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4년 영화이야기

[논스톱] - 새로운 밀실 추리 액션

쭈니-1 2014. 3. 7. 19:53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주연 : 리암 니슨, 줄리안 무어, 미셀 도커리

개봉 : 2014년 2월 27일

관람 : 2014년 3월 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입소문이 좋더라.

 

사실 [논스톱]이 개봉한 2월의 마지막주 기대작은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과 [노예 12년]까지였습니다. 2014년 들오서자마자 너무 바쁜 나머지 영화볼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기대작의 수를 일주일에 2개로 한정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조지 클루니 감독, 주연에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과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 유력한, 그리고 결국 수상한 [노예 12년]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결국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영화 [논스톱]은 2월의 마지막주 기대작의 순위에서 벗어나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논스톱]은 개봉과 동시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 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테이큰]과 비교될만큼 관객의 입소문도 좋았습니다. 이미 아둥바둥거리며 억지로 시간을 내서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과 [노예 12년]을 본 저는 놓친 기대작인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을 볼 차례였지만, 높은 흥행과 좋은 입소문을 감안하여 결국 [논스톱]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독감이 완치되지 않아 비실비실한 구피도 [논스톱]에 대한 입소문을 들었나봅니다. 제가 [논스톱]을 보러 극장에 가겠다고 선언하니 "나도 보고 싶은데..."라며 말을 얼버무립니다. 하긴 몇주간 독감때문에 고생하느라 집과 직장만 오고다녔으니 영화가 보고싶을법도 하죠.

그래서 [로보캅]이후 무려 15일만에 구피와의 영화 데이트가 성사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구피와 함께 본 영화라서 그런지 [논스톱]을 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흥미진진했던 초반부와는 달리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1시간 45분의 러닝타임 중에서 1시간 30분은 재미있었고, 나머지 15분만 실망스러웠으니 어쩌면 합격점을 줘도 괜찮을런지도...

자! 그렇다면 예순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액션 배우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리암 니슨과 [언노운]이후 또다시 리암 니슨과 손을 잡은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의 앙상블, [논스톱]의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릴러 영화의 경우는 제 글에 스포가 다량으로 첨가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가급적 제 글을 읽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믿음직하지 못한 남자, 사람들이 자신을 믿게할 수 있을까?

 

[논스톱]은 힘든 기색이 역력한 빌 막스(리암 니슨)의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전화로 자신의 상관을 협박(혹은 애원)하고, 차에서 몰래 술을 마십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보이는 그의 직업은 미항공수사관입니다. 승객으로 위장하여 비행기에 탑승하여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의 임무입니다.

[논스톱]은 뭔가 사연을 많은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인 빌의 사정을 관객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 초반 빌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보이고, 믿음직하지 못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논스톱]의 초반 키포인트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엔 불안한 표정으로 딸이 준 선물이라며 리본을 손에 꼭 쥐는 빌. 미항국수사관이 비행 공포증이라니... 게다가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도 진토닉을 주문한 빌에게 스튜어디스인 낸시(미셀 도커리)는 생수를 가져다줍니다. 빌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논스톱]은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빌의 믿음직하지 못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킵니다. 그런데 이렇게 믿음직하지 못한 빌에게 1억5천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20분마다 한명씩 죽이겠다는 테러범의  협박 문자가 옵니다. 빌은 즉각적으로 행동을 취하지만 빌을 믿어주는 이는 낸시와 빌의 옆자리 승객인 젠(줄리안 무어) 뿐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빌은 정체불명의 범인과 게임을 시작합니다. [논스톱]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미항공수사관 빌과 정체불명 비행기 테러범의 대결입니다. 비행기에 탄 승객 모두가 용의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비행기의 승객들은 빌을 테러범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도 빌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은 승객 속에 숨은 범인을 잡아야합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논스톱]의 초반 키포인트인 빌의 불안함이 중요하게 작용됩니다. 스릴러 영화가 영화와 관객간의 두뇌싸움이라 생각하는 저는 믿음직하지 못한 빌 때문에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빌의 활약을 통해 테러범을 추리하기엔 빌은 테러범과의 두뇌 싸움에서 매번 패배만 당하며 질질 끌려다닙니다. 그는 관객의 범인 추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셈입니다. 

