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듀안 에들러
주연 : 데릭 허프, 보아, 웨슬리 조나단, 윌 윤 리
보아가 할리우드 진출을?
지난 4월 17일 [메이크 유어 무브]라는 낯선 제목의 미국 댄스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솔직히 타고난 몸치인 저는 댄스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 유명한 댄스 영화인 [더티 댄싱], [플래시 댄스]를 보긴 했지만 큰 감명을 받진 못했고, [열정의 람바다]를 극장에서 보고는 어설프게 람바다 춤을 따라한 것이 제가 기억하는 댄스 영화에 대한 추억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메이크 유어 무브]를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댄스 영화라고 해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가수인 보아가 [메이크 유어 무브]의 주연 배우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배우도 아닌 우리나라의 가수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을 맡다니... 어떤 영화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메이크 유어 무브]는 지난 4월 18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개봉 첫주 38위, 2주간 12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우리나라 개봉성적도 처참한데 9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 정도면 흥행 참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적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댄스
[메이크 유어 무브]의 감독은 듀안 에들러라는 낯선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그다지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댄스 영화의 각본으로 유명한데 최근까지 시리즈를 이어 나가고 있는 [스텝업], [스텝업 2 : 더 스트리트], [스텝업 3D]의 각본이 바로 듀안 에들러의 솜씨입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스텝업 : 올인]의 각본은 존 스웨트남이 맡았습니다.)
그 외에도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메이크 해픈] 등 댄스 영화의 각본을 썼던 그는 드디어 [메이크 유어 무브]를 통해 자신의 댄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감독 데뷔의 기회를 잡은 듀안 에들러. 그가 자신이 각본까지 맡은 [메이크 유어 무브]에 심혈을 기울 인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메이크 유어 무브]는 많은 것을 담아 내려 합니다. 특히 수 많은 멜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댄스 영화에 접목시킴으로써 댄스 뿐만 아니라 도니(데릭 허프)와 아야(보아)의 러브 스토리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듀안 에들러의 과욕이 [메이크 유어 무브]의 발목잡고 말았습니다.
간절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한계에 부딪히다.
사랑이라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용되는 보편적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영화에서 표현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아! 저 둘은 서로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영화 속의 사랑은 오히려 유치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크 유어 무브]가 바로 그러한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가석방중인 문제아 도니와 3개월이 지나면 비자가 만료되어 미국을 떠나야 하는 한국계 일본인 아야. 이 두 사람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애절하고 절박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두 사람의 사랑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한때 동료였지만, 지금은 앙숙 관계인 도니의 형 닉(웨슬리 조나단)과 아야의 오빠 카즈(윌 윤 리). 아야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아야의 닫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돈 많은 금융인 마이클(제퍼슨 브라운)의 방해, 그리고 도니와 아야의 불안정한 신분 등... [메이크 유어 무브]의 캐릭터들은 꽤 복잡합니다.
캐릭터는 복잡하고, 도니와 아야의 절박한 사랑도 그려야 하니 듀안 에들러 감독으로써는 댄스를 뒷전으로 밀어두고 러브 스토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배우가 아닌 보아와 데릭 허프의 연기력만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간절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한계에 부딪힙니다.
댄스와 사랑, 이 모든 것을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듀안 에들러 감독은 [메이크 유어 무브]에서 도니와 아야의 사랑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영화 속의 댄스를 그들의 사랑을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도니가 아야에게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닉의 클럽에 몰래 숨어 들어온 아야의 코부 공연 때문입니다. 도니와 아야의 사랑이 급진전되는 첫날밤 장면에서도 춤이 등장하고, 두 사람이 모든 역경을 딛고 사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장면 또한 댄스로 표현됩니다.
문제는 영화 속의 댄스가 도니와 아야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사용되다보니 정작 댄스 본연의 매력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야의 코브 공연은 처음엔 신선했지만 영화에서 너무 어려번 사용되다보니 점점 신선한 매력이 떨어집니다. 도니의 탠 댄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영화 속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도니와 아야의 댄스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댄스 영화로 풀어본 '로미오와 줄리엣'. 분명 듀안 에들러 감독의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보아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다보니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도 눈감아 줄 수 있을만큼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댄스 영화에서 영화 속의 댄스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뭐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제 결론은... '보아는 예뻤다!!!' 입니다. ^^
'아주짧은영화평 > 2014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덴시아 : 마법왕국의 전설] - 어쩌면 내겐 마지막 어린이 애니메이션 (0) | 2014.09.15 |
---|---|
[익스트랙티드] - 매력적인 소재, 하지만 부족한 상상력 (0) | 2014.09.12 |
[드래프트 데이] - 프로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느낄 수 있는 짜릿함 (0) | 2014.09.02 |
[사보타지] -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다. (0) | 2014.08.22 |
[아워즈] - 최악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아버지의 집념을 이기지는 못했다. (0) | 201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