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첼섬
주연 : 사이먼 페그, 로자먼드 파이크, 스텔란 스카스가드, 장 르노, 크리스토퍼 플러머, 토니 콜렛
개봉 : 2014년 11월 27일
관람 : 2015년 1월 26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나는 행복한가?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불행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돈을 벌고, 행복을 위해 가정을 꾸리고, 행복을 위해 꿈을 이뤄나갑니다. 하지만 과연 스스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2014년 미국 갤럽이 전 세계 138개 나라별로 15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했었습니다. 그 결과 파라과이 국민은 100점 만점에 87점을 받아 3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63점을 받는데 그쳐 하위권인 90위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만약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번이라도 해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2002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영국에서 시작해서 중국, 아프리카, 미국으로 이어지는 행복을 찾기 위한 헥터(사이먼 페그)의 모험을 뒤쫓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행복의 절대적 조건일까?
매일 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런던의 정신과 의사 헥터는 아름다운 여친 클라라(로자먼드 파이크)와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 것이죠.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환자의 불행을 고치는 자기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진 것입니다. 그는 클라라에게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포합니다.
헥터의 첫 목적지는 중국 상하이입니다.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돈 많은 은행가 에드워드(스텔란 스카스가드)를 만난 헥터는 그와 함께 꿈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과연 그 행복은 진짜였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돈이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분명 돈이 많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음을 뜻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일 수는 없습니다. 헥터는 에드워드 덕분에 중국의 매력적인 여대생 잉리를 만나 꿈같은 하룻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헥터는 잉리가 에드워드가 고용한 콜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잠시 행복이라 느꼈던 것들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결국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음을 헥터는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은 아닐까?
티벳에서 승려를 만나 "당신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소"라는 알듯 말듯한 조언을 들은 헥터. 그는 다음 목적지로 오랜 친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선택합니다. 중국과는 달리 치안이 불안한 아프리카에서 헥터는 마약왕 디에고(장 르노)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무장단체에게 납치되어 죽을 고비를 맞이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헥터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충분히 만끽합니다. 상하이의 클럽에서 함께 춤을 추자는 잉리에게 "저건 나한테 고문이에요. 난 춤을 못 춰요."라고 거절했던 헥터였습니다. 하지만 무장단체에게 풀려난 이후에는 자신을 유혹하는 흑인 여성에게 "예쁜 거 아는데 우리 그냥 춤추자."라며 오히려 헥터가 앞장서 맘껏 몸을 흔듭니다.
어쩌면 분쟁 국가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는 불행해.'라는 우리들의 외침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삶이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고, 그렇기에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자체가 바로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다.
헥터의 마지막 행선지는 그가 결코 잊지 못하고 있는 첫사랑 아그네스(토니 콜렛)가 살고 있는 미국입니다. 아그네스에게 "어땠을지 상상해봤어. 우리가 안헤어졌다면..."이라는 질문은 던지는 헥터. 그런 헥터에게 아그네스는 화를 내며 말합니다. "지금 현재는 안 중요해?"
그렇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 사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과거는 절대 되돌릴 수가 없는데 그에 대한 후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죠. 불가능한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죠. 코먼 교수(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실험에 참가한 헥터 또한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헥터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 슬펐던 기억, 두려웠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보라고 말하는 코먼 교수. 헥터는 여러 기억들을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그러한 헥터를 보며 코먼교수는 "이건 다 큰 남자의 감정이 아냐."라고 의문을 가집니다. 하지만 헥터가 클라라와 통화를 하면서는 나타나는 감정들은 바로 헥터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행복이었습니다. 헥터는 행복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돌았지만, 막상 그의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파랑새>였습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환상적인 모험을 하는 틸틸과 미틸. 하지만 정작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파랑새는 바로 그들의 집 안의 새장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헥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행복을 찾아 중국, 아프리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정작 행복은 그와 함께한 사랑 클라라였던 것이죠.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말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멀리에서 찾으려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더욱 불행해질 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티벳의 승려에게서 헥터는 중요한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우린 다 행복할 의무가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행복할 의무가 있다'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하루 하루 행복을 느낀다면 행복의 파랑새는 어느덧 우리 곁에 날아와주지 않을까요?
헥터의 행복노트
마지막으로 헥터가 여행을 하면서 노트에 적은 것들을 옮겨적겠습니다. 이 노트를 통해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시길... ^^
1. 남과 비교하면 행복한 기분을 망친다.
2. 많은 사람은 돈이나 지위를 갖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3. 많은 사람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4.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자유가 행복일지도 모른다.
5. 때론 진실을 모르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6. 불행을 피하는 게 행복의 길은 아니다.
7. 상대가 날 끌어올려줄 사람인가, 끌어내려줄 사람인가...
8. 행복은 소명에 응답하는 것.
9. 행복은 있는 그대로 사랑 받는 것
10. 고구마 스튜
11. 두려움은 행복을 가로막는다.
12. 행복이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13. 행복은 좋은 일을 축하할 줄 아는 것.
14. 사랑은 귀 기울여주는 것.
15. 향수에 젖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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