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패트릭 휴즈
주연 : 실베스타 스탤론, 제이슨 스타뎀, 웨슬리 스나입스, 멜 깁슨, 안토니오 반데라스, 해리슨 포드, 아놀드 슈왈제네거, 이연걸, 켈란 루츠, 론다 로우지
악당 죽이는 것이 취미인 형님들이 돌아왔다.
2010년 실베스타 스탤론은 한물간 액션 배우들을 한데 묶어서 [익스펜더블]이라는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이 영화에는 실베스타 스탤론은 물론이고,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미키 루크, 에릭 로버츠가 주, 조연을 맡았습니다. 게다가 8, 90년대 액션 히어로의 대명사였던 브루스 윌리스와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깜짝 출연을 했었습니다. [익스펜더블]은 북미에서 1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렸고, 월드와이드 흥행수입은 순수 제작비의 3배가 넘는 2억7천4백만 달러였습니다.
[익스펜더블]의 흥행 성공 이후 실베스타 스탤론은 2012년 [익스펜더블 2]를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이 영화에는 전작의 배우들은 물론이고, 장 끌로드 반담, 척 노리스와 신성 리암 헴스워스까지 가세했습니다. [익스펜더블 2]는 비록 북미에서 8천5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전편에 비해 흥행 성적이 떨어졌지만, 월드와이드 흥행수입은 3억5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시 순수제작비의 3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에도 어김없이 실베스타 스탤론은 [익스펜더블 3]를 들고 대중 앞에 섰습니다. [익스펜더블 3]도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비록 브루스 윌리스가 빠졌지만, 그 자리를 해리슨 포드가 채웠고, 멜 깁슨이 악역을 맡았으며, 웨슬리 스나입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새로운 멤버로 가입했습니다. 2편의 리암 헴스워스에 이어 켈란 루츠, 론다 로우지 등 젊은 피를 수혈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비싼 관람료를 내고 보면 안되는 영화였다.
2010년 [익스펜더블]이 개봉했을 때, 저는 극장으로 달려가 이 화려한 캐스팅에 빛나는 액션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저는 '이 완벽한 캐스팅으로 어쩌다가 이런 영화를...'이라며 투덜거려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2012년 [익스펜더블 2]가 개봉했을 때에는 2년전과는 달리 당장 극장으로 달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익스펜더블 2]가 개봉한지 1년이 지나서야 다운로드로 보게 되었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제가 깨달은 [익스펜더블]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영화의 내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저 한때 스크린을 장악했던 유명 액션 배우들이 때리고, 부수고, 악당을 죽이는 것을 멍하니 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캐릭터? 스토리 라인? 이런 것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는 것이죠. 마치 B급 액션 영화를 보듯이 말입니다. 다시말해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B급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면 화려한 배우들의 액션 연기만으로도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죠.
영화에 대한 재미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과 반비례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그렇기에 저는 [익스펜더블]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낮췄습니다. 제가 [익스펜더블 3]를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본 이유입니다. 비싼 관람료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뜻하죠. 극장 관람료보다 훨씬 저렴한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면 본전 생각도 안나고, 부담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익스펜더블' 멤버의 가세
사실 [익스펜더블 3]에 영화적 완성도를 들이대면 혹평으로 난도질을 당해야 합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인 '익스펜더블' 현멤버들이 바니(실베스타 스탤론)의 옛 동료인 닥터(웨슬리 스나입스)를 구출하는 장면부터가 그러합니다. 달리는 기차에서의 화끈한 액션이라는 설정은 좋은데, 수적으로 우세한 악당들은 그저 총을 들고 멍하니 서 있다가 총맞아 죽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한 것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아즈메니스탄의 폐건물에서의 액션에서도 적용됩니다. 악당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액션의 긴장감과 퀼리티가 떨어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미 저는 1편과 2편을 통해 그러한 것에 대한 실망을 극복한 것이죠. 원래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악당들은 우두머리를 제외하고는 멍하니 서 있다가 총맞아 죽는 인형에 불과했으니까요.
액션 영화의 완성도에 의한 재미를 포기한 대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추억의 스타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2편에서 장 끌로드 반담과 척 노리스라는 B급 액션 영화를 주름잡던 이들을 내세워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이번 3편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멤버는 바로 웨슬리 스나입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입니다.
우리 관객에겐 [블레이드] 시리즈로 친숙한 웨슬리 스나입스는 최근 B급 액션영화에 전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익스펜더블 3]에서 닥터는 바니가 8년만에 나타났다고 투덜거립니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블레이드 3]의 흥행 실패이후 B급 액션 배우로 전락한 것이 대략 8년 정도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닥터의 투덜거림은 꽤 의미심장한 농담인 셈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수다가 반가웠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경우는 더욱 재미있습니다. 바니에게 "난 지금 일거리가 필요해."라며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가르고(안토니오 반데라스). 스페인의 최고 배우로 활약하다가 1995년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데스페라도], [에비타], [마스크 오브 조로], [스파이 키드] 등으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의 최고 스타로 자리잡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주요 활동 무대는 할리우드가 아닌 스페인입니다. 물론 [장화신은 고양이]의 더빙 연기를 하기도 했지만, 예전과는 달리 할리우드 영화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패러디라도 하듯이 가르고는 "제발 내게 일자리를 줘."라고 애원합니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가이였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실베스타 스탤론에 비해 왜소한 몸매로 그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안쓰러움은 [익스펜더블 3]에 의외의 재미를 안겨줍니다.
[익스펜더블 3]에서 가르고는 쉴새없이 수다를 떱니다. '익스펜더블'의 다른 멤버들이 가르고를 피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저렇게 많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배우가 [익스펜더블 3]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실베스타 스탤론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은 연기보다는 액션으로 승부했던 배우들이라 대사 처리가 많으면 부자연스럽죠. 아마도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합류는 그러한 점을 노린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물량공세만큼은 시리즈 사상 최고
웨슬리 스나입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에도 해리슨 포드와 멜 깁슨의 출연 또한 반가웠습니다. 비록 브루스 윌리스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해리슨 포드가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줬고(게다가 분량도 브루스 윌리스에 비해 많이 늘어났습니다.) [리쎌웨폰] 시리즈의 돌아이 형사를 연상하게 했던 멜 깁슨의 악당 연기도 오랜만이라 반가웠습니다.
바니가 시저의 부상으로 예전 팀을 해체하고 스마일리(켈란 루츠), 루나(론다 로우지)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팀을 만드는 장면에서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의 켈란 루츠와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이며, 개봉 예정작인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도 출연하는 론다 로우지가 출연하는 장면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루나는 [익스펜더블] 시리즈 사상 최초의 여성 멤버라서 더욱더 신선하더군요.
[익스펜더블 3]는 이렇게 반가운 캐스팅 외에도 영화의 후반부인 아즈메니스탄의 폐건물에서의 액션 장면으로 [익스펜더블] 시리즈만의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스톤뱅크스(멜 깁슨)의 수 많은 병사들이 멍하니 서 있다가 주인공의 총에 우후죽순으로 나가 떨어지는 장면과 충분히 바니를 없앨 수 있었지만, 허세를 부리느라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는 스톤뱅크스의 장면은 아쉬웠지만, 탱크, 전투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폐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익스펜더블 3]는 북미에서 3천9백만 달러라는 충격적인 흥행 성적을 올렸고, 월드와이드 성적도 2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흥행 부진은 4편 제작의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린 이 막무가내 형님들을 진정으로 떠나보낼 때가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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