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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영화인들... 세계가 주목하는 명품 감독 박찬욱

쭈니-1 2014. 5. 16. 18:07

 

 

한때 할리우드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머나먼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 시잘 성룡을 비롯하여 오우삼, 서극 감독 등이 앞다퉈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에도 저는 그저 부러운 눈길만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영화인들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및 감독들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한국을 빛낸 영화인들... 과연 누가 있을까요? 그 첫번째 순서로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못말리는 영화광 박찬욱... 영화 감독이 되다.

 

 

박찬욱 감독이 세계가 인정하는 명감독으로 우뚝 서면서 그의 초기작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1992년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박찬욱 감독의 데뷔작인 [달은 해가 꾸는 꿈]은 몇 주전 재개봉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은 흥미롭게도 가수 이승철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이승철은 [달은 해가 꾸는 꿈]이후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특별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는 영화 배우로서의 호라약이 전무한 상태이니, 가수 이승철이 아닌, 배우 이승철의 모습을 보려면 [달은 해가 꾸는 꿈]이 유일한 방법일듯.

[달은 해가 꾸는 꿈]은 90년대 유행햇던 느와르 장르의 영화입니다. 배다른 형제인 하영(송승환)과 무훈(이승철). 하영은 사진작가이고, 무훈은 부산의 건달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무훈이 조직 보스의 여인인 은주(나현희)와 사랑에 빠지며 위기를 맞이합니다. 사창가에 팔려간 은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무훈. [달은 해가 꾸는 꿈]은 그러한 무훈의 애절한 사랑과 액션이 담겨져 있습니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의 처참한 흥행 실패 이후 박찬욱 감독은 두번째 영화인 [3인조]를 연출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묵직한 느와르 영화인 [달은 해가 꾸는 꿈]과는 달리 [3인조]는 흥행을 인식한 한국영화의 주류 장르인 코미디 영화입니다.

삼류 나이트 클럽에서 색스폰을 불며 생계를 이어가던 악사 안(이경영)과 보스를 배신한 조직 폭력배 출신 문(김민종), 그리고 수녀가 되려 했지만 근친상간으로 아버지의 아기를 가진 비운의 여인 마리아(정선경)이 총든 강도로 변신하여 마리아의 아이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만약 [달은 해가 꾸는 꿈]과 [3인조]에서 박찬욱 감독의 이력이 멈추었다면 그는 그저 평범한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3인조]이후에 발표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활짝 꽃피웁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 초소병(신하균, 송강호)과 남한군 초소병(이병헌)의 우정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영화로 당시 엄청난 성적인 전국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2000년 최고 흥행작으로 우똑 섰습니다.

 

 

 

복수 3부작으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 감독이 된 박찬욱. 하지만 그의 명성은 흥행 감독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른바 복수 3부작이라 일컬어지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것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은 선천적 청각 장애인 류(신하균)가 누나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애인인 영미(배두나)와 함께 중소기업체 사장 동진(송강호)의 딸 유선을 유괴했다가 유선의 죽음으로 동진에게 참혹한 복수를 당한다는 내용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 감독이 되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맘껏 만들 수 있게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인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잇는 잔혹한 복수극을 선택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영화이기에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세계 시장에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그 영화 [올드보이]가 탄생합니다. 영문도 모르는채 15년 동안 감금된 오대수(최민식)가 자신을 감금한 이우진(유지태)에게 복수를 하면서 자신이 감금된 충격적인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올드보이]는 국내 흥행에서도 성공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우리 영화계에서는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 극히 드문물었기에 [올드보이]의 칸영화제 수상은 굉장한 화제가 되었으며 박찬욱 감독의 위상도 높아집니다.

[올드보이]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하여 모든 시선은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인 [친절한 금자씨]로 모아졌습니다. [친절한 금자씨]는 스무살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된 금자(이영애)가 출소 후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선생(최민식)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는 내용으로 아쉽게도 [올드보이]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박찬욱 감독의 명성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되다.

 

 

[친절한 금자씨]의 논란 끝에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완성됩니다. 그리고 복수 3부작을 끝낸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달달한 멜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입니다.

엉뚱한 상상이 가득한 신세계 정신병원. 어느날 자기가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임수정)이 이곳에 들어오고 평소 남의 특징을 관찰한 후 훔치기를 잘하는 남자 일순(정지훈)과 독특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어쩌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독특한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는 [3인조]라는 코미디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3인조]는 흥행을 염두에 둔 약간의 타협과 코미디 영화이면서도 느와르의 성격이 짙게 베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반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에서의 사랑이라는 암울할 수 있는 내용을 밝은 분위기로 그린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개봉 당시 상당히 호불호가 나눠었던 영화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통해 이젠 박찬욱 감독이 밝은 영화를 연출하려나보다... 라는 헛된 기대를 하는 그 사이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영화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어두운 [박쥐]를 관객 앞에 내놓습니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이 친구인 강우(신하균)의 아내인 태주(김옥빈)에게 욕정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담은 영화입니다.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면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제외하고는 모두 봤다고 자부하지만 [박쥐]의 독특함에 굉장한 충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박쥐]를 연출한 이후 박찬욱 감독은 드디어 할리우드에 진출합니다.  [스토커]는 할리우드 톱스타인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한 영화로 18살 생일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와시코브스카)의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은 영화입니다. 비록 미국내 흥행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지만 평론가들의 평가는 '역시 박찬욱 감독이다.'라는 호평을 얻어내며 그의 이후 행보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좀더 자세히 탐구하려면 그의 연출작 뿐만 아니라 그가 각본을 맡은 영화들까지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아나키스트], [휴머니스트],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소년, 천국에 가다], [미쓰 홍당무] 등이 그가 각본에 참여한 영화들이며, 옴니버스 영화인 [여섯개의 시선]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임순례, 여균동 감독 등과 함께 참여했고, [쓰리, 몬스터]에는 동양의 대표 감독들인 프룻 첸, 미이케 다카시 등과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의 제작에도 참여하며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의 차기작으로는 할리우드의 서부극 [더 브리건즈 오브 래틀보지]가 내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 브리건즈 오브 래틀보지]는 뇌우가 덮친 틈을 타 혼란에 빠진 마을을 약탈하려는 강도단과 매우 폭력적인 성향의 보안관, 그리고 강도단에게 복수를 하려는 의사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아직 캐스팅은 확정이 안된 상태입니다. 이미 [스토커]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찬욱 감독인 만큼 부디 [더 브리건즈 오브 래틀보지]에서는 흥행성마저 인정받아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계를 평정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