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 미스터 피바디보다 더 좋은 부모는 없다.

쭈니-1 2014. 4. 30. 17:05

 

 

감독 : 롭 민코프

더빙 : 타이 버렐, 맥스 찰스, 아라엘 윈터

개봉 : 2014년 4월 24일

관람 : 2014년 4월 2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슈퍼 히어로 영화! 다음엔 애니메이션

 

일산의 원마운트 오픈M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을 보고나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30분이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엔딩 크레딧 뒤에 숨겨진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쿠키 영상까지 챙겨 본 후 한산해진 일산을 빠져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쿠키 영상이 나와서 저는 이 두 영화가 혹시 크로스 오버되는 것은 아닌지 잠시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라는 군요.)

그 사이 웅이는 제 차의 뒷좌석에서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버렸습니다. 역시 아직은 너무 어린 웅이에게 늦은 시간 영화 관람이 조금 무리였는 듯 싶습니다. 일요일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배고프다며 잠꾸러기 엄마, 아빠를 깨우던 웅이가 그날 만큼은 오전 11시까지 침대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와 구피 역시 너무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봐서인지 11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찌푸둥했습니다. 구피는 "몰라. 난 오늘 그냥 푹 쉴래."라며 밀린 집안 일은 내팽개치고 패인 모드로 돌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와 웅이에겐 다음 스케쥴이 있기에 빈둥거리며 구피의 패인 모드에 동참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와 웅이를 기다리는 다음 스케쥴은 바로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다비]를 보러 가는 것입니다.

 

물론 연달아 이틀 연속 웅이를 극장에 데려가는 것에 대해서 구피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구피는 한동안 웅이를 극장에 데려가지 말라며 이틀 연속 웅이를 데리고 극장에 가려는 제게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린이날, [리오 2] 관람은 제외"라고 맞받아쳐서 구피가 "헐!'이라며 두손 두발 전부 들게 만들었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투쟁하며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를 보러 갔지만 피곤한 몸 상태 때문인지, 아니면 제 과도한 기대감 때문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영화가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IQ가 무려 800이라는 미스터 피바디(타이 버렐)가 구사하는 깨알같은 유머와 말장난 등을 이해하며 영화를 봐야 진정한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텐데... 아무래도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자막의 한계가 있었고, 그러한 한계는 결국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의 진정한 재미 요소가 반감되었습니다.

비록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애니메이션의 명가 드림웍스다운 기본적인 영화적 재미는 갖추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끝난후 웅이와 피바디 일행이 시간 여행을 통해 경험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대화까지 나눌 수 있었으니,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나름 의미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의 새로운 해석... 어색함 또는 깨알 재미

 

피바디가 말장난을 할때마다  셔먼(맥스 찰스)는 겉으로는 호응하는 척 웃지만, 뒤로 가서는 "도대체 뭔 소리래?"라며 불평합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저 역시 셔먼처럼 피바디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그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영화의 초반 피바디와 셔먼이 프랑스 혁명 당시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부분입니다. 프랑스 혁명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적 인물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일 것입니다. 그녀는 굶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라는 무개념 발언으로 프랑스 서민들의 분노를 활활 타오르게 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그러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화를 약간 변형시킵니다. 셔먼은 마리 앙트아네트에게 "케잌을 먹어도 되어?"라며 묻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근이지."라고 대답합니다. 셔먼은 "아니, 당근 말고요, 케잌이요."라고 되묻고, 그러한 광경을 본 프랑스 시민들은 여왕이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된다고 그랬다며 분노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이거 뭔가 내가 빠뜨린 부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막 번역이 엉망인 것인지...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무개념 발언을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셔먼을 등장시켜 새롭게 해석하려 했지만 영어가 한국어로 번역되며 그러한 잔재미가 어색함으로 변질된 것이죠.

 

하지만 어색함이 없이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는 부분도 분명 등장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는 부분입니다.

타임머신의 고장 수리를 위해 피다비 일행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찾아갔을때, 다빈치는 그 유명한 명화 '모나리자'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델인 '모나리자'는 웃지 않았고, 다빈치는 그녀를 웃게 만들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모나리자를 웃게 만들어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미소를 담은 명화로 탄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피바디 일행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빵'하고 터졌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 여행을 소재로하는 영화의 묘미입니다.

