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븐 쿼일
주연 : 리처드 아미티지, 사라 웨인 콜리스, 맷 월쉬
개봉 : 2014년 8월 28일
관람 : 2014년 8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자연의 거대함 앞에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며칠 전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래봤자 하늘에서 내리는 비인데, 도대체 얼마나 내렸길래 이런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천 급류에 휩쓸리는 뉴스 영상과 버스가 급류에 휩쓸리자 버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몰려드는 버스 승객의 모습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자연의 거대한 힘 없이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 언제 어디에서든 그러한 자연의 공격을 당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수 많은 시간동안 자연 재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 문명이 발전되고, 인간 스스로 자연을 정복했다고 선언해도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거대함 앞에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투 더 스톰]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인투 더 스톰]은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을 담은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입니다. 그깟 바람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인투 더 스톰]을 보시 시작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토네이도의 위력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사실 토네이도의 위력을 담은 영화는 [인투 더 스톰]이 처음은 아닙니다. [트위스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피드]를 연출했던 쟝 드봉 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트위스터]는 1996년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어 북미 흥행 2위를 기록할만큼 관객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트위스터]가 개봉될 당시 이 영화가 그토록 흥행에 성공할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트위스터]는 토네이도의 위력을 표현하기 위해 순수 제작비 9천2백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당시에는 무명 배우에 불과했던 헬렌 헌트, 빌 팩스톤 등을 캐스팅하여 제작비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트위스터]의 북미 개봉일 역시 치열한 눈치싸움의 결과였습니다. [트위스터]는 1996년 썸머시즌의 최고 흥행 기대작인 [미션 임파서블]의 개봉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썸머시즌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5월 10일로 개봉일자를 잡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위스터]는 [미션 임파서블]보다 더 많은 흥행 수입을 올렸고, 그 이후부터 썸머시즌의 다크호스 영화는 5월에 일찌감치 개봉하는 전통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관객들은 [트위스터]에 열광한 것일까요?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무시무시한 외계 침략을 다룬 영화도 아니고, 인류의 멸망과도 같은 거대한 재난도 아닌, 기껏 토네이도에 의한 작은 재난을 다룬 영화인데 말입니다. 정답은 바로 [트위스터]의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당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트위스터]의 재난에 공감했던 것입니다.
[트위스터] 따라가기! [트위스터] 넘어서기?
명백히 [인투 더 스톰]은 [트위스터]의 뒤를 잇는 재난 영화입니다. 물론 [트위스터]의 흥행 성공 이후 수많은 아류작이 범람했지만, 그들 영화는 어디까지나 [트위스터]의 흥행에 기댄 비디오용 영화였습니다. 그렇기에 흥행 대작 [트위스터]의 후계자라고 하기엔 모자람이 많았습니다.
그들 B급 비디오용 영화들과는 달리 [인투 더 스톰]은 썸머시즌의 끝자락인 지난 8월 8일 북미 개봉해서 개봉 첫주에 [닌자 터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은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3주 동안 이 영화가 기록한 흥행 수입은 고작 3천9백만 달러. 무려 2억4천1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 [트위스터]와 비교해서 너무 초라합니다. 그렇다면 왜 [트위스터]에 열광했던 북미 관객들이 [인투 더 스톰]은 외면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인투 더 스톰] 안에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인투 더 스톰]은 [트위스터] 따라가기로 시작됩니다. [인투 더 스톰]은 [트위스터]처럼 스타급 배우 캐스팅없이 제작비의 거의 대부분을 전부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을 보여주는데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리처드 아미티지, 사라 웨인 콜리스, 맷 월쉬라는 우리에겐 낯선 배우들로 영화가 가득 채워집니다.
