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임스 건
주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리 페이스
더빙 :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개봉 : 2014년 7월 31일
관람 : 2014년 8월 2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로운 슈퍼 히어로가 추가되었다.
'헐크',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던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그들은 한데 묶은 [어벤져스]로 절정에 올랐습니다. [어벤져스]는 북미에서만 6억2천2백만 달러의 흥행을 올려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어 북미 통산 흥행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어벤져스]가 월드와이드로 벌어들인 흥행 성적은 무려 15억1천8백만 달러. 이 역시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은 역대 3위의 성적입니다.
[어벤져스]가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자 마블의 라이벌 DC도 부랴부랴 [배트맨 V 슈퍼맨 : 돈 오브 저스티스]를 시작으로 DC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블의 진격은 항상 DC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2014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새로운 슈퍼 히어로 집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것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인하여 이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케일은 지구적에서 우주적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케일이 우주적으로 확장된 것은 이미 [토르 : 천둥의 신]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토르 : 천둥의 신]이 있었기에 [어벤져스]도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토르 : 천둥의 신]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우주적으로 확장시켰다고는 하지만 결국 영화의 주무대는 지구였습니다. 토르(크리스 햄스워드)가 로키(톰 히들스턴)의 음모로 아스가르드에서 쫓겨나 지구로 추방되면서 [토르 : 천둥의 신]의 이야기는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벤져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치타우리라는 외계 종족이 로키와 함께 지구를 침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에 주무대는 지구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아닙니다. 물론 시작은 지구에서부터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오프닝이 끝나고나면 무대는 곧바로 우주로 바뀌고, 그 이후 영화에는 지구는 물론 인간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유일한 인간인 피터 퀼(크리스 프랫)은 인간과 외계 종족과의 혼혈이니 순수 인간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인하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더욱 광활해졌습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말하는 너구리 로켓(브래들리 크퍼)은 물론, 걸어다니는 거대한 화초 그루트(빈 디젤)도 가능합니다. 이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더욱 풍부해진 상상력과 한계가 없는 무한한 세계관으로 더욱 관객을 매료시킬 것입니다.
루저... 영웅이 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그런 의미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국내에서는 [명량]의 흥행 광풍과 부족한 인지도로 개봉 첫주 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지만, 북미에서는 개봉하자마자 9천4백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려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제 영향으로 웅이도 슈퍼 히어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 철없는 남자들 틈에 낀 구피는 "피곤해, 제발 주말만이라도 푹 쉬고 싶어!"를 연발하면서도 따라나와 지난 주말 저희 가족의 극장 나들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결정되었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로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전설의 무법자 스타로드가 칭하는 피터 퀼을 제외하고는 모든 등장 인물들이 외계 종족으로 꾸며져 조금 낯선 감도 있지만, 그러한 낯설음은 익숙한 스토리 라인으로 메꿔져 있어서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익숙한 스토리 라인은 바로 루저가 진정한 영웅이 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한 전개는 거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캐릭터를 완성하는 방식인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너무 전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루저가 진정한 영웅이 되어 가는 과정을 2시간 내내 잡아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이루는 멤버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리더인 피터 퀼은 자신을 전설의 무법자 스타로드라고 소개해도 모두가 콧웃음을 칠 정도로 그저 그런 좀도둑에 불과합니다. 그는 어머니가 죽은 날 우주의 약탈자 라바저에 의해 외계로 납치되었습니다. 이후 라바저의 우두머리 욘두(마이클 루커) 밑에서 악당으로 자란 피터 퀼. 하지만 돈에 눈이 멀어 욘두를 배신하고, 욘두는 물론 크리 제국의 로난(리 페이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피터 퀼은 바람둥이적 성향에서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 슈퍼 히어로 대열에 합류한 토니 스타크와는 달리 피터 퀼은 뛰어난 위기대처 능력과 잔머리의 대가일 뿐, 그 어떤 초능력도 없습니다. 결국 그는 엄밀히 따지면 슈퍼 히어로는 아닌 셈이죠.
타노스의 양녀로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로 알려진 암살자 가모라(조 샐다나), 파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타노스에게 가족을 잃은 이후 타노스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그리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천재적인 두뇌를 갖게 된 너구리 로켓과 '나는 그루트다.'라는 말 밖에 할줄 모르는 나무 그루트까지...
그들의 능력은 하나같이 슈퍼 히어로라고 하기엔 부족하며, [어벤져스]의 멤버들과 비교한다면 평범해보이기까지합니다. 가모라, 로켓은 영웅보다는 악당이 더 잘 어울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루저들이 우주를 지켜내는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짜릿한 쾌감을 안겨줍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낯선 캐릭터를 전형적인 성장담으로 채워 익숙한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 셈입니다.
