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 - 안일함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라!

쭈니-1 2014. 9. 19. 10:21

 

 

감독 :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주연 : 미키 루크, 제시카 알바, 조슈 브롤린, 에바 그린, 조셉 고든 레빗

개봉 : 2014년 9월 11일

관람 : 2014년 9월 17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9년 전의 영상쾌감을 나는 잊지 않았다.

 

2005년 7월 5일... [씬 시티]를 처음 봤을 때를 저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사실 [씬 시티]는 당시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간이 된다면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영화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인 [우주전쟁]을 재미있게 본 후 기분이 격앙되어서 충동적으로 [씬 시티]를 보게 되었고, 그런 우연한 선택은 제게 강렬한 영상쾌감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것입니다.

[씬 시티]를 두고 제가 영상쾌감이라는 표현까지 썼던 이유는 흑백과 원색의 아름다운 조화 때문입니다. [씬 시티]는 기본적으로 흑백 영화이지만, 흑백 화면 속에서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넣음으로써 강조하려는 것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습니다. 9년 전에는 그러한 [씬 시티]의 시도가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특히 극장에서 확인한 흑백과 원색의 조화는 제겐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상은 아름답지만, 영화의 내용은 잔인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씬 시티]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흑백과 원색의 조화, 아름다움과 잔인함의 공존. 서로 반댓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두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씬 시티]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죠.

 

[씬 시티]는 4천만 달러라는 적은 제작비로 북미 7천54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5천8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씬 시티 2]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했고, 실제로 [씬 시티 2]에 대한 소문은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씬 시티 2]가 우리 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씬 시티]가 개봉한지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말이 9년이지, 너무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씬 시티]를 본 이후부터 [씬 시티 2]를 기다려온 저는 9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느덧 [씬 시티 2]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기다림이 무관심이 되어 버린 것은 저 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북미에서 2014년 8월 22일에 개봉한 이후 흥행 참패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개봉 5주동안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벌어들인 돈은 고작 1천3백만 달러. [씬 시티]가 개봉 첫 주에 벌어들인 2천9백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처참한 성적입니다.

국내 개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봉 첫주 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0위에 오른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이대로라면 누적관객 10만명도 넘기지 못한채 곧바로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요?

 

 

흥행 실패의 원인이 궁금하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지난 9월 11일 개봉작 중에서 제겐 단연 최고의 기대작이었습니다. 비록 [씬 시티]가 개봉한 이후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2편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결코 극장에서 놓칠 수 없는 영화임에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가 북미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참패를 거두자 저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을 극장에서 보는 것에 대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대로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국내 흥행에서 참패를 거둔다면 조만간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는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될 것이 분명했고, 만약 이 영화가 최악으로 재미없다면 [씬 시티]에 대한 제 좋은 추억도 망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피마저 "난 망한 영화는 안봐!"라고 선언해버렸으니 제 고민은 더욱 깊어만 졌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제 선택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이 영화를 평가하자!'입니다. 그래서 신작이 개봉하기 전날인 수요일 밤에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을 혼자 보러 갔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러 가면서 극장 안이 텅텅 비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래도 십여명은 되는 관객들이 극장 안에 앉아 있더군요. 저처럼 망한 영화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이 꽤 많은 듯...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가 그렇게 엉망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씬 시티]와 비교한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씬 시티]도 '씬 시티'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세가지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나열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들 에피소드는 따로 논다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강을 이루는 작은 물줄기처럼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들도 너무 낭비되고 있었고, 원작에 없는 새로운 에피소드인 도박사 조니(조셉 고든 레빗)의 이야기는 뜬금없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마브(미키 루크)의 능력이 너무 과장되었다는 점인데, [씬시티]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영웅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이 낸시(제시카 알바)를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후 영화의 중심을 잡아줄 캐릭터로 마브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꽤 좋았습니다. 흑백과 원색의 조화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캐릭터들도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악녀인 아바(에바 그린)는 [씬 시티]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케빈(일라이저 우드)만큼이나 굉장했습니다. 노출을 불사하지 않은 에바 그린의 악녀 연기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두고 두고 회자될만한 불멸의 팜므파탈 캐릭터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씬 시티 : 다크 히어로의 부활]을 보기로 마음 먹은 것도 이 영화의 흥행 실패 원인이 궁금했기 때문이니만큼 이 영화의 영화 이야기에서는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보다는 아쉬웠던 점을 위주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각가가 따로 노는 에피소드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제작되는 동안 가장 화제가 되었던 배우는 바로 조셉 고든 레빗입니다. 그는 현재 할리우드의 가장 HOT한 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조토끼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타 배우들이 줄비한 이 영화에서 저도 가장 기대한 것은 바로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도박사 조니가 어떠한 활약을 하느냐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니는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 오늘에서야 저도 알았지만 조니는 애초부터 원작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문제는 바로 그러한 욕심에서 시작됩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새로운 캐릭터인 조니에 기대가 컸던만큼 조니의 활약상에 대한 실망감 또한 굉장히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조니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도박사입니다. 그는 위험천만한 '씬 시티'로 흘러 들어와 당돌하게 '씬 시티'의 절대 권력자 로어크에게 도전합니다. 그리고 로어크에게 굴욕을 안겨주며 승리를 거둡니다. 조니에게 굴욕을 얻은 로어크는 조니를 처절하게 응징합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도박사에서 한순간 밑바닥까지 추락한 조니. 그는 로어크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조니의 에피소드가 왜 필요한가? 라는 의문입니다. 단지 '씬 시티'의 절대 권력자인 로어크에 대한 잔인함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면 낸시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제가 서두에 [씬 시티]와는 달리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의 에피소드는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던 것은 바로 조니의 에피소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조셉 고든 레빗을 볼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뜬금없는 에피소드로 아무런 개연성없이 등장하는 것은 반갑지 않습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두편의 영화를 따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나는 낸시의 로어크에 대한 복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드와이트(조슈 브롤린)의 아바에 대한 복수입니다. 우선 로어크에 대한 복수에는 또다시 조니와 낸시의 에피소드로 나뉘는데, 낸시의 에피소드는 [씬 시티]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로어크는 낸시를 위험에 빠뜨렸다가 하티건에게 죽음을 당한 노란 녀석 로어크 주니어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인 드와이트의 아바에 대한 복수에서 특이한 점은 배우의 변경입니다. 드와이트는 [씬 시티]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낯익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씬 시티]에서 드와이트는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클라이브 오웬에서 조슈 브롤린으로 배우가 변경된 것일까요? 실제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마누트 역은 마이클 클락 던칸의 죽음으로 데니스 헤이스버트로 변경되었고, 미호 역은 드본 아오키의 임신으로 제이미 정으로 변경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드와이트의 배우 변경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아바에게 복수를 하는 드와이트의 에피소드가 [씬 시티]의 프리퀼임을 알수 있습니다. 로어크에 대한 복수를 하는 낸시는 [씬 시티] 이후의 이야기이고, 아바에 대한 복수를 하는 드와이트의 이야기는 [씬 시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을 이루는 두개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데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마브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씬 시티]의 원작은 1991년 연재를 시작해서 2000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졌고, 단행본으로 7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원작 자체가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연대기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씬 시티]의 이후와 이전 이야기가 뒤죽박죽된 것은 그러한 원작의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마브의 캐릭터 설정은 아무리 원작에 충실한 결과라고 할지라도 실망감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브는 로어크에 대한 낸시의 복수와 아바에 대한 드와이트의 복수라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을 이루는 두개의 이야기에 모두 중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에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마브의 캐릭터는 상당히 과장되게 설정되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같은 존재인 것이죠. 다른 캐릭터들이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반에 마브만은 '씬 시티'의 위에서 모든 것을 초월한 신과 같은 존재처럼 그려졌습니다.

