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나단 리브스만
주연 : 메간 폭스, 윌 아넷, 윌리암 피츠너
개봉 : 2014년 8월 28일
관람 : 2014년 8월 31일
등급 : 12세 관람가
24년만에 만난 닌자 거북이
1990년 할리우드의 최대 이변은 단연 [닌자 거북이]라는 제목의 영화였습니다. [닌자 거북이]는 1천3백만 달러라는 조촐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1억3천5백만 달러의 북미 흥행을 올렸고, 이는 [나홀로 집에], [사랑과 영혼], [늑대와 춤을], [귀여운 여인]에 이은 1990년 북미 흥행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닌자 거북이]는 북미에서의 대박 흥행에 힘입어 그해 7월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네마리의 돌연변이 거북이의 활약을 미국 관객만큼 환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제 막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사춘기 시절의 저 역시도 북미 흥행작을 거의 빼놓지 않고 관람했지만 [닌자 거북이]만큼은 외면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비록 [닌자 거북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괴상해보이는 흥행작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남겨 두었습니다. [닌자 거북이]는 1991년 2편인 [닌자 거북이 : 녹색 액체의 비밀]을, 1993년에는 3편인 [닌자 거북이 : 어메이징 뮤턴트]가 제작되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흥행 수익은 떨어졌고, 결국 시리즈는 3편에서 멈췄습니다.
[닌자 거북이 : 어메이징 뮤턴트]이후 14년 후에서야 애니메이션인 [닌자 거북이 TMNT]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흥행은 미지근했습니다. 이렇게 '닌자 거북이'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려는 그 순간, 세계적인 흥행 감독 마이클 베이 감독이 '닌자 거북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입니다. 24년동안 잠자고 있던 [닌자 거북이]에 대한 제 호기심이 다시 깨어난 것도 바로 그 즈음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고, [월드 인베이젼], [타이탄의 분노]를 연출했던 조나단 리브스만이 연출을 맡은 [닌자 거북이]의 리부트 [닌자 터틀]이 드디어 2014년 여름 공개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미국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는데, 북미에서 지난 8월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무려 1억6천2백만 달러의 북미 흥행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웅이와 함께 [닌자 터틀]의 국내 개봉일을 기다렸습니다. [닌자 터틀]의 국내 개봉일은 북미 개봉일보다 3주가 늦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동안 24년전 영화인 [닌자 거북이]로 예습을 먼저했습니다. 이렇게 별 기대없이 보기 시작한 [닌자 거북이]는 생각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저예산 영화다운 유치한 특수효과가 눈에 거슬렸지만, 반항기에 접어든 10대 아이들로 구성된 풋 클랜이라는 범죄 집단과, 반항적인 10대 돌연변이 거북이의 대결이라는 영화의 구성이 기발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고보니 24년전 [닌자 거북이]가 개봉했을 당시 저 역시도 10대 사춘기 소년이었지만, [닌자 거북이]를 외면했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10대 아들과 함께 [닌자 거북이]를 보며 열광하고 있으니 저도 참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닌자 터틀]을 예매한 8월 31일 아침엔 우연히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방영해준 [닌자 거북이 TMNT]까지 봤답니다. 전날 북한산 정상을 정복했기에 온 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잠이 덜 깬 상황에서도 [닌자 거북이 TMNT]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정도로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예습을 마치고 8월의 마지막날 오후 웅이와 함께 [닌자 터틀]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닌자 거북이'들
[닌자 거북이]가 예상 외의 흥행 대박을 터트린 것이 1990년. 무려 24년 전의 일입니다. 10대 사춘기였던 제가 10대 아들을 둔 40대 중년이 되어 있을만큼 긴 시간이 흐른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이 긴 시간동안 '닌자 거북이'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사실 [닌자 터틀]의 '닌자 거북이'들의 모습은 개봉 전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닌자 거북이] 때보다 멋있어졌다!'라는 의견과 '[닌자 거북이]보다 너무 징그러워졌다!'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눠었던 것이죠. 저 역시도 24년 전과는 너무 달라진 [닌자 터틀]의 '닌자 거북이'가 어색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런 외면적인 것이 아닙니다. [닌자 터틀]은 '닌자 거북이'를 부활시키면서 그들의 탄생 과정과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바로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솔직히 [닌자 거북이]는 '닌자 거북이'의 탄생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닌자 거북이'의 스승인 쥐, 스플린터와 범죄 집단 풋 클랜의 두목인 슈레더의 악연은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닌자 거북이'는 그저 하수구에 버려진 애완 거북이가 정체 모를 방사능 물질에 유출되어 사람 크기로 커졌다고만 설명합니다.
