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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왔니?...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애니메이션

쭈니-1 2014. 2. 27. 18:30

 

사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김청기라는 거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진 감독을 통해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지만 성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블루 시걸]이라는 당장의 흥행에만 눈이 먼 졸작을 통해 성인 관객을 떠나게 만드는 원흉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의 바람이 불었던 1995년과 1996년,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소동]만 흥행에 성공했을 뿐, 청소년 이상의 관객을 대상으로한 애니메이션은 모두 실패하며 90년대를 고스란히 흘러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죠. 그리고 그러한 희망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들끓었던 200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2002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희망 [마리 이야기]

 

 

2002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인 [마리 이야기]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소식입니다. [마리 이야기]의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소식은 그동안 긴 잠에 들었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깨우는 역활을 했습니다.

[마리 이야기]는 바닷가 외딴 마을에 사는 열두살 소년이 신비의 구슬을 발견하고, 그 구슬을 통해 신비한 환상의 세계에서 마리라는 소녀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동화같은 모험 이야기입니다.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체로 판타지의 세계를 완성한 이 영화는 더이상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를 위한 전유물이 아닌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임을 일깨워줬습니다.

 

 

2003년... 국내보다 해외에서 알아주다. [오세암], [원더풀 데이즈]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마리 이야기]이후에도 [오세암]에게 그랑프리를 안기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주목했습니다. [오세암]은 불교설화와 정채봉 작가의 동화, 그리고 박철수 감독, 김혜수 주연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부모를 잃은 눈이 먼 소녀 감이와 개구쟁이 다섯살 소년 길손이 설정스님을 만나 절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설정스님이 길손을 혼자 두고 마을로 내려가는 일이 생기고, 그날 폭설이 내려 길손 혼자 절에 남게 됩니다. 암자에서 혼자 잠이 든 길손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 '오세암'은 본래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 관음암이라 하였지만 다섯살 난 아이의 성불을 기리기 위해 암자를 증건하며 '오세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국내보다 국외에서 먼저 알아본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와 [오세암]이 연달아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다시한번 대중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회심의 대작이라 할 수 있는 총 제작기간 7년, 제작비 126억원의 [원더풀 데이즈]가 야심차게 개봉합니다.

[원더풀 데이즈]는 CGI와 실사 미니어처를 사용한 배경, 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등장 인물의 3중 합성방식으로 제작된 상당히 파격적인 기술력을 선보인 애니메이션입니다. 내용은 2142년 미래, 인공지능도시 에코반의 심장부에 침입자가 발생하고 에코반 순찰대원 제이는 침입자가 첫사랑 수하임을 알게 됩니다. 하늘은 잿빛이 아닌 푸른빛이라며 언젠가 꼭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던 수하. 그는 왜 에코반을 떠났고, 왜 이제서야 에코반의 심장부에 침입한 것일까요?

하지만 매력적인 기술력을 선보인 [원더풀 데이즈]이지만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방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했고, 결국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더풀 데이즈]의 실패는 대형 배급사가 애니메이션 투자를 꺼리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2006년... 다시 선보인 성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분명 우리나라의 성인 애니메이션은 [블루 시걸]로 인하여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어린이 애니메이션만을 만들 수는 없는 법. [블루 시걸]이 개봉한지 12년만에 [아치와 씨팍]이라는 독특한 성인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게 됩니다.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 어느 도시. 인간 자체 생산이 가능한 이 에너지원에는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하드'가 부상으로 내려집니다. 먹이를 찾아 헤메이는 하아에나처럼, 오늘도 하드를 찾아 헤매이는 두 녀석이 있으니 , 바로 아치와 씨팍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앞길을 방해하는 또 다른 무리가 있으니, 바로 보자기 갱단. 보자기 킹 밑에서 일하는 그들은 '하드'가 있는 곳이라면 물 불 안 가리고 뛰어들고 여기에 불의를 절대 못 참는 과묵하고 냉철한 형사 개코가 합세하면서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 등이 더빙에 참여한 [아치와 씨팍]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수상, 로테르담 영화제 및 프랑스 앙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시애틀 국제필름 페스티벌, 멜버른 국제필름페시티벌 등에 초정되며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흥행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꿈꾸며... [천년여우 여우비], [빼꼼의 머그잔 여행]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가장 큰 성과를 낸 애니메이션 감독은 이성강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리 이야기]로 긴 잠을 자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깨웠던 이성강 감독은 2007년 [천년여우 여우비]를 통해 한층 더 상업적인 내용으로 돌아왔습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꼬리 다섯 달린 여우 소녀 여우비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 6마리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여우비는 우연히 황금이라는 남자아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인간과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구미호 사냥꾼이 여우비 사냥을 위해 마을에 도착하며 여우비와 황금이의 우정 또한 위태로워집니다.

손예진, 류덕환, 공형진 등이 더빙을 맡았고, 비슷한 날 재개봉한 [로보트 태권 V]가 68만명, [천년여우 여우비]가 45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소동]이후 잠잠하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공을 이루어냈습니다.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철저하게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3D 애니메이션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던 베베는 산타클로스에게 커다란 머그잔을 선물로 받습니다. 이 머그잔은 베베를 북극으로 데려가고, 북극에서 북극곰 빼꼼, 펭귄녀 도도 등을 만나며 멋진 모험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2007년은 [천년여우 여우비]와 [로보트 태권 V]재개봉, 어린이 캐릭터 애니메이션 [빼꼼이의 머그잔 여행] 등 다양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알렸습니다.

 

 

 

 

 

90년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애니메이션들은 작품성을 위주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처럼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흥행에 대실패한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중흥은 2011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중흥은 90년대 이전의 시행착오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작품성이 기반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왔니?'의 마지막 이야기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의 애니메이션입니다. 고작 4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11편의 애니메이션이 쏟아져나왔고, 성인 애니메이션부터 어린이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어낸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대되시죠?

커밍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