아바에게 복수를 결심한 드와이트. 그는 아바의 보디가드인 마누트를 넘어서지 못하자 마브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마브는 별다른 조건없이 '재미있겠는데...'라며 마브의 복수극에 동참합니다. 그런데 마브를 이용하는 드와이트 뿐만이 아닙니다. 낸시도 로어크에 대한 복수를 위해 마브를 이용하는데, 그때마다 마브는 군말없이 청을 들어줍니다. 이렇게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마브를 안일하게 활용합니다. [씬 시티]에서 인간적이었던 하티건의 활약이 그리워질 정도입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적인 미학이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여성 캐릭터의 활약도 좋았는데 사상 최악의 팜므파탈이라 할 수 있는 악녀 아바를 비롯하여, 가련한 순수녀에서 강인한 여전사로 돌변하는 낸시, 그리고 올드타운의 위험한 창녀들까지...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진수성찬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에 대한 만족은 [씬 시티] 한편으로 이미 끝이 났습니다. [씬 시티]에 열광했던 관객들은 무려 9년 동안이나 기다려줬고, 그렇다면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씬 시티]와는 차별화된 그 어떤 재미를 관객 앞에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전편과 비슷한 재미로 그치는 것이 아닌... 게다가 이미 영화의 스토리 라인마저도 [씬 시티]와 비교해서 뒤떨어지니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속편의 비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나름 재미있었고, 3편이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작 중에서 타락한 정치인 브루노의 살인 사건을 의뢰받은 드와이트의 활약담을 담은 <씬 시티 5 : 패밀리를 위하여>와  해군 특수부대 출신인 전직 군인 윌레스가 우연히 에스더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하는 <씬 시티 7 : 지옥에서 돌아오다>는 아직 영화화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씬 시티 3]가 만들어진다면 이들 에피소드가 중심을 이룰 것입니다. 게다가 가장 [씬 시티 3]에서 가장 흥분되는 것은 만약 [씬 시티 3]가 만들어진다면 <씬 시티 7 : 지옥에서 돌아오다>의 주인공 윌레스로 조니 뎁이 캐스팅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흥행에 참패해서 [씬 시티 3]의 프로젝트가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야죠.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 개봉하기까지 9년을 기다렸습니다. 만약 [씬 시티 3]는 제작된다면 또다시 9년을 기다릴 마음의 준비가 저는 이미 되어 있답니다.  

 

P.S. [씬 시티 3]에 대한 정보는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님의 '어둡고 매혹적인 세계, 씬 시티 월드 분석'을 참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9년만에 제작된 이 영화는 너무 안일했다.

부디 3편에서는 이러한 안일함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다면

[씬 시티]의 신화는 멋지게 마무리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