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4 브라질 월드컵의 16강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A조와 F조까지는 이미 16강 진출팀과 탈락팀이 결정되었고, G조와 우리나라가 속한 H조만이 팀당 한경기씩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여러 이변이 많았는데,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국 스페인과 2006 독일 월드컵의 우승국 이탈리아, 그리고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등 유럽의 강호가 잇달아 16강에 들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특히 뼈아픈 것은 아시아 자역 예선을 통과한 국가들의 동반 부진인데, 호주, 일본, 이란의 16강 탈락이 확정되었으며, 아시아의 마지막 희망 우리나라도 기적을 바래야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 내일이 바로 우리나라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런지 판가름이 나는 유럽의 강호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지난 알제리전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팀에 실망하신 분들도 내일 만큼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시길...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축구 관련 영화들을 소개할까합니다.
축구는 감동을 싣고... [베른의 기적], [골!]
축구는 축구공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축구공 하나로 하루종일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보니 축구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바로 여기 [베른의 기적]과 [골!]처럼 말입니다.
[베른의 기적]은 2차 대전 후 독일의 어느 탄광촌에서 아버지 없이 자라난 13살 소년 마테스의 이야기입니다. 마테스에겐 같은 마을 출신의 축구선수 란이 영웅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마테스의 아버지가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힘겨운 포로 생활로 심신이 피폐해진 아버지는 강박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가족들과 갈등만 키워간다. 그러던 중, 그토록 기다리던 스위스 월드컵이 시작되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파란 속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독일 대표팀. 그러자 냉담했던 아버지는 승리를 꿈꾸는 마테스를 데리고 베른으로 향합니다. [베른의 기적]은 2차 대전의 패전국 독일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월드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골!]은 축구만이 생의 전부이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산티아고 뮤네즈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큰 집들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처럼 그들의 잔디를 깎아 주고 자동차를 세차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설득하며 가난에 맞서 축구로 희망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전직 축구 선수이자 스카우트 담당인 영국인 글렌 포이의 눈에 띄고 축구의 성지나 다름없는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 구장에서 그의 기량을 입증해서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축구클럽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게임을 앞두게 됩니다. 인간적 고뇌와 육체적 부상 그리고 성공에 따른 세속적인 유혹은 말할 것도 없고, 진흙 구장과 매서운 바람 그리고 팀 동료들로부터의 심리적 견제를 견뎌내야만 하는 화려하고 가슴 벅찬 국제 축구 무대. 과연 산티아고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축구는 웃음을 싣고... [소림축구], [쉬즈 더 맨]
코미디라는 영화 장르는 그 어떤 소재든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습니다. 축구라는 전 세계가 즐기는 스포츠를 소재로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여기 제작국가도, 장르도, 웃기는 방법도 다르지만,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만은 서로 같은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바로 [소림축구]와 [쉬즈 더 맨]입니다.
[소림축구]는 너무나도 유명한 주성치 감독, 주연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절룩거리는 다리로 이제 퇴물취급 받는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 명봉(오맹달). 축구 코치가 되고 싶어도 어느 구단에서조차 그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혔던 씽씽(주성치)과 그의 소림사 동료들을 모아 축구단을 결성합니다. 이름하여 소림축구단. 이들은 길거리 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로 축구단과 겨룰 만큼의 실력으로 급성장하여, 전국축구대회 우승에 도전하게 됩니다. [소림축구]는 주성치의 코미디 영화답게 과장된 액션과 슬랩스틱 코미디로 관객을 웃깁니다. 하지만 축구를 통한 이 영화의 따뜻한 시선은 웃으면서도 감동을 받을 수 있게끔 해줍니다. 주성치 최고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화입니다.
