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필립 드 쇼브홍
주연 :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챈털 로비, 엘로디 퐁탕, 눔 디아와라
개봉 : 2014년 10월 16일
관람 : 2015년 1월 29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내 음력생일도 영화와 함께...
1월 29일은 제 음력생일입니다. 네, 압니다. 저는 양력생일과 음력생일을 모두 챙겨먹는 욕심쟁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생일날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 생일을 기념할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이 제 욕심의 전부입니다. 그렇기에 양력생일인 1월 14일에는 혼자 [허삼관]을 봤고, 1월 29일 음력생일에는 혼자 [내 심장을 쏴라]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치사하게 혼자 영화보러 가려고?"라는 구피의 한마디에 제 계획은 무너졌습니다. 비록 구피는 수술을 앞둔 상황이라 저와 함께 극장에 갈 수 없었지만, 제 음력생일만큼은 저와 함께 보내고 싶었나봅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내 심장을 쏴라]의 관람은 포기했습니다.
구피와 함께 집근처 식당에서 명태전골과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하루를 마감하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극장은 아니더라도 집에서 영화 한편보자고 구피를 설득했습니다.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컬러풀 웨딩즈]입니다.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서 구피와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영화였는데.... 제 예상 그대로 구피와 함께 유쾌하게 영화를 관람했답니다.
다국적 사위들.
[컬러풀 웨딩즈]는 중년부부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마리(챈털 로비)의 네 딸이 다국적 남자들과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입니다. 첫째딸은 아랍인과, 둘째딸은 유태인과, 셋째딸은 중국인과 결혼하자 클로드는 막내딸만이라도 프랑스인과 결혼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막내딸인 로라(엘로디 퐁탕)가 데려온 예비 사위는 아프리카인 샤를(눔 디아와라)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문화가 다른 사위들을 두다보니 모든 가족이 한데 모이면 이리저리 다툼이 일어나기 일쑤입니다. [컬러풀 웨딩즈]는 그러한 다툼들을 심각한 인종문제로 풀지 않고 가벼운 가족 코미디로 풀어나가는 영민함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아랍인인 라시드와 유태인인 다비드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현재도 이 두 민족의 분쟁으로 인하여 지구촌은 긴장상태입니다. 이를 반영하듯이 라시드와 다비드는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하여 티격태격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고, 섯째 사위인 중국인 샤오의 중재로 영화의 마지막엔 서로 의기투합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이렇게 부담없이 인종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컬러풀 웨딩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집안이 한 가족이 된다는 것.
[컬러풀 웨딩즈]는 이렇게 서로 다른 인종으로 이루어진 사위들과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클로드와 마리의 모습으로 영화 초반의 재미를 이뤄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넷째 사위인 샤를의 등장과 함께 또 다른 재미를 창출해냅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 다른 집안이 결혼으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입니다.
막내딸 로라가 흑인과의 결혼선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클로드와 마찬가지로, 샤를의 아버지 또한 아들이 과거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를 핍박했던 프랑스인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못말리는 두 고집불통 아버지들의 심술은 [컬러풀 웨딩즈]의 또다른 재미가 됩니다.
사실 그러한 소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의 경우는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의 딸과 강남 졸부 집안의 아들이 결혼을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못말리는 결혼],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의 사랑을 그린 [위험한 상견례]등이 있습니다. 미국영화도 그러한 소재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미트 페어런츠] 3부작과 [위험한 사돈], [게스 후?] 등이 있습니다. [컬러풀 웨딩즈]는 이러한 전통적인 코미디 소재를 이용하여 보편적인 재미를 획득한 것입니다.
우리가 한때 열광했던 세계화란?
영화를 보던 구피는 "만약 웅이가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우린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클로드처럼 대략난감할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 비율이 예전에 비해 꽤 높은 편이고, TV에서도 고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에 대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거부감도 사회 곳곳에서 보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세계화'라는 단어가 유행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고,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세계화를 이끄는 리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로 뻗어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로 뻗어오는 것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 역시 세계화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컬러풀 웨딩즈]는 그러한 세계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해주고, 인종간의 갈등을 없애나간다면 진정한 세계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컬러풀 웨딩즈]를 보며 유쾌하게 웃었지만, 내가 저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대략 난감하겠다고 생각하는 저 역시 아직은 세계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에는 많이 부족한가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컬러풀 웨딩즈]는 진정 세계화에 걸맞은 유쾌한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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