이렇듯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시간 여행을 통해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거나, 혹은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로 인해 어색하게 되어 버리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만약 영어를 잘해서 자막을 보지 않고도 영화 속의 말장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영화를 봤다면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을텐데...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그저 아쉽기만 했습니다.

 

 

개는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왜?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시간 여행 외에도 새로운 화두를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바로 개가 인간을 입양할 수 있는가? 라는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그러한 질문을 누군가에게 받았다면 "에이, 말도 안되. 어떻게 개가 사람을 입양을 해?"라며 농담으로 웃어 넘겼을 것입니다. 비록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를 본다고 해서 "저건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부성애라는 것이 인간에게만 가능한 것일까요?

한때 흑인들이 집에서 키우는 개와도 같은 취급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노예로 불리우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불과 몇십년 전에 실제로 미국에서 흑인들은 개와 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 당시 어느 똑똑하고 능력있는 흑인 남자가 백인 아이를 입양한다고 선언했다면 개가 인간을 입양한다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를 대하는 우리와 비슷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을 것입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바로 그러한 우리 어른들의 편견을 정면으로 꼬집고 있습니다. IQ 800이라는 피바디는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박사에 셔먼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전형적인 아들 바보 아빠입니다. 하지만 그는 개입니다. 그렇기에 개는 인간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동 보호관은 피바디에게 셔먼의 양육권을 빼앗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듭니다.

 

어쩌면 가족애를 내세운 뻔한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셔먼이 학교에서 페니(아리엘 윈터)와 싸우게 되는 원인은 페니가 셔먼에게 "너희 아빠는 개니까 너는 강아지야."라고 놀렸기 때문입니다. 비록 셔먼은 피바디를 멋진 아빠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가운데 셔먼 역시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개는 사람보다 열등하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그러한 피바디와 셔먼의 갈등을 트로이 전쟁으로의 시간 여행으로 풀어나갑니다. 트로이 전쟁 시대에서 아가멤논의 부하 장군이 된 셔먼. 피바디는 셔먼에게 "트로이 전쟁은 너무 위험해."라고 타이르지만 셔먼이 그러한 피바디의 충고를 따를리가 없죠.

자! 그렇다면 트로이 전쟁이 피바디와 셔먼의 갈등에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대 그리스 영웅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가멤논을 비롯한 오이디푸스 등 대부분의 그리스 영웅들은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바디와 셔먼의 문제가 인간과 개의 문제가 아닌, 모든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영화의 후반 하이라이트... 셔먼은 선언합니다. "나는 강아지입니다."라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이가 개라면 내가 강아지라고 한들 어떻습니까? 그것은 욕이 아닌 자랑인 것을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그렇게 드림웍스다운 방식으로 세상의 편견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이렇게 영화의 모든 갈등을 시간 여행으로 통해 해소합니다. 피바디와 셔먼의 갈등을 트로이 전쟁으로 풀었다면, 셔먼과 페니의 갈등은  고대 이집트의 에피소드를 풀어나갑니다.

고대 이집트의 소년왕 투탕카멘. 투탕카멘의 약혼자가 된 페니는 현재로 돌아가지 않고 고대 이집트에 눌러 앉겠다고 고집합니다. 하지만 투탕카멘은 18세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왕입니다. 게다가 고대 이집트에는 왕이 죽으면 왕비까지 함께 미이라로 만드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잘난척 하는 셔먼을 놀리고, 피바디가 개라며 무시하던 페니는 피바디와 셔먼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대 이집트를 빠져 나오게 됩니다.

인간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와 비교한다면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건들이 펼쳐졌습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한 영화들은 바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역시 다양한 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영화적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려면 한글 자막이 아닌 영어 대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영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포기한다면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분명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기본적인 재미를 안겨줄 것입니다.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를 보고 나오며 저는 웅이와 영화 속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스터 피바디가 셔먼에게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준 곳은 미국의 비행기 제작가인 라이트 형제의 자전거 판매점이었고, 미스터 피바디와 셔먼이 다정하게 야구 경기를 즐기는 곳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경기입니다. 

저 역시 이 영화 속의 역사적 사건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웅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니 웅이는 "아!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재미있어 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웅이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제게 의미가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비록 피바디처럼 시간 여행을 통해 웅이에게 의미있는 현장 체험 학습을 시켜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영화라도 함께 보며 간접 체험을 시켜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웅이와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가 된다고 해도 괜찮다.

피바디처럼 멋진 아빠가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