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몬스터즈] - 저예산 SF영화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영화

쭈니-1 2014. 7. 31. 16:47

 

 

감독 : 가렛 에드워즈

주연 : 스쿳 맥네이리, 휘트니 에이블

 

 

무엇이 이 신예 감독에게 [고질라]의 메가폰을 잡을 수 있게 만들었는가?

 

일본 SF 시리즈로 이름을 날렸지만 1998년, 당시 최고의 상업영화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에 의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난 [고질라].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고질라]는 미지근한 흥행 성적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로인하여 [고질라]는 일본에서와는 달리 시리즈화되지 못하고 무려 15년동안이나 깊이 잠에 빠져 있어야 했습니다.

2014년 [고질라]는 리메이크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순수 제작비만 1억6천만 달러가 들어간 이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맡은 감독은 신예 가렛 에드워즈였습니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영국에서 2010년에 단돈 15,000달러로 [몬스터즈]라는 저예산 SF 영화를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력이 없습니다. 할리우드가 1억6천만 달러라는 거금으로 모험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고질라]로 월드와이드 흥행성적 4억9천8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러한 모험에 보답을 했습니다.

결국 할리우드의 모험은 좋은 결과로 끝이 났지만 한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과연 최대한의 안전을 추구하는 할리우드가 가렛 에드워즈에게 어마어마한 모험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과연 [몬스터즈]에서 그 무엇을 보았길래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게 1억6천만 달러를 쥐어준 것일까요? 그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즈]를 직접 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악평에 시달리더라.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을 단번에 매료시킨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몬스터즈]는 국내 영화팬들에겐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NAVER에서 [몬스터즈]의 평점은 6.08점에 불과하며, DAUM에서는 3.9점으로 거의 최악 수준입니다. 결국 영화를 보기 전 [몬스터즈]에 대한 제 기대도는 약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몬스터즈]를 보고나니 낮은 평점이 이해가 되면서도,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게 [고질라]의 메가폰을 쥐어준 것 또한 이해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몬스터즈]에게 기대한 것은 외계 생명체의 지구 공격과 그것을 극복해내는 주인공 커플의 모험담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기대감이 채워지지 않으니 당연히 평점이 낮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할리우드는 [몬스터즈]가 15,000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SF 영화라는 점에 주목했을 것입니다. 15,000달러라면 우리 돈으로 1천5백만원 남짓 되는, 영화 제작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즈]는 제법 SF 영화다운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15년전에도 [고질라]는 무려 1억3천만 달러의 순수 제작비가 들어갔었습니다. [고질라]를 리메이크하는데 있어서 더크고, 더 거대하게 만들으려한다면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고작 15,000달러의 돈으로 [몬스터즈]를 만들어낸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능력이 할리우드 제작자에겐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입니다.

 

 

 

예상을 빗나가는 스토리 전개가 만족도를 높였다.

 

저는 [몬스터즈]에 낮은 평점을 준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었고, [몬스터즈]를 본 후 [고질라]의 메가폰을 쥐어준 할리우드 제작자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몬스터즈]를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영화의 낮은 평점 덕분에 기대도를 떨어뜨린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 예상을 빗나가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흥미진진했습니다. [몬스터즈]는 페이크 다큐로 시작합니다. 페이크 다큐는 저예산 영화가 사실적인 영상을 통해 영화의 현장감을 높여 관객을 긴장하게 하는데 널리 이용됩니다. [몬스터즈]가 저예산 영화였기에 저는 [몬스터즈]가 앞으로도 계속 페이크 다큐의 형식으로 진행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로버필드]같은...)

그런데 영화의 오프닝이 지나고 [몬스터즈]는 더이상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사장의 딸인 샘(휘트니 에이블)을 안전하게 미국으로 데려가야하는 앤드류(스쿳 맥네이리)의 불만 가득한 모습을 잡아냅니다. 그 순간 저는 [몬스터즈]가 캐릭터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싸가지없는 상류층 여자와 괴팍한 남자가 어쩔 수없이 위험한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에 빠지는... (식스 데이 세븐 나잇]같은...)

그런데 [몬스터즈]는 그러한 제 예상도 빗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몬스터즈]는 제가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스토리 전개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제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몬스터즈]에 대한 만족도는 점점 상승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영화의 전개에 박수를 보내다.

 

제가 [몬스터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이 영화의 전개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오프닝에서 페이크 다큐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저는 이 영화가 전형적인 페이크 다큐를 이용한 SF 공포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는 왕싸가지 상류층 여성과 괴팍한 남자의 모험담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아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몬스터즈]는 무언가 나올 듯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끌어 올립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중반에 "괴물한테 죽은 아이를 찍으면 15,000달러를 받지만, 행복한 아이를 찍으면 한푼도 받지 못한다."는 앤드류의 대사를 통해 '진정한 몬스터는 외계 생명체가 아닌 인간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의 거대한 장벽의 위엄... 어느 황폐화된 마을의 이상한 분위기로 인하여 911에 도움을 요청한 앤드류와 샘이 오히려 감염을 우려한 미군에 의해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앤드류와 샘이 결국 모든 역경을 딛고 미국에 도착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가?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앤드류와 샘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오는 미군의 노랫소리에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다 본 후에 영화의 첫 부분을 다시 되돌려보며 예측 불가능한 [몬스터즈]의 소박한 재미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이 영화에 무엇을 기대했는가?

 

만약 제게 [몬스터즈]의 영화적 재미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딱히 무엇 하나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괴수 영화이지만 괴물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저예산 영화의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괴수의 모습이 그다지 창의적이지도 못합니다.

[몬스터즈]는 B급 SF영화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메시지를 강조한 영화도 아니며, 두 남녀의 로맨스가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도 부족합니다. 만약 이 영화의 특정 장르가 가져야할 영화적 재미를 기대한다면 평점 1점을 남기며 '쓰레기 영화'라고 광분할 수 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르적 재미를 포기하고 영화를 본다면 [몬스터즈]는 비록 평점 10점짜리 영화는 아닐지라도 7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영화가 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의 전개, 장르를 파괴하는 영화의 재미, 특히 은근히 충격적인 마지막 반전까지... [몬스터즈]는 그 어떤 장르 영화의 틀에도 갇히지 않은... 어쩌면 저예산 SF영화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