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리오 2] - 블루의 또 다른 이름은 행복의 파랑새.

쭈니-1 2014. 5. 7. 17:31

 

 

감독 : 카를로스 살다나

더빙 : 제시 아이젠버그, 앤 해서웨이, 저메인 클레멘트, 앤디 가르시아

개봉 : 2014년 5월 1일

관람 : 2014년 5월 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6일간의 황금 연휴 첫째날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월 6일 석가탄신일까지 무려 6일간의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연휴 동안 영화를 실컷 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연휴를 보내고 뒤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네요.

연휴 첫날 웅이와 [리오 2]를 봤고, 연휴 마지막날에는 구피와 [표적]을 본 것이 연휴 기간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전부입니다. 물론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TV에 연결하여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망작 [47 로닌]과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을 보긴 했지만 6일 간의 연휴동안 고작 네편의 영화 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연휴 동안 영화는 안보고 저는 무엇을 했을까요? 연휴 첫날은 웅이와 놀았고, 둘째날은 회사에서 산행을 다녀온 후 다리가 아프다며 쓰러진 구피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셋째날과 넷째날은 어머니를 모시고 누나, 여동생 가족들과 함께 포천으로 불가마 찜질 여행을 다녀왔으며, 다섯째날은 처가 식구들과 함께 고양시 꽃박람회에서 사람구경, 꽃구경 실컷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은 장모님을 모시고 절에 다녀오고나니 6일간의 황금 연휴가 끝이나버리더군요.

비록 원래의 계획대로 영화를 실컷보지는 못했지만, 가족들과 6일간의 연휴를 골고루 보낸 것에 만족합니다. 이제 연휴가 끝이 났으니 산더미처럼 쌓인 회사 일과, 블로그 포스팅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겠죠? 그 첫번째 전쟁은 바로 [리오 2]의 영화 이야기입니다.

 

연휴의 시작을 [리오 2]로 활짝 열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리오 2]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2011년 8월에 [리오]를 보며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막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아쉬워했었는데, [리오 2]는 일부러 시완과 써니의 국내 더빙이 아닌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막 버전으로 영화를 봤기에 더욱 뿌듯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웅이와 500원짜리 동전으로 잔뜩 바꿔서 마블 슈퍼히어로 피규어 뽑기(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스톰을 뽑았습니다.)를 했고, 달콤한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으며 동심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라는 것이 할리우드의 정설이었습니다. 물론 [터미네이터 2]와 같이 거대해진 자본력으로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도 있고, [에이리언 2]와 같이 전편과 전혀 다른 흥행 전략으로 전편과 차별되는 재미를 갖춘 영화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속편 영화들이 전편만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비롯하여 [리오 2]까지, 전편보다 한층 다양해진 볼거리와 새로운 영화적 재미들을 갖춰나가는 영화들을 보니 이젠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라는 할리우드의 정설이 뒤집어진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리오 2]의 그 무엇이 전편보다 재미있었고, 또 연휴의 첫날을 맞이한 제게 행복감을 듬뿍 선사했는지, 쭈니의 영화 이야기... 본격적으로 시작해봅니다.

 

 

영화의 무대가 아마존 정글로 바뀌며 업그레이드된 것들.

 

2011년에 개봉했던 [리오]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희귀한 마코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 무스 레이크에서 주인이자 친한 친구인 린다와 안락한 삶을 살던 블루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단 한마리의 암컷 마코 앵무새를 찾아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암컷 마코 앵무새인 쥬엘(앤 해서웨이)은 블루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야생의 본능을 하지고 있습니다.

[리오]는 인간의 손길에 길들여진 애완 앵무새 블루와 야생의 본능이 꿈틀대는 쥬엘이 함께 동물 밀매업자에게 납치되고, 그들의 검은 손아귀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험 속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블루와 쥬엘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리오]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블루와 쥬엘은 진정 행복했을까요? 물론 둘은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개성이 각기 다른 세 마리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린다와 툴리오는 비록 인간이지만, 블루와 쥬엘에게 친구 이상으로 잘 대해줍니다. 블루와 쥬엘은 무엇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에겐 한가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야생에 대한 본능입니다.

[리오 2]는 아마존의 정글에서 마코 앵무새 무리가 발견되면서 블루와 쥬엘이 아마존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리오]를 통해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애완 동물이 아닌, 야생의 마코 앵무새로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 [리오 2]에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리오 2]는 영화의 무대를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아마존의 정글로 바꿉니다. 그러면서 블루와 쥬엘이 겪는 모험은 더욱 다채로워졌고, 흥미진진해졌습니다. 도시와는 달리 정글은 야생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니까요.

게다가 인간 악당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리오]에서는 인간 악당의 직업이 동물 밀매업자였지만, [리오 2]에서는 아마존의 정글을 파괴하는 악덕 벌목업자입니다. 악당의 사악함이라던가, 위험성이 몇 배는 업그레이드된 셈입니다. 솔직히 [리오]에서의 동물 밀매업자들은 악당이라기보다는 웃긴 멍청한 바보들처럼 보였지만, [리오 2]의 악당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진정한 악당입니다.

영화의 갈등 구조도 흥미로워졌는데, [리오]의 갈등 구조는 인간의 손길이 익숙한 블루와 야생성이 강한 쥬엘이 모험을 통해 서로의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며 사랑을 싹 틔우는 것에 집중된 반면, [리오 2]는 여전히 아마존 정글을 그리워하는 쥬엘과 도시 생활이 익숙한 리오의 갈등 외에도, 인간의 손에서 키워진 블루가 못마땅한 쥬엘의 아버지 에두아르도(앤디 가르시아)와의 갈등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이렇듯 [리오 2]는 전편에 대한 업그레이드라는 속편의 법칙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편의 재미를 잇지 못한 속편들 역시 전편에 대한 업그레이드만큼은 충실했던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성공적인 속편이 되려면 업그레이드에 멈추지 않고, 전편과 차별되는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리오 2]에서는 놀랍게도 나이젤(저메인 클레멘트)이 해냅니다.