빌을 믿어주는 낸시와 젠이 유이한 지원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그녀들이 아무도 믿지 않는 빌을 그토록 믿어주고 도와주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믿음직하지 못한 빌 때문에 빌을 도와주는 낸시와 젠은 제게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빌이 비행기를 납치했다며 미전역의 TV 뉴스에서는 긴급 속보로 보도하고, 승객들 역시 힘을 합쳐 빌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빌을 향한 불신은 그렇게 극에 치닫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논스톱]은 빌의 믿음직하지 못한 캐릭터를 이용하여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혼란을 안겨줌과 동시에 영화의 긴장감도 팽팽하게 유지시킵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 빌에 대한 불안함, 믿음직하지 못한 모습이 해소되며 [논스톱]은 터닝 포인트를 맞이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승객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 놓으며 테러범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빌. [논스톱]은 빌에 대한 불안감으로 영화 초중반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빌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는 그 순간 액션 영화의 쾌감을 선사하는 꽤 영리한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매력적인 밀실 추리극

 

제가 [논스톱]에 합격점을 주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추리 소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밀실 추리극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밀실 추리극의 장점은 그 누구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공간에서 살인 등의 사건이 일어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을 영화화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논스톱]의 무대는 비행기입니다. 테러범은 비행기 안에 있고, 당연히 피해자 역시 비행기 안의 승객, 혹은 승무원입니다. 운항 중인 비행기 안이기에 아무도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그렇다고 들어올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비행기라는 공간은 완벽한 밀실 추리극의 무대가 됩니다.

빌은 승객 모두를 의심하며 범인을 추리해나갑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빌에게 접근하여 암스테르담에 간다며 떠들었던 교사,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빌의 앞에서 걸리적거렸으며 빌이 범인을 잡도록 도와주겠다며 스스로 나선 폰 프로그래머, 빌을 의심하는 뉴욕 경찰과, 가만히 있어도 의심스러운 아랍계 의사, 대타로 비행기에 탑승한 여승무원(놀랍게도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루피타 니옹입니다.) 등등. 하나같이 의심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게다가 빌을 믿어주고, 도와준 젠과 낸시까지 합하고 나면 [논스톱]은 "어때?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겠어?"라며 관객에게 자신만만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영화의 놀라운 밀실 추리극은 점점 혼란에 빠지는 빌처럼 제게도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라며 두손 두발을 다 들게끔 만듭니다.

 

놀랍게도 [논스톱]의 밀실 추리극은 살인에게 그치지 않고 폭탄으로 이어집니다. 비행기 안의 폭탄이 놀라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비행기라는 공간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것은 테러범 역시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폭탄의 등장은 '테러범이 누구인가?' 라는 범인 찾기 게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존 게임으로 진화됩니다. 더이상 범인이 누구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50여명의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빌은 '어떻게 하면 이 모두를 살리고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논스톱]은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을 이용하여 밀실 추리극의 묘미를 완성한 이후, 영화의 후반부에는 전형적인 비행기 납치라는 하이재킹 영화의 재미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폭탄을 해체할 수 없는 빌은 비행기 안에서 폭탄이 터트려야 합니다. 하지만 빌이 비행기를 납치했다고 믿는 미당국은 빌의 계획에 협조하지 않습니다.

사실 바로 그 순간 드러나는 범인의 존재가 너무 미지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비행기 안에 설치된 폭탄 덕분입니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영화적 재미를 쌓아놓은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오락 영화로서 [논스톱]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빈칸이 너무 많다.

 

하지만 [논스톱]에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매력적인 오락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완벽한 스릴러 영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중반까지는 치밀하게 구성된 완벽한 스릴러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테러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그 순간 김이 빠져버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폭탄이라는 새로운 긴장감 조성이 없었다면 자칫 [논스톱]은 후반 15분 때문에 최악의 스릴러 영화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밝히는 테러범의 정체는 밋밋했고, 테러범의 정체가 밝혀졌지만 영화 초중반 범행의 퍼즐은 결코 맞춰지지 않을 정도로 헛점 투성이였습니다.

아마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관객을 속이는 멋진 밀실 추리에 너무 집착한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중반까지는 아무리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저라도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혹시 범인이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는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모든 범행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진행된다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것에 급급했을 뿐, 중반까지 펼쳐 놓은 놀라운 범행을 미처 수습하지는 못합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뭔가 뒷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일단 하나 하나 되집어보면, 빌이 자신의 동료를 딱 20분 만에 죽일 것이라는 테러범의 계획은 말도 안됩니다. 테러범 스스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 빌이 살인을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것은 너무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살인이 일어나지 않으면 빌이 협박 문자를 장난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만큼 첫번째 살인이 중요한데, 테러범이 변수가 너무 많은 모험에 올인을 한 셈입니다.

두번째 살인 사건인 기장의 죽음은 더욱 말이 안됩니다. 범인이 기장을 어떻게 죽였는지 [논스톱]은 결국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하여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 '범인은 더 있다.'라는 추리 놀이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영화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테러범의 정체가 밝혀지고 테러범 스스로 범행 동기를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장면은 [논스톱]의 매력적인 밀실 추리극을 산산조각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폭탄이라는 새로운 긴장감 조성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후반부는 영화 전체를 망쳐버릴 뻔했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후의 장면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비행기에서 벌어진 그 모든 사건이 말끔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논스톱]은 더이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인가요? 하지만 그러기엔 이 영화의 빈칸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기에 [논스톱]은 재미있었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밀실 추리극이 아닌

새로운 밀실 추리 액션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밀실 추리극을 완성하지 못한채, 액션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