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생각에 꼬리를 무는 영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왔니?... 2011년이후의 애니메이션

쭈니-1 2014. 3. 14. 12:38

어느덧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뒤돌아본다는 의미로 시작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왔니?'시리즈가 3부작의 마지막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뒤돌아볼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바로 2011년 이후 다양하게 발전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재미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저를 설레이게 만들었던 2011년 이후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어떤 영화들이 있을까요?

 

 

2011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홍길동 2084], [소중한 날의 꿈], [돼지의 왕]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들이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통한 수상, 혹은 호평으로 점차 자리를 잡은데 반에, 2011년 이후의 애니메이션은 드디어 우리나라 관객의 마음까지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당을 나온 암탉]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황선미의 동화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으로 2005년부터 치밀한 사전 작업을 비롯하여 6년이라는 기획, 제작 기간을 거친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양계장의 암탉 잎싹(문소리)이 양계장을 탈출하여 주인없이 버려진 오리알을 난생 처음으로 품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알에서 깨어난 오리 초록(유승호). 하지만 족제비를 비롯한 대자연의 위협은 잎싹과 초록을 위협하고, 급기야 철새인 청둥오리 초록은 잎싹을 떠나야하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인 이유는 원작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원작에는 없지만 어린이 관객이 좋아할만한 캐릭터인 달수(박철민)를 만들어내는 등, 상업영화로써의 기획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220만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합니다. 이는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흥행 1위입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의 경우는 픽사가 [토이 스토리]를 제작하며 일찌감치 3D 애니미이션의 열풍을 불러 일으켰지만, 셀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력, 자본력 등 모든 것이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 부족했던 것입니다. [원더풀 데이즈]에서 부분적으로 3D 화면을 제작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 드디어 첫 3D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것이죠. 바로 [홍길동 2084]입니다.

[홍길동 2084]는 우리나라 토속 히어로 중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홍길동과 2084년이라는 미래가 만난 영화로 최첨단 도시 율도 시티를 배경으로 몬스터 군단으로 인해 위험에 빠진 도시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3D 기술로 인하여 흥행에서는 대실패를 거두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011년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특별한 해인 것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과 우리나라 첫 3D 애니메이션인 [홍길동 2084]가 개봉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1년에는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도 두편이나 개봉하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을 확장시켰습니다.그 시작은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70년대를 배경으로 지는 것이 두려워 육상 선수의 꿈을 포기하려는 소녀 이랑(박신혜)의 순수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잡아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린이를 타깃으로한 장르라 생각해서 시끌벅적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중한 날의 꿈]은 잔잔하게 첫사랑의 순수함을 잡아낸 것입니다.

 

 

하지만 2011년 성인 애니메이션의 결정타는 바로 [돼지의 왕]입니다.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 종석(양익준)을 찾아갑니다. 대필 작가로 근근히 먹고 살던 종석은 갑작스러운 경민의 반문에 방황합니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고 15년 전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합니다.

[돼지의 왕]은 진정 충격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우리나라의 성인 애니메이션은 [블루 시걸]로 인하여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습니다. 그 결과 [아치와 씨팍]이라는 독특한 성인 애니메이션이 2006년에 선보이기도 했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우리나라 성인 애니메이션을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바로잡아 버린 것입니다.

 

 

 

2012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전성기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파닥파닥], [코알라 키드 : 영웅의 탄생]

 

 

2011년에 시작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은 2012년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2008년에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영화로 재탄생시킨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의 흥행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은 <한반도의 공룡>의 캐릭터인 '점박이'를 전면으로 내세워 상업영화로서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냈고, 이에 연계된 여러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내 부가 수익을 올렸습니다. 영화 자체로도 100만이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흥행 성공작이 되었습니다. 3D로 구축된 영상도 퀄리티가 꽤 높았는데, 불과 1년전 [홍길동 2084]가 개봉할때만 해도 3D 기술의 미숙함이 지적되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굉장한 발전을 한 셈입니다.

 

 

2011년에 [돼지의 왕]이 있다면 2012년에는 [파닥파닥]이 있습니다. [파닥파닥]은 자유롭게 바다 속을 가르던 고등어가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횟집 수족관의 작은 세상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풍자했습니다. 흥행 성적은 좋지 않지만 개봉 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코알라 키드 : 영웅의 탄생]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합작 애니메이션입니다. 호주의 광활한 사파리를 배경으로 동물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영웅담을 담은 영화입니다. 어린이 관객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들과 미국과 합작하며 3D 기술력의 보완하는 등 꽤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영화로 국내 흥행에서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013년...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성인 애니메이션의 동반성장...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사이비]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영화화한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의 흥행 성공 덕분일까요? TV 컨텐츠들의 극장판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그중 뽀통령이라 불리우는 <뽀로로>의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의 흥행 성공은 굉장한 수확입니다.

이미 일본의 경우는 TV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빼곰의 머그잔 여행] 외에는 이렇다할 영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해낸 것이죠. 이 영화는 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화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냈습니다.

2011년 [돼지의 왕]으로 성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은 2013년 [사이비]를 통해 또다시 우리나라 성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 놓았습니다.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에 교회가 생기고 기적을 빙자해서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를 돕는 목사와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의 이야기가 섬뜩하게 펼쳐집니다.

김청기 감독이 초기에 어린이 SF 애니메이션의 브랜드였듯이 이제 연상호 감독은 2015년에 [서울역]이라는 성인 애니메이션을 연출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연상호 감독은 우리나라 성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잡은 듯.

 

 

2014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넛잡 : 땅콩 도둑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지금은 2014년 3월입니다. 하지만 벌써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두편이나 개봉했습니다. 2014년이 지나고나면 또 어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관객의 환호를 받아낼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2014년의 시작 또한 좋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 [넛잡 : 땅콩 도둑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좋은 흥행 결과를 가져온 영화입니다. [코알라 키드 : 영웅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미국의 합작 애니메이션인 [넛잡 : 땅콩 도둑들]은 제작비가 무려 4천2백만 달러가 들어간 대작입니다. 지난 1월 17일 미국에서 개봉하여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3위라는 호성적을 올렸고, 현재 6천1맥만 달러의 굉장한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우리나라 영화 중 미국 박스오피스 최고의 기록입니다.

[넛잡 : 땅콩 도둑들]의 미국 흥행 성공으로 이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좁은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미국과 합작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언젠가는 국내 자본만으로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호령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넛잡 : 땅콩 도둑들]이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형 블럭버스터라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느날 검은 마법으로 인하여 마음을 잃은 사람들이 동물로 변하고, 수명이 다해 지구로 추락하던 인공위성 일호(정유미)는 마법사 멀린으로 인하여 소녀의 모습을 한채 얼룩소로 변한 경천(유아인)을 돕게 됩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비록 4만명에 불과한 흥행 성적을 올렸지만 독특한 상상력으로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마이너 장르가 아닙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의 흥행 성공,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통한 관객층의 확대, [넛잡 : 땅콩 도둑들]에 의한 세계 시장 진출 등을 2011년에서부터 2014년까지 짧은 시간 안에 이뤄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만족해서는 안되겠죠. [겨울왕국]이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이제 더이상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 디즈니 애니매이션 [겨울왕국]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높은 퀄리티, 매력적인 캐릭터만 갖춘다면 애니메이션도 얼마든지 천만 관객의 신화를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발전이 더욱 기대됩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 주 1위를 차지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