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딘 데블로이스
더빙 : 제이 바루첼(오승윤), 제라드 버틀러(안정혁), 케이트 블란쳇(이선주), 디몬 하운스(정승욱)
개봉 : 2014년 7월 23일
관람 : 2014년 7월 2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용산 CGV에서 길을 잃다.
2013년 12월 11일. 구피와 저는 그해 겨울의 최고 기대작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의 4DX 시사회에 초대되어 왕십리 CGV에서 오랜만에 4D 체험을 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을 좋아하기에 3D, 4D 관람을 선호하는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3D, 4D는 제 기준에서 관람료가 너무 비싸고, 3D 안경도 제겐 너무 불편합니다. 하지만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이기에... 그리고 무료 시사회였기에... 어차피 웅이와 2D로 다시한번 볼 것이기에...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의 시간을 내서 4DX 시사회에 참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저와 구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가 아닌, 본 영화 시작전에 상영한 [드래곤 길들이기 2]의 예고편이었습니다. 4D로 본 [드래곤 길들이기 2]의 예고편은 마치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4D 체험에 구피는 열광을 했고, 곧바로 "이 영화는 4D로 봐야겠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벌써 7개월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 2]의 4D 예고편은 7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렬한 느낌의 여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7월 27일 저희 가족은 [드래곤 길들이기 2]의 4D 관람을 위해 용산 CGV로 온가족이 출동하였습니다.
저희 가족의 [드래곤 길들이기 2] 4D 관람료만 무려 4만9천원입니다. 저는 CGV VVIP회원이기에 4D 관람료를 1만원 할인 받았고, 할인 카드를 동원해서 6천원을 추가 할인받고 나서야 [드래곤 길들이기 2]의 관람료 부담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용산 CGV가 위치한 아이파크몰입니다. 사실 저는 길치에 방향감각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거대한 건물에 들어서면 쉽게 길을 잃고 헤맵니다. 용산 CGV는 갈 때마다 아이파크몰의 거대함 때문에 길을 헤매는데 [드래곤 길들이기 2]를 관람하던 그날도 어김없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1시간 가량 일찍 도착한 저희 가족. 구피가 웅이와 함께 아이파크몰에서 아이쇼핑을 하는 사이 저는 용산 CGV에서 티켓팅을 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티켓팅을 끝내고 구피에게 가야 했지만, 저는 그만 길을 잃었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멘붕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아이쇼핑의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웅이가 구피에게 탈출하여 제게로 향하면서 저희 가족은 모두 아이파크몰에서 뿔뿔이 흩어져버렸습니다. 혹시 이 넓은 곳에서 웅이를 잃어버릴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다행히 저희 가족은 감격의 상봉을 무사히 했고, 늦지 않게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처럼 아이파크몰에서 헤맨 가족들이 많았는지 영화 시작하고 한참 후에 입장하는 사람들, 만원 사례인 극장에서 남의 자리에 앉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인하여 극장 안은 한참동안 어수선했습니다. (제가 이래서 사람 많은 극장을 싫어합니다.)
드래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한 버크섬, 이제는 히컵의 성장담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저와 웅이는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기 전에 [드래곤 길들이기]를 먼저 복습했습니다. 2010년 5월 5일 관람했던 [드래곤 길들이기]. 그러고보니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드래곤 길들이기]를 관람할 당시 웅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새내기였는데, 이젠 어엿한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으니 세월 참 빠르기도 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다시 보니 4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이 새록새록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제목에서 '길들이기'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4년전 영화를 봤었습니다. 버크섬의 바이킹들이 드래곤을 길들이기 시작하면 언젠가 드래곤은 인간의 애완 동물이 될 것이며, 결국엔 드래곤의 자유가 속박당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나고나서 다시 보니 영화의 제목이 '드래곤 길들이기'일 뿐, 실제 히컵(제이 바루첼)이 추구한 것은 드래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었습니다. 버크섬의 바이킹들은 드래곤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이겨내고 드래곤과 함께 공공의 적을 무찔렀습니다. 이로써 드래곤과 바이킹은 서로에 대한 공포와 분노에서 벗어나 진정한 친구가 된 것입니다.
그러한 것은 [드래곤 길들이기 2]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영화 초반 보여준 드래곤과 버크섬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벌이는 스포츠 경기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 유명한 퀴디치 경기를 연상시키는데, 공 역할을 하는 양이 불쌍하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부터 이어진 드래곤과의 상생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하나 더 남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히컵의 성장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히컵은 버크섬의 사고뭉치였지만,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하여 드래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결국 버크섬의 바이킹들과 드래곤이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끔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히컵은 한쪽 다리를 잃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히컵과 한쪽 꼬리 날개를 잃은 드래곤 투슬리스. 그 둘의 마지막 모습은 [드래곤 길들이기]의 최고 명장면이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2]에서 히컵은 더이상 버크섬의 사고뭉치가 아닌 버크섬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하지만 히컵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히컵의 아버지이자 버크섬의 부족장인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는 히컵이 자신의 뒤를 이어 버크섬을 책임질 부족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히컵은 부족장으로서의 책임감보다 아직은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젊은 청년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히컵 앞에 드래곤 군단을 만들어 버크섬을 정복하려는 드라고 블러드비스트(디몬 하운수)라는 새로운 악당이 등장합니다. 스토이크는 드라고와의 일대 결전을 준비하지만, 히컵은 드라고와의 대화를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며 나섭니다. 전편에서 드래곤을 이해하여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성사시킨 히컵. 이번엔 드라고와의 대화를 통한 평화를 주장한 것이죠.