[쉬즈 더 맨]은 어쩌면 축구 영화라기 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말괄량이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 행세를 할 결심으로 남장을 하여 남자 기숙사에 잠입을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녀가 성공적으로 남자 기숙사에 익숙해질 때쯤 룸메이트인 듀크(채닝 테이텀)를 점점 사랑하게 됩니다. [쉬즈 더 맨]은 세익스피어의 고전 희극 <십이야>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라인과 축구 선수로 분한 채닝 테이텀의 남성적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축구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슈팅 라이크 베컴], [그레이시 스토리]
축구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일까요?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축구를 향한 여자들의 사랑과 열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여기 [슈팅 라이크 베컴]과 [그레이시 스토리]라는 제목의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합니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동네 공원에서 활약하는 자칭 멀티플레이어 축구 선수 제스(파민더 나그라)의 꿈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녀는 최고의 오른발 슈터 데이빗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리는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정통 인도계 영국 소녀인 그녀에겐 축구를 결사반대하는 엄마, 아빠가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정식 여자축구단 '해리어'팀 소속 선수 줄스(키이라 나이틀리)의 눈에 띄게 되고 정식 선수로 탈탁됩니다. 그러나 몰래 하는 축구가 결국 들통나는 바람에 결혼을 코앞에 둔 언니 핑키가 파혼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과연 제스는 앞에 놓인 첩첩산중같은 장벽들을 넘어 시원통쾌한 베컴슛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그레이시 스토리]는 1978년 미국 뉴저지를 배경으로 15살의 소녀 그레이시(칼리 슈로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녀는 한때 축구스타였던 아빠(더못 멀로니)와 사회적 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상한 엄마(엘리자베스 슈), 고교 축구부 주장인 오빠 쟈니 그리고 두 남동생과 함께 축구가문의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가족 모두가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축구광들. 그레이시도 누구 못지않게 축구에 대한 애정과 실력을 자부하지만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열정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주던 오빠 쟈니가 경기에 크게 패한 당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레이시는 오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축구선수가 되겠다 선언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자신의 꿈을 외면하는 가족과 '여자여서 안된다'는 사회적 편견의 벽이 가로막혀 시작조차 쉽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꿈의 그라운드를 누비며 가족의 행복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축구 영화들... [맨발의 기적], [교도소 월드컵]
그동안 아시아는 축구의 변방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2년 우리나라와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우리나라가 기적처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며 더이상 그 누구도 아시아의 축구를 우습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축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월드컵 4강 신화의 우리나라 영화 두편을 소개합니다. [맨발의 끔]과 [교도소 월드컵]입니다.
[맨발의 꿈]은 한때 한때 촉망 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사기꾼 소리를 듣는 전직스타 원광(박희순)이 인생역전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곳으로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를 선택하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커피장사로 대박을 꿈꾸던 그는 다시 사기를 당하고, 대사관 직원 인기(고창석)는 원광에게 귀국을 권합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그러나 그에겐 마지막 찬스가 찾아옵니다.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목격한 것이죠.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자!' 이 귀여운 독점사업의 성공을 확신한 원광은 축구용품점을 차리고 짝퉁 축구화 살 돈도 없는 아이들과 결국 정말 말도 안 되는 축구팀을 결성합니다. 내전 때문에 생긴 어른들의 상처를 이어 받은 소년들은 서로 패스조차 하지 않지만, 원광은 "누가 그래? 꿈도 꾸지 말라고! 돈 없으면 축구도 하지 말라고! 운동장에 서면 미국 애들이나 일본 애들이나 다 똑같단 말이다!"라고 외치며 세상의 끝에서 믿지 못할 그들의 시합을 시작합니다.
[교도소 월드컵]은 UN 인권위원회에서는 자유와 평등, 화합이라는 슬로건 아래 밀레니엄 행사를 기획, 회원국을 대상으로 '2000 교도소 월드컵'을 제안하며 시작됩니다. 그로 인해 각국의 교정기관은 일대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16개 팀 예선전에 안 뽑히기만을 손 모아 기도 중인데 덜컥 원주교도소에 떨어진 16번째 티켓. 결국 생전 공 한 번 안 차본 사형수, 무기징역수, 사기꾼, 제비족, 도둑놈 등등 인간 말종들을 모아 놓고 교도소 월드컵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렇게 모아보니 축구 영화들은 참 다양합니다. 감동이 있고, 웃음이 있으며, 남녀 차별에 대한 여성의 도전이 있고, 내전국의 아이들, 그리고 교도소의 인간 말종들이라는 소외 계층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앞으로 12시간 후입니다. 우리나라와 벨기에의 경기가... 부디 경기에서 지고,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앞서 위의 영화들처럼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치도록 기원해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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