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마다가스카의 펭귄] - 웃다보니 날려버린 스트레스

쭈니-1 2015. 1. 2. 17:39

 

 

감독 : 에릭 다넬, 사이몬 J. 스미스

더빙 : 톰 맥그라스, 크리스 밀러,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말코비치

개봉 : 2014년 12월 31일

관람 : 2014년 12월 3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디즈니가 풀지 못한 스트레스는 드림웍스가...

 

지난 12월 27일 일어난 신월동 화재로 인하여 제 2014년 연말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어 버렸습니다.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무실 복구 작업때문에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고, 화재보험사를 상대하느라 정신적으로도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화재 사건을 직접 겪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 모든 스트레스를 저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밤마다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밤마다 악몽을 꾸는 등 스트레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인 영화 보기를 시도했지만,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영화인 [숲속으로]는 제 스트레스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소의 상황이라면 동화를 독특하게 비틀어버린 [숲속으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스트레스로 인하여 마음의 여유가 없는 제게 예상 밖의 [숲속으로]는 또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화재로 인하여 검댕이를 뒤집어쓴 재고 상품들을 정리하느라 하루종일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일했던 저는 이대로 2014년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예매하고,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구피와 웅이에게 "오늘 저녁에 영화보러갈테니 준비하고 있어."라며 무대포로 선언을 하였습니다.

 

제가 2014년의 마지막날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선택한 이유는 12월 28일 [숲속으로]를 선택한 이유와 같습니다. 바로 긍정의 유쾌한 에너지... 지금 제게 가장 많이 필요한 그것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동화를 바탕으로한 디즈니 뮤지컬에 긍정의 유쾌한 에너지를 얻고 싶었으나 실패했기에 이번엔 아예 의외성 제로인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선택한 것입니다.

동화를 바탕으로한 디즈니 뮤지컬이라는 제가 보고 싶어했던 정보만 보고 [숲속으로]를 선택했기에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작곡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숲속으로]의 원작자임을 간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그러한 위험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세편의 시리즈가 제작되며 어린이 관객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에서 파생된 스핀오프이기 때문입니다.

[마다가스카]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최고 인기 스타인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가 친구들인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기린 멜먼(데이비드 쉬머),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함께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펭귄 특공대의 활약은 짧지만 아주 강렬했습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엽기적인 행동으로 모든 말썽의 원인이 되는 펭귄 특공대.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마다가스카]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 조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입니다.

 

 

귀여운데 멋져!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펭귄 특공대가 남극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보여줍니다. 타고난 리더 스키퍼(톰 맥그라스), 모르는 것 빼고 다 아는 미친 브레인 코왈스키(크리스 밀러), 그리고 무엇이든 일단 삼키고 보는 식신 리코(콘래드 버논). 그들은 펭귄알을 구하기 위해 펭귄 무리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모험을 떠납니다.

스키퍼와 코왈스키, 리코의 맹활약으로 사나운 바다표범의 공격에서 구해진 프라이빗(크리스토퍼 나이츠)이 이들과 한 가족이 되며 펭귄 특공대는 완성됩니다. 이 초반 오프닝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가 왜 그래야만해?"라는 스키퍼의 의문입니다. 다른 펭귄들은 "우리는 그냥 귀엽기만하면 돼."라며 무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지만, 스키퍼는 당연시되는 그러한 생각에 의문을 가지고, 곧바로 행동에 옮깁니다.

펭귄 특공대가 [마다가스카]에서 빠져 나와 이렇게 독자적인 영화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개성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펭귄은 귀여움의 대명사였습니다. 펭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해피 피트]의 경우, 주인공인 멈블(일라이저 우드)은 춤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그러한 귀여움으로 펭귄 무리의 위기를 극복해나갑니다. 하지만 스키퍼는 "우리가 왜 귀엽기만 해야돼?"라며 관객에게 의문을 던진 것입니다.

 

짧은 다리,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사람도 잘 따르는 온순함 등... 펭귄을 캐릭터화하는데 있어서 귀여움은 피할 수 없는 선입견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다가스카]에서 펭귄 특공대는 선원들을 기절시켜 아프리카로 향하던 배를 탈취하는 등 엽기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그들의 독특한 캐릭터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에서 더욱 극대화됩니다.

막내 프라이빗의 생일을 위해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은행의 창고 뒤편에 위치한 치즈맛 과자를 탈취하는 장면은 그들의 엉뚱함을 나타내는 가장 극적인 장면입니다. 휘황찬란한 황금을 뒤로하고 치즈맛 과자 자판기 앞에서 환호를 하는 펭귄 특공대의 모습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귀여운데 멋져!'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들었습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펭귄의 귀여움 때문에 관광객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문어박사 옥토브레인(존 칼코비치)의 음모와 그러한 옥토브레인의 음모를 막으려는 동물 특공대 '노스윈드'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펭귄 특공대는 얼떨결에 그들의 대결 사이에 끼게 되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옥토브레인이 펭귄특공대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복수를 계획하는 이유도, '노스윈드'의 대장(베네딕트 컴버배치)이 펭귄 특공대를 우습게 여기며 작전에서 제외시키려 하는 이유도, 모두 펭귄의 귀여움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펭귄 특공대는 펭귄에 대한 선입견인 귀여움과 싸우고 있는 셈입니다.