[드래곤 길들이기 2]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히컵의 방법은 5년전에는 버크섬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드라고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이건 마치 성인이 된 히컵이 처음으로 비정한 세상에 마주한 것과 같습니다. 부족장으로써의 책임감을 외면하고 이상주의적 자유와 평화를 기대했던 히컵은 그에 대한 혹독한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것을 이겨내고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합니다.
증오를 이겨낼 때 평화는 찾아온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히컵의 혹독한 성장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히컵은 비록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버크섬의 평화를 지켜냈고, 드래곤과의 상생의 길을 찾았습니다. 그로인하여 아스트리드라는 사랑도 획득했고요. 마치 한쪽 다리를 잃은 것은 그가 얻은 것에 비한다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히컵 또한 한쪽 다리를 잃은 것에 잘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 2]에서는 아닙니다. 히컵은 그동안 자신을 떠나 있었던 어머니 발카(케이트 블란쳇)와 만납니다. 아버지 스토이크 역시 20년이 지났지만 발카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로써 히컵의 행복한 가족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히컵은 부족장 후계자로서의 책임을 외면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드라고를 만나러 갔다가 오히려 버크섬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그러한 그의 실수에 대한 댓가는 한쪽 다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큽니다. 히컵이 평생 트라우마를 가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드래곤 길들이기 2]의 최고 명장면은 히컵이 그러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드라고와 맞서 싸우는 장면입니다. 그는 증오를 이겨낸 것입니다. 그 어떤 강적보다도 무시무시한 자신의 마음 속 증오를 이겨내고 평정을 되찾은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쟁과 전쟁을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최근 지구촌을 가장 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역사가 깁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분쟁만을 놓고 본다면 처음 시작은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6월 12일 학교를 마치고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헤브론 지역을 지나던중 실종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7월 3일 실종된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 숨진채 발견됩니다. 이스라엘은 실종된 청소년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스라엘 청소년의 사망이 확인되자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무력화시킨다는 명분아래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고, 그로인하여 팔레스타인의 희생자는 천여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희생자는 아무런 죄가 없는 여성, 아동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서로에 대한 증오는 더이상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끔찍한 지옥은 서로를 향한 증오가 있는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곳이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다운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컵의 용서처럼... 우리들 역시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고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애니메이션 속의 아름다운 세상도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어린이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증오를 이겨낸 히컵의 용서가 저는 더욱더 대단해보였습니다.
4D에 최적화된 [드래곤 길들이기 2]
[드래곤 길들이기]도 그러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 2] 역시 평화라는 영화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이 관객을 타킷으로한 애니메이션이니만큼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단순하며 결코 심각하지 않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심각한 주제와 가벼운 영화 전개의 중심을 잘 잡은 어린이 아내미에션인 셈입니다.
특히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고 있노라면 이건 마치 4D를 위해 태어난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하긴 이 영화를 4D로 보겠다고 결심한 것도 영화 예고편에서의 그 짜릿한 4D 체험 덕분이었으니까요. 제 경우는 몇 분간의 4D 체험이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비싼 4D로 관람하게 만들었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4D의 짜릿함은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시종 일관 드래곤을 타고 활강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속편의 법칙 그대로 전편과 비교해서 대폭 늘어난 새로운 캐릭터와 그로인한 영화적 재미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히컵의 어머니인 발카의 등장과 발카와 스토이크의 러브 모드는 전편에서 부족했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내는 역할을 합니다.
전편과는 다른 새로운 드래곤들의 출연과 드래곤들을 조종하는 거대한 드래곤 알파의 위용 등...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심각한 메시지 위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신나는 재미들을 모두 모아 놓았습니다. 1시간 4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저는 [드래곤 길들이기 2]에 흠뻑 빠져서 짜릿한 4D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웅이는 앞으로 모든 영화를 4D로 보고 싶다고 하네요. 그만큼 웅이에게도 [드래곤 길들이기 2]의 4D 체험은 만족스러웠나봅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4D로 상영되는 것도 아니고, 4D로 상영된다고 해도 [드래곤 길들이기 2]처럼 만족스러울 수도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모든 영화를 4D로 봤다간 제 주머니를 얼마 안지나 빈털털이가 된다는 사실...
결국 저는 웅이에게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해줬습니다. 4D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3]의 개봉을 기다리라고...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북미 개봉 당시 예상 외의 흥행 부진을 겪었고, 그로인하여 3편의 제작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드래곤 길들이기 3]가 제작된다면 그때도 꼭 4D로 관람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희 가족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가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속에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애니메이션 속의 세상처럼
모든 갈등과 증오와 선입견이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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