리처드 아미티지는 최근에 와서야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소린 역을 맡으며 급부상하고 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호빗]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아직 눈에 띄는 영화가 없습니다. 사라 웨인 콜리스는 영화보다는 미국 드라마인 [워킹 데드]로 친숙한 배우이고, 맷 월쉬 역시 [듀 데이트], [19곰 테드], [무비 43], [디스 이즈 디 엔드] 등 미국식 코미디 영화에 조연으로 자주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인투 더 스톰]의 영화적 전개도 [트위스터]와 비슷합니다. [트위스터]는 이혼 위기에 처한 조(헬렌 헌트)와 빌(빌 팩스톤)이 잃었던 사랑을 회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인투 더 스톰] 역시 게리 모리스(리처드 아미티지)와 두 아들인 제이콥, 트레이가 서로 소원했던 가족간의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연구가 토네이도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피트(맷 월쉬)의 마지막 모습은 [트위스터]에서 토네이도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나은 예보 체제를 세워 인명을 구하는 것이 목표인 조와 빌의 사명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인투 더 스톰]은 [트위스터]보다 업그레이드된 영화적 재미를 위해 [트위스터]와의 차별화를 선언합니다. 그것은 바로 슈퍼 토네이도라는 [트위스터]의 토네이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의 거대한 자연재해입니다. [인투 더 스톰]의 슈퍼 토네이도는 자동차는 물론 거대한 비행기조차 날려버리고, 건물은 물론 남아나지 못합니다.
영화를 보며 저런 토네이도가 만약 대도시를 강타한다면 그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건물 안으로 피난을 하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는 슈퍼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처참한 건물의 잔해와 토네이도에 휩쓸린 사람들의 죽음만이 남아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것입니다. [인투 더 스톰]의 [트위스터]를 넘어서겠다며 과도하게 토네이도의 위력을 키움으로써 오히려 이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닌 SF 영화처럼 느끼게 되어 버렸습니다. [트위스터]를 보며 "나도 저런 재난을 당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인투 더 스톰]을 보면서는 그저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을 즐기기만 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초반, 잘 정돈된 후반
분명 [인투 더 스톰]은 [트위스터]와 비교한다면 재난영화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재난영화에서 가장 큰 영화적 재미는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재난의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것인데 [인투 더 스톰]은 토네이도의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락영화로 평가한다면 [인투 더 스톰]은 1시간 30분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인투 더 스톰]의 순수 제작비는 5천만 달러입니다. 물론 5천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결코 적은 제작비는 아니지만 18년전 영화인 [트위스터]의 순수 제작비가 9천2백만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인투 더 스톰]은 저예산 영화인 셈입니다. [인투 더 스톰]의 영화 초반은 페이크 다큐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수 많은 영화들이 페이크 다큐 기법으로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제작비 2천5백만 달러의 [클로버필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렇듯 [인투 더 스톰]은 초반의 페이크 다큐 덕분에 제작비를 절감했을지도 모르지만, 페이크 다큐 때문에 영화 초반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교감인 아버지 때문에 25년후 미래를 위한 인터뷰 영상을 찍는 제이콥과 트레이 형제, 토네이도의 내부를 촬영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감독 피트(맷 월쉬)와 앨리슨 일행,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두 얼간이까지... [인투 더 스톰]은 여러 등장 인물들의 카메라 영상으로 영화의 초반을 장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등장 인물들이 각종 카메라 영상을 통해 어지럽게 나열되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극장에서는 등장 인물들을 소개하는 자막과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사 자막이 겹쳐지며 더욱더 제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슈퍼 토네이도가 실버톤이라는 작은 마을을 덮치면서 혼란스러웠던 초반부는 점차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티븐 쿼일 감독이 토네이도 장면까지 페이크 다큐의 기법을 이용할까봐 걱정했습니다. 토네이도 장면은 거대한 스펙타클이 중요한데, 페이크 다큐로 찍는다면 스펙타클은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카메라 화면 안에 갇힌 토네이도 영상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다행히도 중반부에 넘어서며 영화 속 캐릭터들은 카메라를 집어 던집니다. 그러면서 슈퍼 토네이도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아들을 찾아야 하는 게리와 슈퍼 토네이도를 촬영해야 하는 피트 일행이 함께 힘을 합치고, 초반부터 어수선하게 나열되었던 캐릭터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입니다.