 

 

심각할 필요 있나? 그냥 즐겨!!!

 

저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보며 제가 그토록 원했던 스트레스 해소를 이루었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펭귄이라는 귀여운 캐릭터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면서 즐거움을 안겨줌과 동시에 끊임없이 저를 웃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심각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가벼운 재미.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크게 두가지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옥토브레인의 복수와 프리이빗의 성장입니다. 우선 옥토브레인의 복수를 먼저 살펴보면... 수족관에서 관광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옥토브레인은 펭귄의 등장으로 자신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런데 옥토브레인의 복수라는 것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복수라고 한다면 무시무시하기 마련인데, 옥토브레인의 복수는 무시무시하기보다는 오히려 귀엽기만합니다.

프라이빗이 옥트브레인에게 잡혀가고, 프라이빗을 구하기 위해 특공 작전을 펼쳤던 스키퍼 일행과 '노스윈드'가 문어 일당에게 붙잡혀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바로 옥토브레인의 복수가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어느정도의 긴장감을 원하는 성인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운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저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는 관객에겐 이러한 요소는 긍정의 유쾌한 에너지가 됩니다.

 

두번째 요소인 프라이빗의 성장도 가벼운 재미를 안겨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펭귄 특공대는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팀의 막내인 프라이빗만은 특별한 능력없이 그저 무한의 귀여움으로 팀의 마스코트 역할을 수행할 뿐입니다. 프라이빗은 언제나 쓸모가 있고 밥값을 하는 대원이 되고 싶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펭귄의 귀여움을 뛰어넘는 펭귄 특공대를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프라이빗만큼은 펭귄 특공대 중에서 유일하게 펭귄의 귀여움을 가지고 캐릭터입니다. 펭귄의 귀여움이라는 선입견의 한계를 넘는 영화에서 귀여움을 여전히 안고 있는 캐릭터라니... 그렇다면 프라이빗의 성장은 프라이빗이 드디어 펭귄의 귀여움을 뛰어 넘어 카리스마 넘치는 활약으로 쓸모있고 밥값을 하는 대원이 되는 것일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가벼운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가벼운 재미가 저를 충분히 즐겁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프라이빗은 자신의 귀여움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쓸모있고, 밥값을 하는 대원이 됩니다. 이 영화가 펭귄의 귀여움을 전복시키며 영화적 재미를 획득하지만, 프라이빗의 성장을 통해 펭귄의 귀여움에 의한 영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웃다보니 날려버린 스트레스

 

어쩌면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이러한 가벼운 재미는 독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북미 개봉당시 7천4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세편의 [마다가스카]가 모두 북미흥행 수입 1억8천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음을 감안한다면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흥행 성적은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마다가스카]처럼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시리즈화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그것은 다시말해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가벼운 재미가 관객에게 어필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많은 분들이 [마다가스카]에서 짧지만 굵게 맹활약하는 펭귄 특공대에겐 환호를 보냈지만, 1시간 30분동안 이어진 펭귄 특공대의 활약에는 반응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 제 상태가 복잡함을 최대한 잊어야하는 상황이기에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가벼운 재미는 아무 생각없이 웃다가 스트레스를 저 멀리 날려버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가끔은 영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그러한 제 기대를 완벽하게 채워준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해서 급하게 극장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마다가스카]에서 극강의 귀여움으로 펭귄 특공대 이상의 팬층을 가지고 있는 모트가 특별 출연하여 엔딩 크레딧과 함께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마다가스카의 펭귄] 다음으로 [마다가스카의 모트]가 나올지도... (물론 제 희망사항입니다. ^^)

그리고 영화 중간에 갑자기 나온 원더걸스의 명곡 <노바디>도 깜짝 선물이라 할만합니다. 기왕이면 <노바디>에 맞춰 펭귄 특공대가 춤이라도 췄으면 좋으련만, 사실 <노바디> 음악은 아주 짧게 잠깐 나오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시길...

영화를 보고 나오며 저는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늦은 밤까지 피자헛 트리세트를 먹으며, 구피, 웅이와 함께 화산 폭발 재난 영화 [단테스 피크]을 보며 2014년 마지막날을 보냈습니다. [단테스 피크]를 본 후에는 2014년을 떠나보내고, 2015년을 새롭게 맞이하는 제야의 종소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으로 스트레스도 날려버렸으니 2015년에는 부디 좋은 일만 일어나길...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저는 간절히 빌었답니다.

 

가끔은 가볍게 웃기는 영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복잡하지만 영화처럼 가볍게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내 앞에 쌓여 있는 복잡한 일들을 바라보며 나는 가벼운 웃음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