔 무비의 장면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영화의 마지막엔 2편을 예고하면서 이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관객 앞에 당당히 선언하기도 합니다. B급 호러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구피와 저는 영화가 끝나고나서 그저 멍하니 할 말을 잃었을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이유
솔직히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는 제 취향이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는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는 달리 그러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캐릭터가 꽤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교내 아웃사이더임을 저처했던 매니가 갑자기 치어리더팀에 들어가게 된 이유와 매니와 리나, 그리고 트레이시의 삼각관계, 한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마사와 한나 자매의 이야기 등... 여기에 테리가 악역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리나를 통해 죽음에서 되살아난 치어리더팀의 이야기를 무리없이 진행시켰고, 각각 캐릭터의 개성과 그로인한 갈등도 꽤 치밀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 2편을 예고하는 장면에서는 B급 호러 영화의 진수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의 감독은 럭키 맥키와 크리스 시벗슨 감독은 B급 호러 영화에서는 꽤 알아주는 감독들이더군요. 이렇게 [치어리더는 모두 죽는다]는 탄탄한 연출력을 지닌 감독의 영화는 그 장르가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영화적 재미는 보장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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