'닌자 거북이'와 TV 기자인 에이프릴(쥬디스 호그)의 인연도 우연에 의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저 에이프릴이 풋 클랜의 범죄에 희생될 뻔한 것을 '닌자 거북이'들이 구해줬다는 것으로 간단히 설명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닌자 거북이]는 스플린터와 슈레더가 주인공으로 보이고, 정작 주인공인 '닌자 거북이'와 에이프릴은 그들의 악연을 위한 조연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닌자 터틀]은 '닌자 거북이'의 탄생을 중요하게 다루고, '닌자 거북이'. 스플린터 그리고 에이프릴, 슈레더의 얽힌 관계를 복잡하게 설정하여 영화 속의 모든 이야기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에이프릴(메간 폭스)의 아버지인 오닐 박사가 기업가인 에릭 삭스(윌리암 피츠너)와 함께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연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들은 스플린터라는 이름을 가진 한 마리의 쥐와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인 레오나르도, 라파엘, 도나텔로, 미켈란젤로의 이름을 가진 네 마리의 어린 거북이를 대상으로 실험에 돌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닐 박사는 에릭 삭스의 숨겨진 음모를 알아챘고, 실험을 중단하기 위해 실험실에 불을 지릅니다. 아버지의 연구실에 놀러온 어린 에이프릴은 스플린터와 네마리의 실험 거북이를 구해줬고, 그들은 하수구에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실험 약물에 의해 뛰어난 지능과 슈퍼 히어로급 육체를 가진 돌연변이로 진화한 것입니다.
그저 우연히 하수구에 버려진 방사능 물질로 인하여 돌연변이가 되었다는 [닌자 거북이]의 설명보다 에릭 삭스의 음모로 인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인하여 돌연변이가 되었다는 [닌자 터틀]의 이야기가 훨씬 그럴 듯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스플린터, '닌자 거북이'와 에이프릴의 관계 또한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닌 인연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었으며, 무엇보다 에이프릴은 그저 기자로써의 사명감이 아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슈레더와 에릭 삭스의 음모를 막는 것으로 설정되어 영화 속의 캐릭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듭니다.
캐릭터의 비중을 동등하게 나누다.
'닌자 거북이'는 네 마리의 거북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팀의 리더인 레오나르도와 다혈질의 반항아인 라파엘,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도나텔로와 팀의 막내이자 익살꾼인 미켈란젤로가 '닌자 거북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팀의 구성원이 많다보면 당연하게도 인기있는 캐릭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닌자 거북이'에서는 팀의 리더인 레오나르도와 레오나르도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반항아 라파엘의 인기가 절대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007년에 만들어진 [닌자 거북이 TMNT]는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을 중심으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닌자 거북이 TMNT]는 레오나르도가 정신 수련을 위해 팀을 떠난 이후의 이야기를 합니다. 레오나르도가 사라진 사이 라파엘은 레오나르도를 원망하며 홀로 뉴욕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000년전의 저주가 다시금 깨어나려하자 레오나르도는 수련을 마치고 팀에 복귀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엔 라파엘이 레오나르도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닌자 거북이 TMNT]는 이렇게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이며,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들은 서로 손을 잡음으로써 진정한 팀으로 재탄생되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이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여는 동안 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의 존재감은 희미해졌습니다.
하지만 [닌자 터틀]은 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의 비중을 눈에 띄게 늘려놓습니다. 일단 도나텔로는 외모에서부터 다른 '닌자 거북이'와는 다른 차별화를 둡니다. '닌자 거북이'는 얼굴에 쓴 망토의 색깔로 이름을 구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도나텔로는 팀의 브레인이라는 이미지답게 안경을 쓴 튀는 외모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도나텔로가 외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미켈란젤로는 화려한 입담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애초에 미켈란젤로는 팀의 익살꾼으로 매력이 분명한 캐릭터입니다. [닌자 거북이 TMNT]에서도 레오나르도가 수련을 위해 팀을 떠나자 이벤트 회사를 차려 돈을 벌기위해 나서는 엉뚱한 면을 선보였습니다. 그러한 그의 익살은 [닌자 터틀]의 웃음을 책임집니다.
