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나는 어떤 아빠인가?

쭈니-1 2015. 1. 5. 00:36

 

 

감독 : 김덕수

주연 : 김상경, 문정희, 최다인, 채정안, 조재윤, 민아

개봉 : 2014년 11월 20일

관람 : 2015년 1월 1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5년 새해 첫날의 영화

 

제겐 폭풍같았던 2014년이 지나고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비록 회사의 갑작스러운 화재 사건으로 인하여 2014년 연말을 생고생하며 보냈지만 그래도 2014년 마지막날에는 구피, 웅이와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보며 유쾌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우울한 기분을 영화덕분에 유쾌하게 마무리했기에, 2015년도 영화로 유쾌하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해 인사겸, <TV 동물농장> 촬영 현장도 구경하기위해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이 <TV 동물농장>에 출연합니다. 방송날짜가 확정되면 그때 다시 자랑하겠습니다. ^^ ) 웅이와 함께 석관동 어머니집에 다녀오느라 극장 나들이는 뒤로 미뤄야 했습니다.

그렇게 2015년 새해 첫날을 보내려니 조금은 아쉽더군요. 혼자라도 늦게 극장에 갈 수 있었지만, 새해 첫날부터 청승맞게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마음에 안내켜서 결국 집에서 구피와 함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봤습니다. 구피도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고하니 흔쾌히 새해 첫날 영화보기 행사에 동참해줬답니다.

 

 

 

집안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은 아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인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하며 결국 10년째 백수 생활중인 채태만(김상경)이 주인공입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며 남편대신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슈퍼맘 지수(문정희)와 엉뚱발랄한 딸 아영(최다인)과 함께 나름 행복한 삶을 살던 태만은 어느날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학교 나눔의 날 행사에 아영이 아빠인 태만을 내놓은 것입니다.

"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

"아영아? 아빠를 내놓을 수는 없지. 집에서 안쓰는 물건, 또 필요없는 물건, 그런걸 내놓아야지."

"맞아요, 우리 아빠.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아. 엄마가 맨날 그렇게 이야기하는걸요."

아빠는 우리 집에서 이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 아빠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내놓겠다는 아영의 선언은 분명 황당합니다. 하지만 더 황당한 일은 그 이후에 벌어집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빠인 태만. 그런데 그러한 태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입니다.

 

 

 

태만의 아빠 렌탈사업

 

아영이 태만을 내놓자 당장 아빠가 없는 아영의 반친구인 진태가 태만을 빌려가겠다고 나섭니다.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일하는 아빠가 보고 싶다는 아영은 급기야 중고장터에 태만을 올려 놓았고, 그로인하여 태만은 아빠가 필요한 온갖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풀고 싶은 보미(민아), 자신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줄 아빠가 필요한 연희(남보라), 바쁜 자신대신 딸의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해주길 바라는 외환 딜러까지... 얼떨결에 시작한 태만의 아빠 렌탈 사업은 의외로 번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그러한 태만의 아빠 렌탈 사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과연 아빠라는 존재는 가족 부양을 위해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기만하면 되는 존재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태만은 아영의 말 그대로 집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돈을 벌어오는 기계가 아닌 좀 더 특별한 존재여야 하는 것이죠. 

 

 

 

지금 우리 시대의 아빠는?

 

현재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는 [국제시장]입니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한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국제시장]에서의 아빠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만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제 기억 속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예전처럼 아빠만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맞벌이 부부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남성뿐만이 아닌, 여성에게도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서 예전처럼 아버지의 권력이 막강했던 가부장적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게다가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하여 태만처럼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아버지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태만의 아빠 렌탈 사업이 번창하는 것처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빠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초등학생인 진태는 태만이 자신과 놀아만줘도 행복하고, 민아는 그저 원망의 대상으로써 아버지의 존재를 필요로 하며, 혼외 임신을 한 연희에게 아빠는 함께 산부인과에 가주는 든든한 아군입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름은 아빠가 하나뿐인 친구이길 원합니다. 이 모든 것이 예전과는 달라진 우리 시대 아빠의 모습입니다.

 

 

 

나는 웅이에게 어떤 아빠일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진태의 엄마인 미연(채정아)과 태만의 사이를 오해한 지수와의 갈등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아빠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영의 뉘우침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솔직히 너무 뻔히 보이는 전개이기에 특별함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아빠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요즘 들어서 회사일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웅이와 자주 놀아주지도 못하고, 툭하면 영화를 보겠다며 극장으로 도망가버리곤 했으니까요.

며칠전 저희 회사의 화재 현장을 잠깐 봤던 웅이가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느꼈어요."라며 제가 해야할 집안일을 도와줬답니다. 그러한 웅이를 보며 저는 다시한번 다짐해봅니다. 지금보다 더 멋진 아빠가 되어야 겠다고... 그것이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보며 결심한 2015년 제 첫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