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플러스 원] - 흥미로운 소재를 망치는 B급스러움의 한계

쭈니-1 2014. 10. 27. 15:07

 

 

감독 : 데니스 일리아디스

주연 : 라이스 웨이크필드, 애슐리 힌쇼, 로건 밀러, 수잔 덴젤, 콜린 덴젤

 

 

이 영화가 상영관을 제대로 잡지 못한 이유만 확인하다.

 

지난 9월 25일 개봉작 리스트는 제게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소재로한 [플러스 원]과 [더블 : 달콤한 악몽]이 같은 날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는 이 두 영화를 기대작으로 선정해 놓고 극장으로 달려갈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극장에서 본 영화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베리 굿 걸]과 [지골로 인 뉴욕]이었습니다.

제가 [플러스 원]과 [더블 : 달콤한 악몽]을 극장에서 놓친 이유는 상영관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플러스 원]은 '하나의 공간, 두개의 시간, 또 하나의 내가 다가온다'라는 매력적인 광고 카피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저는 [플러스 원]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극장 개봉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된 [플러스 원]의 실체를 일요일 밤, 구피와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본 [플러스 원]은 상영관을 제대로 잡지 못한 이유만 제게 확인시키는 씁쓸함을 안겼습니다. 

 

 

 

타임워프라는 매력적인 소재 덕분에 초반은 흥미로웠다.

 

[플러스 원]은 우주에서 떨어진 유성에 의한 불가사의한 힘으로 인하여 하나의 공간 속에 두개의 시간이 공존하는 상황을 그린 영화입니다. 두개의 시간이 공존한다는 것은 '나' 역시 두명이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잘만 꾸민다면 이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은 꽤 매력적인 판타지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대 그대로 [플러스 원]의 초반은 꽤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저는 주인공인 데이비드(라이스 웨이크필드)의 캐릭터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내내 그는 자신의 실수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 연인 질(애슐리 힌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좋게 보면 순정남이고, 나쁘게 보면 집착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이중성이 데이비드를 흥미로운 캐릭터로 만듭니다.

타임워프로 인하여 두명의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데이비드. 다른 이들이 이 엄청난 사실에 우왕좌왕할 때 데이비드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를 이용해서 질의 마음을 되돌리려합니다. 그리고 그의 질에 대한 무서운 집착은 영화 후반부의 섬뜩한 결정으로 마무리됩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에 대처하는 각각의 방법

 

분명 데이비드라는 캐릭터는 흥미로웠습니다. 대개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관객의 응원을 받기 마련인데, 데이비드는 처음엔 제 응원을 받다가도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의 광기 탓에 섬뜩함만을 남깁니다. [플러스 원]이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영화를 진행시켜 나갔다면 분명 색다른 판타지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은 욕심을 냅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데이비드의 사랑과 집착에만 이용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내가 아닌 다른 나'에 대처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을 받는 엘리스(수잔 덴젤, 콜린 덴젤)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와 만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엘리스가 또 다른 엘리스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은 그렇기에 참 묘합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이용하는 데이비드와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와 사랑에 빠지는 엘리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의 반응은 당혹감과 공포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두명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닐테니까요.

 

 

 

B급 영화의 한계가 이렇게 드러나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의 존재를 데이비드, 엘리스, 테디(로건 밀러), 멜라니(나탈리 홀)만 알고 있을 때는 영화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파티에 참가한 이들이 모두 알고 난 이후부터 [플러스 원]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알게된 사람들이 주저없이 '또 다른 나'를 죽이겠다고 나서면서 [플러스 원]은 갑작스럽게 공포 영화스럽게 변경됩니다. 결국 작은 오두막에서 각각 2명이 된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러한 장면은 타임워프 영화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왜 이따위로 진행시키지?"라는 의문만 들게 만듭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감독의 이력을 보니 후반부의 느닷없는 공포스러운 연출이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플러스 원]의 감독인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은 2009년에 국내 개봉한 [왼편 마지막 집]의 감독입니다. [왼편 마지막 집]은 산장을 휴가를 떠난 가족과, 그들을 찾은 낯선 방문객의 피튀기는 혈투를 그린 B급 공포영화입니다. 

결국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은 초반 광란의 파티에서 벌어지는 과한 노출씬과 후반 공포영화스러운 연출로 [플러스 원]을 완성합니다. 그러한 그의 B급스러운 연출은 타임워프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투박한 B급 영화 안에 가둬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B급스러움은 [플러스 원]의 국내 개봉 당시 장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플러스 원]의 B급스러움은 흥미로운 소재인 이 영화를 그저 비디오용(다운로드용) B급 영화로 머물게 만드는 아쉬운 결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