우리는 그루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우주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영화 내내 흘러 나오는 것은 귀에 익숙한 올드팝인 것도 이 영화에 대한 낯설음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낯설음을 해소하는데에만 집중한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새로운 캐릭터를 관객에게 친숙하게 소개함으로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매력적인 캐릭터 목록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어머니를 잃고 악당의 손에서 자란 피터 퀼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진정한 리더가 되어 특별한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어벤져스' 멤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토르와 같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외계 종족이 아닌, 이질적인 외모를 가진 외계 종족 가모라와 드랙스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매력적인 캐릭터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가장 성공적인 슈퍼 히어로 데뷔를 마친 캐릭터는 로켓과 그루트입니다. 디지털 캐릭터인 로켓과 그루트. 그 중에서도 로켓은 마블의 슈퍼 히어로 중에서도 단연 귀여운 외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다른 걸쭉한 입담과 파워풀한 전투 능력이 로켓의 진짜 매력입니다.
로켓이 귀여운 외모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한다면 그와는 반대로 그루트는 거대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는 저희 가족을 매료시켰습니다. '나는 그루트다.'라는 말 밖에 할줄 모르는 그루트. 하지만 전투 능력 만큼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 중에서도 최강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와 구피는 이구동성으로 "나도 그루트같은 나무 키우고 싶어!"라고 외쳤답니다.
아마도 제임스 건 감독은 그러한 로켓과 그루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듯이 보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순수 제작비만 1억7천만 달러가 들어간 블럭버스터 영화이지만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은 스타급 배우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배우들 뿐입니다.
하지만 로켓과 그루트의 더빙 연기를 맡을 배우 만큼은 브래들리 쿠퍼와 빈 디젤이라는 초특급 흥행 배우들로 캐스팅되었습니다. 특히 '나는 그루트다.'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루트에게 굳이 빈 디젤의 목소리를 입힐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고나니 제임스 건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언컨데 그루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저는 감히 디지털 캐릭터 중에서 그루트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과 더불어 최고의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그루트의 매력은 제게 절대적이었습니다. 돈을 달라는 빈민가의 소녀에게 한송이 꽃을 전해 주고, 깜깜한 밀실을 아름다운 불빛으로 밝혀주던 그루트. '나는 그루트다.'라는 말 밖에 할줄 모르던 그가 '우리는 그루트다.'라는 말을 할 때 밀려오던 가슴 찡한 감동은 아마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특별한 것은 슈퍼 히어로의 능력은 없지만 자기 희생을 통한 특별한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속편을 보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구피는 "그래서 피터 퀼의 아버지는 누구란 말이야!"라며 절규했습니다. 그러한 구피의 절규는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흥행 수입이 올라가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의 숨겨진 비법이기도 합니다. 다른 마블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역시 속편을 보지 않고는 못배기게끔 영화 속의 궁금증들을 전부 풀어넣지 않고 남겨둔 것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피터 퀼입니다. 이 영화는 1988년 어린 피터 퀼의 어머니가 죽는 그 순간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시종일관 피터 퀼을 쫓아 영화를 진행했으며, 영화의 마지막은 어머니의 유품을 20년만에 확인하는 피터 퀼의 모습으로 끝맺음합니다. 그만큼 피터 퀼의 캐릭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결국 피터 퀼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오프닝, 피터 퀼의 어머니가 죽으면서 "너희 아버지는 천사와도 같은 존재였어."라고 말해주는 부분에서부터 저는 피터 퀼의 아버지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며 영화를 봤는데, 아쉽게도 피터 퀼의 아버지의 정체는 2편을 봐야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후반, 욘두가 "저 녀석을 아버지에게 안데려가길 잘했어. 녀석의 아버지는 아주 엿같은 놈이거든."이라고 말하며 피터 퀼의 아버지의 정체를 더욱 궁금하게 했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구피가 "그래서 피터 퀼의 아버지는 누구란 말이야!"라는 절규를 할 만 했습니다. 2편을 봐야만 그 궁금증의 절규는 풀리겠죠?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면 단연코 엔딩 크레딧 이후에 등장하는 히든 영상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는 [어벤져스]의 히든 영상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던 타노스가 로난과 더불어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어벤져스]의 히든 영상을 본 후 타노스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 분이라면 비록 본격적인 활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궁금증은 풀렸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는 또 다른 히든 영상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바로 [토르 : 다크 월드]의 히든 영상에서 그 정체에 대해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콜렉터(베네치오 델 토르)입니다. 콜렉터는 우주의 온갖 진귀한 것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맛깔스러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냄과 동시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든 영상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든 영상을 보기 위해 기다린 많은 분들이 '이게 뭐야?'라는 불평불만을 터트렸지만,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하워드 덕'의 등장 덕분에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하워드 덕'은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로 1986년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든 영상은 [하워드 덕]을 리메이크하겠다는 마블 코믹스의 계획? 우와! 정말 [하워드 덕]이 리메이크되어 이 불량 오리 외계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14년의 슈퍼 히어로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지막이라고 하네요. 2014년 한 해동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2015년에도 슈퍼 히어로 영화가 풍성하길 저와 웅이는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제 우주적으로 놀기 시작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그러한 마블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도 우주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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