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 - 추억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쭈니-1 2014. 11. 11. 15:45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쿠스바 코조

더빙 : 야마다 에이코(이지영), 키타하라 후미에(성선녀), 사이카치 류지(온영삼)

 

 

'빨간머리 앤'의 추억은 계속된다.

 

2013년 7월, 저를 추억 속에 잠기게 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입니다.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을 보면서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인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현실이 힘들고, 미래가 막막할 때,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은 큰 힘이 되곤 하니까요.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은 그린게이블의 두 남매 매튜와 마릴라의 집에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이 입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애초에 남자 아이를 입양하려했던 마릴라는 앤을 고아원으로 보내려 하지만, 결국 앤을 식구로 맞이합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린게이블에 머물게된 앤은 다이애나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자신의 머리를 홍당무라고 놀린 길버트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합니다.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을 본 후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꼭 극장에서 보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아쉽게도 다운로드로 보게 되었네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너무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냈다.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 앤이 그린게이블에 살게되는 초반 에피소드를 자세하게 담은데 반에,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1시간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에 담겨진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매튜가 죽고, 앤이 마릴라와 그린게이블을 지키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처럼 에피소드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적습니다. 그나마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에서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의 재미라고는 앤이 딸기주스인줄 착각하고 친구인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먹이는 에피소드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 봤던 TV 시리즈에서는 앤과 길버트의 라이벌 관계도 중요한 스토리 라인의 한 축이었는데,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 스토리]는 그저 길버트가 앤의 머리를 가지고 '홍당무'라고 놀리는 짧은 장면만 소개될 정도입니다. 시리즈를 조금 나눠서라도 [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처럼 에피소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의 힘은 강했다.

 

솔직히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1시간 30분의 러닝 타임 안에 '빨간머리 앤'의 모든 성장기를 담으려는 무리수를 뒀던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갑자기 시간을 건너뛰어, 주근깨 빼빼마른 11살 꼬마 아가씨 앤이 15살 소녀가 되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뭐야, 앤 같지가 않아."라며 영화를 보던 저도, 구피도 당혹스러워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튜가 죽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강인해 보이던 마릴라가 그린게이블을 팔겠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결국 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린게이블에 남겠다고 선언하며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막을 내립니다.

사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뭐야? 이렇게 끝나?"라고 허무해했지만, 영화를 보고 일어서는 구피의 눈은 어느사이 눈물로 인하여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 동안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담아낸 [빨간머리 앤 : 네버엔딩스토리]는 실망스러웠지만, '빨간머리 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의 힘은 이토록 강했습니다. 이 영화의 부제처럼 추억은 결코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스토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