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준결승전 관람기> -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만끽하다.

쭈니-1 2014. 9. 29. 23:27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저는 올림픽, 아시안 게임, 월드컵 등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경기를 단 한번도 경기장에 가서 직접 관람을 한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관람료가 만만치 않았던 점도 있지만, TV에서 중계방송해주는 경기를 직접 경기장까지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이 귀찮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의 경기장 입장권이 팔리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인의 축제인데, 텅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할 선수들을 생각하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미안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큰 맘 먹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웅이는 사격, 양궁 등을 보고 싶어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이미 매진인 경기가 많아서 패쓰.

처음엔 9월 27일 하키 경기를 예매했지만, 토요일에는 웅이가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또 다시 패쓰.

결국 저희 가족에게 낙점된 경기는 바로 9월 28일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였습니다.

 

 

가족동반 할인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테니스 경기를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일요일... 경기시작은 12시부터였지만 저희 가족은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10시에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열우물 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30분, 주차를 마치고 예매한 표까지 찾고나니 11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희 가족이 100번째 입장객이어서 웅이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웅이의 손목에 테니스 스탬프를 꽝 하고 찍어주신...

웅이는 이 스탬프가 지워지면 안된다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중입니다.

 

 

9월 28일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총 다섯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그 중에서 대한민국과 인도의 남자 복식 경기는 세번째 경기였습니다.

저는 구피와 웅이에게 우리나라 경기만 달랑 보지 말고 다른 나라의 경기도 열심히 응원하면서 보자고 다짐한 상태.

그렇게 첫번째 경기인 인도 선수와 일본 선수간의 남자 단식 준결승 경기와 두번째 경기인 일본 선수와 중국 선수의 여자 단식 준결승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며 지켜봤답니다.

 

  

웅이는 저희 가족이 입장할 때부터 연습을 하던 인도 선수를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 이 선수는 일본 선수에게 세트 스코어 2대1로 역전패를 당한...

이 비운의 인도 선수는 우리나라와 인도의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도 출전했습니다.  

여자 단식 준경승전에서는 왜소해보이는 중국 여자 선수가 건강한 체구의 일본 여자 선수를 세트 스코어 2대1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첫번째 세트를 이긴 인도와 일본 선수는 결국 2, 3번째 세트를 내리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는 사실.

그러한 그날의 징크스는 세번째 경기인 대한민국과 인도의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제가 몰랐던 것이 있습니다.

테니스 경기가 굉장히 길더라는 사실.

한 경기당 거의 2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더군요.

11시부터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에 앉아 있었는데, 첫번째 경기가 끝나니 시간이 오후 2시가 넘어버린...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난터라 밖에 나가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자리를 비웠다가는 저희 자리를 다른 분들에게 빼앗길 것이 분명했기에 구피와 웅이가 편의점에서 주먹밥을 사오는 동안 저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결국 저는 그날 오전 11시부터 대한민국 복식 준결승 경기가 끝난 밤 7시까지 화장실 한번 간 것을 제외하고는 묵묵히 저희 가족 자리를 지켜냈답니다.

 

 

오후 다섯시경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한민국의 임용규, 정현과 인도의 유키 밤브리, 디비즈 샤란 간의 남자 복식 준결승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이 비어있었던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에는 어느덧 수 많은 관객들이 꽉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소리로 조용했던 경기장은 활기를 찾은...

물론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들 선수들의 플레이가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해 숨죽이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귀빈석에 앉은 한국 테니스 협회 관계자인 듯한 분의 응원은 제 눈쌀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인도 관객들이 "인디아~"라고 응원하자, "인디안 밥"을 외치며 인도의 응원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비매너를...

우리 모두 자국 선수를 응원하되, 남의 나라 선수를 비하하는 응원을 하지는 맙시다.

 

 

암튼 그날의 경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던...

만약 이 경기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저는 아마도 '너무 작위적이다.'라며 혹평을 했을텐데...

누가 일부러 짠 것도 아닌데 이런 극적인 드라마가 완성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날 경기는 중계 방송이 없었기에 아마 현장에 있었던 몇몇 관람객들만 만끽할 수 있었죠.

혹시 그날 경기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연합뉴스의 기사를 링크해둡니다.

 

 

경기가 끝난 시간은 밤 7시였습니다. 

대한민국 경기가 끝나도 남은 경기를 모두 보면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싶었지만...

점심식사도 과자와 편의점 주먹밥으로 떼우고 8시간 가량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에 앉아 있었던 저희 가족에겐 한계가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결국 극적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대한민국 테니스 선수들에게 맘껏 박수를 쳐주며 그날의 테니스 경기 관람은 막을 내렸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마치 제가 테니스 경기를 한 것처럼 기진맥진.

그런데 웅이와 구피는 테니스 경기를 보고나니 테니스가 배우고 싶다고 선언.

웅이와 구피의 테니스 레슨비를 벌려면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 

 

   

P.S. 준결승전에서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쓴 대한민국 테니스 남자 복식의 임용규, 정현은 9월 29일 결승전에서 인도의 사남 싱, 사케스 미네니 조를 세트스코어 2대0으로 물리치고 28년만에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축하합니다. 임용규, 정현 선수.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게 기적과도 같은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보여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