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 - 모두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

쭈니-1 2015. 1. 5. 14:25

 

 

감독 : 정 바오루이

주연 : 견자단, 주윤발, 곽부성, 진혜림

개봉 : 2014년 12월 10일

관람 : 2015년 1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중국의 4대 기서 <서유기>

 

<삼국지연의>, <수호지>, <금병매>, <서유기>를 중국의 4대 기서라고 부릅니다. 그 중 <서유기>는  7세기에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북인도에서 대승불전을 구하고 돌아온 고난의 사실에 입각하여 송나라 때에 허구를 가하고 신괴의 요소를 넣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손오공>이라는 어린이 동화로 더 유명합니다.

지난 12월 10일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이 영화를 웅이와 극장에서 관람할 영화 1순위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소재가 '손오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손오공'이 주인공인 어린이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을 즐겨 읽은 웅이이기에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은 웅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중국에서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한 흥행대작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개봉관을 거의 잡지 못한채 며칠만에 쓸쓸히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했습니다. 지난 1월 3일 토요일, 화재로인한 사무실 이전 때문에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일하고 온 제게 "아빠, 오늘은 영화보고 조금 늦게 자면 안돼요?"라고 묻는 웅이의 간절한 표정을 보니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이 불현듯 떠올랐답니다.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가 없는 '손오공' 이야기

 

사실 저는 '손오공'하면... '손오공'이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모험을 하는 내용만 떠오릅니다. 하지만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에는 결코 저팔계와 사오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삼장법사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2편을 예고하며 짧게 뒷모습만 보여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입니다. 과연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은 무슨 이야기로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던 것일까요?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의 놀라운 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만약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신나는 판타지 액션 활극을 원했던 분이라면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은 당혹스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저 역시도 언제쯤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이 나올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기다렸고, 영화의 러닝타임이 상당 부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캐릭터가 나오지 않자 실망감이 밀려오기도 했었습니다.

저와 함께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을 본 웅이도 영화가 끝난 이후 "영화가 조금 길게 느껴졌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러닝타임 3시간이 훌쩍 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던 웅이이기에,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이 없는 '손오공' 이야기가 조금 지루했었나봅니다.

 

 

 

우리가 몰랐던 '손오공' 이야기  

 

하지만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에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는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손오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실제로 천계의 수장 옥황상제(주윤발)와 마계의 수장 우마왕(곽부성)의 전쟁으로부터 시작한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은 전쟁으로 인하여 황폐화된 천궁을 복원하기 위한 여와(진혜림)의 희생, 그리고 여와의 수정에서 태어난 신비한 힘을 가진 원숭이의 탄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옥황상제의 여동생인 칠선공주와 우마왕의 사랑, 그리고 손오공(견자단)과 여설의 우정, 여설을 이용하여 손오공이 천계를 공격하게끔 만드는 우마왕의 음모 등이 쉴새없이 진행됩니다. 솔직히 '손오공'에 캐릭터간의 이러한 속사정이 있는줄 몰랐던 저는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예정대로 손오공은  500년간 오행산에 갇히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삼장법사가 등장하며 2편을 예고하는 장면에서 저는 어서 빨리 그 다음 이야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손오공'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특수효과의 한계는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이렇듯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은 뛰어난 원작으로 인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특수효과에 상당부분 기대어야 하는 영화인만큼 영상적인 부분만 봐서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할리우드의 SF, 판타지 영화들로 인하여 특수효과면에서는 눈높이가 높습니다. 그렇기에 가끔 비할리우드권 영화에서의 특수효과를 보면 '유치하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아무래도 기술력, 자본력에서 비할리우드권 영화들은 할리우드를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오공을 비롯한 원숭이, 그리고 요괴의 분장에서부터 천계와 마계의 전쟁 등 영화는 상당부분 특수효과에 기대고 있지만, 우리나라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우리나라 개봉 당시 많은 개봉관을 잡지 못한 것은 그러한 특수효과의 한계 탓일 것입니다.

하지만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이 가지고 있는 특수효과의 한계를 어느정도 눈감아준다면 이 영화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 영화가 됩니다. 저는 벌써부터 공리가 요괴 백골정으로 추가 캐스팅되었고 곽부성이 우마왕이 아닌 손오공을 연기한다는 [몽키킹 2]를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몽키킹 2]는 우리나라 극장에서 제대로 상영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