특히 초반 어수선의 가장 큰 주범인 두 얼간이가 영화 중반부에 토네이도의 바람 속으로 사라진 것은 영화의 안정적인 전개를 위해 다행스러운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계속 게리와 앨리슨을 쫓아다니며 "우린 유튜브 스타가 될거야!"를 외쳤다면 슈퍼 토네이도에 의한 긴장감이 퇴색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두 얼간이가 보고 싶은 분들은 영화 엔딩을 기대하시길...)
이렇게 [인투 더 스톰]은 초반의 어수선함을 넘어 후반에 갈수록 꽤 재미있는 오락 영화로 진화됩니다. 영화 제작비의 거의 대부분을 쏟아 부은 것이 확실해 보이는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은 너무 강력해서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긴 했지만, 그래도 오락 영화의 스펙타클한 재미로써는 더할나위없이 안성마춤이었습니다.
나는 피트가 가장 아쉽더라.
재난 영화로는 아쉽지만, 오락 영화로는 합격점을 주고 싶은 [인투 더 스톰].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를 조금만 더 손본다면 좀 더 재미있는 (그리고 흥행적으로도 성공적인) 오락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인투 더 스톰]이 약간 심심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악역이 없다는 점입니다. 재난 영화인 [트위스터]에서도 악역은 존재했습니다. 바로 조와 빌의 경쟁그룹 팀장 조나스입니다. 그는 대기업체의 후원을 받고 조가 개발한 토네이도 계측기인 '도로시'를 베낀 기기를 만들어 토네이도의 비밀을 먼저 밝히려합니다. 이렇게 조나스는 악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참 얄미운 악역인 셈입니다.
[인투 더 스톰]에서도 그러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감독인 피트입니다. 그는 실버톤에 재앙을 가져올 슈퍼 토네이도를 "평생 이 녀석을 기다렸어."라며 오히려 반깁니다. 그러한 피트의 모습은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해서라면 사람들의 죽음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을 악역이 될 가능성을 내비칩니다.
특히 카메라 기사가 슈퍼 토네이도에 휩쓸려 죽음을 당하자 그가 촬영한 영상부터 확인하는 피트의 냉철한 모습은 [인투 더 스톰]의 후반부 긴장감을 위해 그가 할 역할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투 더 스톰]이 오락 영화로 영화적 재미를 좀 더 확보하려면 거대한 슈퍼 토네이도의 무시무시한 위력 외에도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악역이 필요했고, 그러기에 피트는 적역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쿼일 감독은 피트가 악역이 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트는 악역 대신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후반부 피트의 행동으로 인하여 게리와 앨리슨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 은근히 기대했던 저는 피트의 갑작스러운 변심이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토네이도에 휩쓸리는 피트의 마지막 표정에서 '오즈'에 도착한 도로시의 순진한 표정을 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인투 더 스톰]은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을 제외하고는 약간은 심심한 오락 영화였습니다. [인투 더 스톰]은 마치 착하디 착한 디즈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엄청난 토네이도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캐릭터의 죽음을 최소화하며 마지막까지 훈훈하게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그러한 착한 전개는 [인투 더 스톰]을 결국 슈퍼 토네이도의 위력 외에는 다른 즐길 거리가 없는 영화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인투 더 스톰]을 본 후 극장을 나오는 길. 물론 [인투 더 스톰]의 슈퍼 토네이도는 가상의 재난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긴장감은 덜 했지만, 만약 정말 영화 속의 슈퍼 토네이도가 우리나라의 서울을 덮친다면 영화처럼 훈훈하지 않고 끔찍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렇게 [인투 더 스톰]을 보고나니 남부 지방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재난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인투 더 스톰]의 실버톤 사람들이 재난을 이겨내고 밝게 웃는 것처럼, 남부 지방의 수해를 입은 분들도 이 재난을 이겨내고 다시금 밝게 웃으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올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재난 뉴스를 보면서 나는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뉴스 화면 속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러한 두려움, 불안함이 재난 영화의 힘이라면...
[인투 더 스톰]은 그저 스펙타클한 쾌감만을 안겨준 오락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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