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에릭 헤이서러
주연 : 폴 워커, 제네시스 로드리게즈
폴 워커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
지난해 11월 30일 폴 워커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사실 폴 워커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저로써는 그의 죽음이 안타까웠습니다.
폴 워커는 이렇게 세상을 떠났지만 우린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2014년 8월 27일 개봉 예정인 [브릭 맨션 : 통제불능 범죄구역]이 우리 관객을 기다리고 있으며, 폴 워커의 대표작이자 촬영중 사망으로 영화 속의 폴 워커가 어떻게 처리될지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분노의 질주 7]도 조만간 우리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아워즈]는 그에 앞서 개봉한 영화입니다. 비록 신예 감독의 저예산 스릴러 영화라서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1시간 37분의 러닝 타임동안 폴 워커의 원맨쇼와도 같은 영화이기에 폴 워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라도 풀기 위해서라도 필수 관람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미국 최악의 폭풍 카트리나
[아워즈]의 배경은 2005년 8월 29일 뉴올리언즈입니다. 그날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를 덮친 날입니다.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제방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그로인하여 물이 시가지로 밀려들어와 시내에 남아 있던 주민들 중 다수는 헤엄을 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거나 다락방 또는 지붕에 갇혀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만 했다고 합니다.
[아워즈]는 카트리나로 인하여 모두 피신한 어느 병원에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갖 태어난 딸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놀런 헤이스(폴 워커). 딸이 태어나던 날 그의 사랑하는 아내 아비게일(제네시스 로드리게즈)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놀런에게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텅빈 병원에서 딸의 목숨을 지켜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카트리나로 인하여 병원의 전기 시스템이 다운됩니다. 다행히 인공호흡기에는 자체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지만 배터리 수명도 다한 상태. 결국 수동 발전기로 배터리를 충전시키지만, 수동 발전기의 최대 충전 시간은 고작 3분. 놀런의 입장에서는 산넘어 산인 셈입니다.
카트리나보다 무서운 것은 외로움과 절망감이다. [아워즈]는 놀런이 처한 상황을 1시간 30분 동안 보여줍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사랑하는 아내가 죽음을 당했고, 갖 태어난 딸은 48시간동안 인공 호흡기를 의지해야 합니다. 병원의 사람들은 카트리나를 피해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모두 옮긴 상태. 놀런 혼자 이 텅빈 병원에서 딸을 살리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수동발전기의 충전 시간은 3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듭니다. 구조 요청을 하려 해도 3분 안에 인공 호흡기의 수동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 놀런에겐 시간도 없고, 그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 것은 구조견입니다. 병원의 전선이 다리에 묶여 오도가도 못한 구조견을 구해준 놀런. 마치 [캐스트 어웨이]에서 척(톰 행크스)에게 윌슨이 있었듯이 텅빈 병원의 외로움에서 놀런을 지켜준 것은 죽은 아내와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구조견 뿐이었습니다. 놀런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영화가 후반으로 향하자 저는 놀런에 처한 상황에 새로운 위기가 닥쳐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제 예상대로 놀런에게 최악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것은 미국 최악의 태풍 카트리나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입니다. 실제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했던 당시 총으로 무장한 개인과 집단의 약탈과 폭동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놀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에서 구조대를 하염없이 기다린 놀런. 하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은 구조대가 아닌 약탈자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놀런이 처한 그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놀런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텅빈 병원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들이 아닐까요? 참 암울하지만 사실이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1시간 30분동안 긴장하면서 [아워즈]를 지켜보며 놀런을 응원해야 했습니다. 내가 만약 저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저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아워즈]를 보면서 계속 '내가 만약 저 상황에 처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저 역시 놀런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최악의 허리케인이 병원을 덮쳤다고해도 자신의 자식을 버려두고 혼자 살겠다고 병원을 빠져 나가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놀런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듯이, 저 역시 그러했겠죠. [아워즈]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다운 단출한 스케일을 선보이지만,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과는 달리 영화의 긴장감은 1시간 30분 내내 유지된 영화입니다. 폴 워커 역시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진솔하게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조만간 개봉할 [브릭 맨션 : 통제불능 범죄구역]이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이미 폴 워커는 하늘나라에서 멋진 질주를 하고 있을테지만, 땅에 남아 있는 우리들은 그가 남기고간 영화들을 통해 그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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