에이프릴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들이대는 미켈란젤로. 특히 마지막에 에이프릴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제게 큰 웃음을 안겨줬습니다. [닌자 터틀]이 이전의 '닌자 거북이'영화들과 비교해서 코믹한 부분이 대폭 늘어난 것은 바로 이러한 미켈란젤로의 맹활약 덕분입니다. 이렇듯 [닌자 터틀]은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던 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의 비중을 높이며, '닌자 거북이'의 캐릭터 비중을 동등하게 나누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레오나르도는 팀의 리더로 책임감이 있었고, 라파엘은 여전히 반항아적 기질을 선보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라파엘의 반항아적 모습이 약간 무너지긴 하지만... [닌자 터틀]의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확실한 장점은 이렇게 '닌자 거북이' 캐릭터를 골고루 잘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닌자 거북이'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물론 [닌자 터틀]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닌자 거북이], [닌자 거북이 TMNT]에서 '닌자 거북이'와 함께 맹활약했던 케이시(일라이어스 코티스)라는 캐릭터가 빠졌다는 점입니다.
케이시는 '닌자 거북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뉴욕의 악을 처치하는 영웅입니다. 그는 에이프릴과 사랑에 빠지는 중요한 역할도 하는데 [닌자 거북이 TMNT]에서 케이시와 에이프릴은 함께 동거를 하는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닌자 터틀]은 케이시를 빼버립니다. 아마 슈레더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데 '닌자 거북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에이프릴에게 흠뻑 빠져 있는 어리버리 방송국 카메라 기자 번 펜웍(윌 아넷)을 새롭게 투입하였습니다. 하지만 굳이 번 펜웍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2편에서 케이시를 등장시킬 것이 아니라면 올드팬을 위해서라도 번 펜웍의 역할을 케이시에게 맡겨도 좋았을텐데...
에릭 삭스의 음모도 너무 전형적이더군요. 분명 [닌자 거북이]의 십대 갱단 풋 클랜보다는 뉴욕을 죽음의 도시로 만들으려는 에릭 삭스의 음모가 훨씬 거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음모가 거대하다고해서 영화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닌자 거북이]의 범죄는 소박했지만, 10대 반항아 아이들로 구성된 풋 클랜과 10대 반항아 돌연변이 거북이의 묘한 대립구도가 참 흥미로웠는데, [닌자 터틀]은 그러한 흥미로운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닌자 터틀]은 [닌자 거북이]를 리부트하는데 있어서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은 영화답게 시각적인 볼거리가 굉장히 풍부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에이프릴과 번 펜웍이 에릭 삭스와 슈레더의 음모를 막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 트럭을 운전하는 장면은 마이클 베이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카체이싱 액션의 쾌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게다가 슈레더가 입고 나온 갑옷은 단순한 사무라이 갑옷이 아닌 [트랜스포머]의 로봇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았기에 가능한 시각적 볼거리일 것입니다.
이렇게 [닌자 터틀]은 완벽하게 [닌자 거북이]를 되살려 냈습니다. 비록 24년전 [닌자 거북이]와 마찬가지로 [닌자 터틀]의 국내 흥행은 미지근하지만, 북미 흥행에서 대박 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닌자 거북이'의 새로운 시리즈화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닌자 터틀]의 아쉬운 점이 이후 영화에서 보완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저 역시 24년만에 유쾌하고 짜릿한 '닌자 거북이'의 액션 쾌감을 만끽한 만큼 [닌자 터틀 2]를 기대할 것입니다. 물론 웅이와 함께 말이죠. [닌자 터틀]을 본 후 웅이와 함께 '코와붕가'을 외치며 유쾌하게 집으로 향했답니다. 다시 만날 '닌자 거북이'를 기대하며...
이 유쾌한 녀석들의 짜릿한 액션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코와붕가'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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