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더 콩그레스] - 점점 커져만가는 조금은 당혹스러운 세계관.

쭈니-1 2014. 8. 10. 22:12

 

 

감독 : 아리 폴먼

주연 : 로빈 라이트, 하비 케이틀, 대니 휴그턴

 

 

미래의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2001년 [파이널 판타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사실 [파이널 판타지]의 영화적 만듦새는 엉망이었지만 3D 캐릭터에 대한 완성도만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3D 캐릭터의 모습을 보며 저는 미래에는 3D 캐릭터가 영화 배우들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더 콩그레스]의 내용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13년 전 [파이널 판타지]를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습니다. [더 콩그레스]는 한때 만인의 연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배우 로빈 라이트(로빈 라이트)가 나이가 들어서 배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로빈의 자리는 자신의 얼굴, 표정, 목소리를 스캔한 3D 배우로 대체된다는 내용입니다. [더 콩그레스]의 내용 자체가 [파이널 판타지]를 봤을 당시에 제 생각과 똑같았던 것입니다. 

[더 콩그레스]에서 로빈은 세계 최대의 영화제작사인 미라마운트(미라맥스+파라마운트?)의 제프 그린(대니 휴스턴)과 자신의 3D 캐릭터의 20년간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며 평범한 여자, 엄마로서의 자유를 획득합니다. 그러한 설정 자체가 저는 흥미로웠고, 이후 로빈에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더 콩그레스]를 선택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큰 세계였다.

 

반항적인 딸 사라 라이트와 부분적으로 청력이 감소되다가 점차 시력과 청력을 잃게 되는 어셔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 론 라이트. 로빈은 그들을 돌보려면 돈이 필요했습니다. 배우로서의 자기 자신이 3D 캐릭터로 대체된다는 사실에 머뭇거리던 로빈은 매니저인 알(하비 케이틀)의 설득으로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저는 바로 로빈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그 순간 [더 콩그레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년 후로 훌쩍 시간을 건너뛰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리 폴먼 감독은 배우가 3D 캐릭터로 대체된 미래의 영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로빈이 자신의 이미지를 3D 캐릭터에 양도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이 그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콩그레스]가 향하고 있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큰 그림은 20년 후 로빈이 미라마운트의 초청으로 '미래학 회의'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애니메이션의 세상... 미래학 회의

 

로빈의 3D 캐릭터는 '트리플 R'([트리플 X]의 패러디?)이라는 제목의 SF영화에서 강한 여전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로빈이 '미래학 회의'에 초청이 된 것은 미라마운트의 계약 연장 제의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래학 회의'가 개최되는 아브라하마 호텔은 애니메이션 제한 구역입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 제한 구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했지만, [더 콩그레스]는 곧이어 로빈은 물론 영화의 배경까지 애니메이션화된 새로운 세계를 제 앞에 활짝 펼쳐 보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 한다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는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콩그레스]에서의 애니메이션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세계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물약을 마시면 자신의 모습을 자유 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상상속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신이 형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표현의 한계가 무한하니까요.

미라마운트에서 로빈에게 제안한 연장 계약은 바로 로빈의 이미지를 음료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누구나 로빈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제 3D 캐릭터는 영화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일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것입니다. 그러한 [더 콩그레스]의 영화적 상상력은 겨우 3D 캐릭터에 의한 영화의 미래에 국한된 생각을 했던 저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점점 기괴해지는 애니메이션의 세상

 

하지만 [더 콩그레스]의 세계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미라마운트의 계획에 반대하는 저항군의 습격, 미라마운트에서 로빈 라이트 부서의 부장으로 여전사 로빈을 만들어낸 딜런 트루라이너와의 만남 등 급작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결국 로빈은 환각유발제에 오염되어 20년간 냉동됩니다. 그러면서 [더 콩그레스]는 제게 점점 당혹스러운 혼란을 안겨줍니다.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로빈. 그곳에서는 딜런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세상은 20년 전보다 더욱더 기괴한 애니메이션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로빈은 아들인 아론을 찾으려하지만 환상의 세계에서 아론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론은 환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죠.

아론을 찾기 위해 로빈이 실제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은 [매트릭스]를 연상하게할 만큼 충격적입니다. [매트릭스]에서 몸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영양분 신세였지만, 정신은 자유로운 삶을 영유하던 사람들처럼, [더 콩그레스]에서도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세계의 환각에 빠져 자신의 본 모습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관에 당황하다.

 

처음에 저는 [더 콩그레스]를 미래의 영화와 미래의 배우에 대한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시작 50여분이 지나자 3D 캐릭터가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실생활에 활용되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죠. 그때까지만해도 저는 '어쩌면 미래엔 저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멈추지 않고 [더 콩그레스]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세계관을 넓혀갑니다. 급기야는 제가 따라갈 수 없을만큼 멀찌감치 달아나며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혼란스러운 세계관을 펼쳐 보입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커져버린 이 영화의 세계관에 저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 콩그레스]를 복잡하게 보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러한 광대한 세계관을 결국 아우르는 것은 아론에 대한 로빈의 모성애입니다. 이미 환상과 실제가 불분명하게 얽힌 세계에서 로빈은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는 아론과 함께 사는 환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 콩그레스]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마지막만큼은 묘한 여운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