 

 

이젠 매력적인 악당으로 거듭난 나이젤

 

[리오 2]가 전편과 비교해서 가장 재미있어진 부분은 개인적으로 저는 나이젤과 가비의 덕분입니다. 나이젤은 [리오]에서도 매력적인 악당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리오]의 동물 밀매업자들이 그러했듯이 나이젤의 역할은 그저 블루와 쥬엘의 사랑을 위한 양념에 불과했습니다.

그랬던 나이젤이 [리오 2]에서는 더욱 막강한 매력으로 중무장을 했습니다. [리오]에서 블루와 쥬엘에게 혼쭐이난 나이젤. 그는 시장의 점쟁이 새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나이젤의 악당으로서의 카리스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이젤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독개구리 가비, 개미핥기 찰리와 블루에 대한 복수에 나섭니다.

[리오 2]에서 나이젤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독개구리 가비입니다. 나이젤은 가비의 독으로 블루를 죽이려는 사악한 계획을 세웁니다. 나이젤을 사랑하는 가비는 나이젤이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려합니다. 가비는 이렇듯 나이젤을 사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이젤을 만질 수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독 때문에 나이젤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배 안에서 잠든 나이젤을 보며 가비가 부르는 애절한 'Poisonous Love'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저는  'Poisonous Love'를 들으며 가슴이 찡해졌답니다. 이 노래를 듣고나니 나이젤을 바라보는 가비의 모습이 '새를 사랑한 개구리'라는 우스꽝스러운 설정 대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으로 느껴졌습니다.

가비가 나이젤을 돋보이게 만드는 가운데에도 나이젤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매력을 분출시킵니다. 숲속 오디션을 위해 블루 가족과 함께 아마존에 온 라파엘, 니코, 페드로. 블루를 죽이려는 음모를 위해 오디션을 보는 나이젤. 이 오디션 장면은 마치 나이젤의 매력을 관객에게 뽐내기 위한 최적의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이젤의 최후마저도 매력적이었는데, 나이젤이 비장한 대사를 읊으며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악당이자만 안타깝기조차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도 해리 오스본이라는 매력적인 악당이 전편과 차별화된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안겨줬었습니다. 역시 요즘의 대세는 매력적인 악당인가봅니다. 비록 벌목업자의 최후가 너무 만화적이어서 긴장감이 부족했지만 나이젤과 가비 덕분에 [리오 2]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다.

 

블루와 주엘의 정글에서의 모험, 나이젤과 가비라는 매력적인 악당의 향연, 게다가 흥겨운 삼바 리듬과 애절한 음악까지... 개인적으로 올해 본 [겨울 왕국]과 더불어 [리오 2]는 제게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흥겨운 [리오 2]이지만 한가지 저를 뜨끔하게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내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다'라며 내키지 않은 정글행을 따라나선 블루의 모습입니다. 블루는 도시형 새입니다. 비록 정글의 마코 앵무새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인간의 손에 키워진 탓에 야생의 삶보다는 인간적 삶에 더욱 친숙해져 있습니다.

그랬던 그가 아마존 정글행을 선택한 것은 쥬엘을 위해서였습니다. 야생의 삶을 잊지 못하는 쥬엘을 위해 블루는 자신의 편안함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블루는 자기 자신에게 몇번이고 되뇌이며 다짐합니다. '아내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다.'라고...

어쩌면 불공평한 처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글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블루가 아마존 정글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할 것입니다. 게다가 장인인 에두아르도를 비롯하여 아마존 정글의 마코 앵무새들은 블루를 무시합니다. 이제 블루는 자신에게 익숙한 삶과 인간의 물건들을 버리고, 아마존 정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합니다. 오로지 쥬엘을 위해서...

 

그러한 블루의 용감한 선택을 보며 '나는 어떠한가?'라고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구피의 행복을 내 행복이라 생각하며 내 자신을 희생한 적이 있었던가?'

결혼 초기에는 저와 구피의 너무 다른 삶의 방식 때문에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이젠 내가 한걸음 양보하면 구피가 두걸음 양보하고, 그러면 제가 다시 세걸음 양보하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나가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술 약속과 영화 보기만큼은 쉽게 양보가 안되더라고요.

연휴의 둘째날, 저는 혼자 [표적]과 [역린] 중 한편을 보러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의 산행으로 다리가 아프다며 끙끙 앓고 있는 구피를 혼자 두고 극장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극장 가기를 포기하고 하루종일 구피의 다리를 주물러 주며 함께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연휴의 마지막날, 구피는 피곤함을 무릅쓰고 [표적]을 보겠다며 저와 함께 극장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바로 이것이 블루가 말한 '아내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다.'가 아닐까요? 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에게 맞춰나가면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된 우리들 모두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쥬엘을 위해서 아마존 정글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블루의 모습이 자꾸 잊어버리는 행복의 진실을 이렇게 일깨워줍니다. 암튼 이래저리 [리오 2]는 참 놀라운 애니메이션입니다.

 

흥겨운 삼바 리듬에 취하고,

애틋한 가비의 짝사랑에 박수를 보내다보면

어느 사이 나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가슴 한가득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