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타잔 3D] - '정글북'과 '타잔'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쭈니-1 2014. 11. 17. 12:50

 

 

감독 : 라인하드 클루스

더빙 : 켈란 루츠, 스펜서 로크

 

 

독일 애니메이션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자.

 

지난 1월 9일 [타잔 3D]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었습니다. 웅이와 극장가는 것을 즐기는 저는 겨울방학을 맞이한 웅이를 위해 [타잔 3D]의 관람을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아닌, 독일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극장 관람을 포기하고 나중에 다운로드로 보려고 미뤄뒀습니다.

그 이후 [타잔 3D]는 제 기억 속에서 까맣게 지워졌습니다. 아마 몇 주전 hoppin에서 [타잔 3D]의 무료 다운로드 공지가 뜨지 않았다면 [타잔 3D]는 영원히 제게 미관람 영화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공짜라는 말에 덜컥 [타잔 3D]를 다운로드받았지만, 그 후로도 몇 주동안 저는 [타잔 3D]를 보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난 주말 웅이와 함께 [타잔 3D]를 보니, 생각보다 꽤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타잔' 이야기에 SF, 판타지적 요소를 삽입한 스토리 라인도 좋았고, 비록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만큼은 아니지만, 정글을 표현한 3D 애니메이션 기술도 멋졌습니다. [타잔 3D]는 독일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예산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생각했던 저를 머쓱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우리가 '타잔'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들

 

제가 [타잔 3D]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웅이와 [타잔 3D]를 본 이유는 '타잔'에 대한 웅이와의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웅이에게 "<타잔>이 어떤 내용인줄 알아?"라고 물었더니 웅이는 "<정글북>하고 같은 내용 아니예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피식 웃으며 "<타잔>하고 <정글북>은 다른 이야기란다."라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막상 웅이에게 <타잔>이 <정글북>과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해주려다 보니 저 또한 <타잔>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타잔'의 여자친구가 제인이라는 것과 '타잔'이 "아아아~~~"라는 울음소리를 내며 정글의 동물들을 부르는 장면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타잔'은 미국의 모험소설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에 의해 1914년 창조된 캐릭터였습니다. '타잔'의 나이가 무려 100살인 셈이죠. 원작에 의하면 '타잔'은 영국 귀족의 아들이었지만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밀림의 동물들과 자라났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타잔'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파고들면 조금 충격적입니다. 원작에 의하면 '타잔'의 아버지인 그레이스 톡 경은 서아프리카를 다스리기 위한 영국인 행정가이고, '타잔'은 정글의 지배자입니다. 결국 '타잔'은 서양의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절 그려진 백인우월주의적 소설이었던 셈입니다. 그랬던 '타잔'이 시간이 지나며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의 파수꾼으로 점차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타잔' 이야기

 

'타잔'이 제국주의에 입각한 백인우월주의적 원작을 기반으로한 캐릭터라고해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타잔'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 시대에 맞게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동안 '타잔'은 문명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자연의 파수꾼이 되었습니다.   

[타잔 3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공룡를 멸종시킨 7천만년전 운석을 보여줍니다. '타잔' 이야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은 저와 웅이는 '혹시 다른 영화를 플레이시킨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할 정도로 뜻밖의 오프닝을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그 이후부터는 어느정도는 우리가 아는 '타잔'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글에서의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제이제이가 가족을 잃은 고릴라 칼라에 의해 키워지면서 사람이 아닌 고릴라로 성장하는 과정, 제인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원인 운석을 차지하기 위한 클레이튼 회장의 음모에 맞서 정글을 지키는 것까지...

익숙한 이야기 안에 새로운 설정이 들어가면서 [타잔 3D]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타잔 3D]가 완성해낸 이러한 새로운 '타잔' 이야기는 1시간 30분동안 저와 웅이를 완전히 사로잡았답니다.

 

 

 

단순화된 캐릭터는 아쉬웠다.

 

물론 [타잔 3D]가 모든 부분에서 저를 만족시켜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악역 캐릭터의 부실함입니다. [타잔 3D]에서 유일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클레이튼 회장은 고작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려하는 악당으로 그려졌습니다.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다고는 하지만,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아무렇지도않게 저지르려 하는 클레이튼 회장은 너무 캐릭터가 단순화된 악당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타잔'이 고릴라의 왕인 투블랏을 쓰러뜨리고 정글의 왕으로 등극하는 장면도 부족했습니다. 고릴라들은 '타잔'의 명령으로 목숨을 걸고 클레이튼 회장의 군대와 맞서 싸워야 하는 만큼 '타잔'이 정글의 왕으로 등극하는 과정이 좀더 세밀하게 그려졌어야 했지만, [타잔 3D]는 짧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대충 넘어가버리더군요.

영화의 모티브가된 신비로운 운석도 초반만 흥미진진하게 그렸다가 후반에 갈수록 그 힘을 잃습니다. 후반부에 운석에 의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을 기대했지만, [타잔 3D]는 예상 가능한 결말을 보여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타잔 3D]가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어린이 관객에게 단순한 설정은 꼭 필요한 요소이니까요.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타잔 3D]는 뜻밖의 재미를 제게 안겨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