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MARVEL COMICS

<시빌 워 : 아이언 맨> - 토니 스타크의 슬픈 변명

쭈니-1 2014. 3. 25. 10:30

 

 

아이언 맨은 왜 악당이 되기를 자처했는가?

 

<시빌 워>를 읽는 동안 스피어더맨이 가장 불쌍했고, 캡틴 아메리카가 가장 멋졌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미웠던 캐릭터는? 바로 아이언 맨입니다. 그는 도대체 왜 초인등록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초인등록법을 반대하는 가족과도 같았던 동료들을 잡아 가두는 악역을 자처한 것일까요?

물론 아이언 맨의 사정을 알려면 <시빌 워>가 아닌 <아이언 맨 : 익스트리미스>, <아이언 맨 : 엑시큐트 프로그램>, <인빈시블 아이언 맨>등을 읽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시빌 워 : 아이언 맨>을 통해 아이언 맨, 즉 토니 스타크의 변명을 먼저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시빌 워 : 아이언 맨>은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지금은 부서진채 폐허가 되어 있는 어벤저스 맨션(<어벤저스 디스 어셈블드> 참조)에서 단 둘이 만나 대화를 하는 <아이언 맨 / 캡틴 아메리카 : 전쟁의 희생자들>로 시작합니다. '시빌 워'에서 서로의 적이 되어 싸워야 했던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은 '시빌 워'를 끝내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를 설득하려한 것입니다.

이 두 슈퍼 히어로의 대화는 꽤 흥미롭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듯이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공유하는 추억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토니 스타크가 알콜 중독 증세에 시달렸던 자신에 대한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난 이 얘길 당신한테 한 적이 없지.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어. 그건 내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네. 오바다아 스테인이 내 밑에서 회사를 야금야금 훔쳐내던 시절, 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 엄청나게. 머신맨이 사무실로 찾아왔어. 우린 전에 만난 적이 없었지. 하지만 그는 나랑 얘기를 나누고 싶어 했어. 지금도 난 그 이유를 몰라. 아직까지 물어보기 민망하거든. 난 그가 그냥 가길 바랐는데 안 가는거야. 그래서 아이언 맨 갑옷을 입고 그를 쫓아내기로 했지. 음주 운전자한테 차를 맡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그렇다면 취한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전투 갑옷을 조종하는 걸 상상해봐. 난 그에게 전신주를 휘둘렀고,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어. 하지만 직원 두 명이 맞았을거야. ...머신맨이 그들을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그렇습니다. 아이언 맨은 '시빌 워'의 시발점이 된 스탬포드 사건이 어리석은 워리어스 대신 자기 자신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초인등록법을 찬성하는 것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야한다는 자기 검열인 셈입니다.

 

 

승자인 그는 외롭다.

 

<아이언 맨> #13에서 미국 국방장관 잭 쿠닝이 토니 스타크를 찾아옵니다. 그는 토니 스타크에게 쉴드의 지휘권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그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죠.(그러나 결국 토니 스타크는 쉴드의 국장이 됩니다.) 바로 그때 토니 스타크를 협박하는 잭 쿠닝의 대사는 꽤 의미심장합니다.

내 말을 들어봐요. 스타크. 난 당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소. 이제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줄 차례요. 당신이 그 인센 아들놈과 만든 골칫거리를 해결하느라 내가 어떤 물밑작업을 해야 했는지 알기나 하시오? 당신이 격추시킨 그 여객기에는 200명이 넘는 승객이 있었어요. 남자, 여자, 아이들... 내가 아니었더라면 등록법의 포스터 보이는 스피드볼이 아니었을 거요... 아마 당신이었겠지.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려면 아이언 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더 많은 마블 코믹스를 구입해야 하겠죠? 암튼 아이언 맨이 초인등록법을 강하게 밀어부친 것은 단순한 판단 착오는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통해 슈퍼히어로를 통제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통감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초인등록법의 반대파인 캡틴 아메리카가 스스로 항복하면서 그는 승리를 거머줩니다. 하지만 승자인 아이언 맨은 여전히 외롭습니다.

<아이언 맨> #14는 그러한 아이언 맨의 외로움을 잡아냅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그리고 놀랍게도 페퍼 포츠의 남편이 된) 해피 호건이 스파이 마스터에게 공격을 당하고 의식불명 상태가 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언 맨> #14는 하루종일 아이언 맨의 뒤를 쫓는 인비져블의 나래이션이 이어집니다.

...그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때로는 건방지고, 필요에 따라 때로는 자기 비하적이기도 하고... 핵심적인 질문만을 하고... 언제나 경청하며, 모든 선택사항들을 신중히 숙고한다... 정수를 추출하고, 계산하고, 결정을 내린다... 항상 움직이고... 끊임없이 자신의 의제를 밀어붙이며... 선지자 역할을 한다. 승리에 집착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제 뭐지, 토니? 또 다른 미팅? 또 다른 프로젝트?

하지만 토니 스타크가 향한 곳은 해피 호건의 병원입니다. 그곳에서 페퍼 포츠는 토니 스타크에게 식물인간 상태가 된 남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러한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지켜본 인비져블은 결국 토니 스타크에 대해서 이러한 결론을 내립니다. 절대 혼자가 아니다. 언제나 혼자다. 아이언 맨.

 

 

아이언 맨의 슬픈 고해성사

 

<시빌 워 : 아이언 맨>은 캡틴 아메리카가 암살된 이후, 캡틴 아메리카의 주검 앞에 선 아이언 맨의 슬픈 고해성사로 마무리됩니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검 앞에서 자신이 초인등록법의 필요성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리더가 되어 강하게 밀어부친 이유를 눈물을 흘리며 변명하듯이 말합니다.

그는 초인등록법이 통과될 것임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그 누군가가 더욱 악랄한 방법으로 슈퍼 히어로들을 궁지에 몰아 넣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자신이 나서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이언 맨의 생각은 결국 어긋났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죽었다는 것은 초인등록법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결국 이뤄지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자! 이제 끝났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에 불어닥친 거대한 태풍인 '시빌 워'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시빌 워'로 인하여 불어닥친 거대한 태풍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1 : 꿈의 죽음>,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2 : 꿈의 무게>,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3 : 미국을 사 버린 남자>와 함께 최신 작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얼티밋 컬렉션>을 주문했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제 손에 도착할 것입니다.) <시빌 워>를 통해 제 마음을 사로 잡은 캡틴 아메리카의 장대한 죽음이 이제 곧 제게 도착합니다.

그러고보니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개봉도 며칠 앞으로 다가왔네요. [퍼스트 어벤져]를 볼 때와는 달리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볼 때엔 캡틴 아메리카라는 슈퍼 히어로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