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지 클루니
주연 :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존 굿맨, 장 뒤자르댕, 밥 바라반
개봉 : 2014년 2월 27일
관람 : 2014년 3월 2일
등급 : 12세 관람가
2차 세계대전의 '오션스 일레븐'?
3월에 맞이한 첫 일요일. 겨울 내내 춥다며 움추렸던 저희 가족은 봄을 맞이하여 가장 먼저 웅이의 방부터 새로 꾸며주었습니다. 합판으로 만들어져서 휘어진 책장을 새 책장으로 교체하고, 웅이가 어렸을 적에 보던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책들은 싹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나니 너저분하던 웅이의 방이 말끔해졌습니다. 다음 날이면 5학년으로서 새학기를 맞이하는 웅이에게 이제 네 방은 네가 알아서 정리정돈하라며 잔소리까지 늘어놓고나니 일요일 하루가 후다닥 지나가버리더군요.
독감이 아직 다 안나았으면서도 웅이의 방을 정리하겠다고 덤벼든 구피는 이미 기진맥진 상태이고, 책장과 책들을 옮기느라 오랫동안 안썼던 근육을 쓴 저 역시 온 몸이 쑤시고 아팠습니다. 하지만 말끔해진 웅이의 방을 보니 제 기분마저 상쾌해졌습니다.
일요일 밤. 그저 침대로 달려가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을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혼자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전날인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노예 12년]과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을 볼 계획을 세웠었지만, 웅이의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하는 바람에 집안 청소를 하느라 예매를 취소했었거든요. (독감에 걸린 구피 혼자 청소를 시킬 수는 없었기에...)
그렇게 일요일 밤에 혼자 본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조지 클루니 감독, 주연작입니다. 배우로 더 유명한 조지 클루니는 이미 [컨페션]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까지 무려 다섯편의 영화를 연출한 이제는 베테랑 감독입니다.
조지 클루니 연출작의 특징이라면 자신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과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컨페션]에서는 주연을 맡은 샘 록웰 외에도 줄리아 로버츠, 매기 질렌할, 룻거 하우어, 드류 배리모어,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이 배역의 크고 작음을 상관하지 않고 출연했었습니다. 그만큼 그의 할리우드에서의 인맥이 그의 영화에 중요하게 작용되는 셈입니다.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도 마찬가지인데, 조지 클루니의 단짝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맷 데이먼 외에도 중견 배우 빌 머레이와 존 굿맨,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과 [아티스트]의 주인공 장 뒤자르댕, [문라이즈 킹덤]의 밥 바라반까지... 매력적인 배우들로 가득 채워진,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한 [오션스 일레븐]이라 칭할만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을 꽤 유쾌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 중, 예술품을 보호하라.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가 약탈해간 세기의 걸작들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띈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의 활약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 미술역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가 '모뉴먼츠 맨' 결성의 필요성을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히틀러에게 인류의 즁요한 문화유산을 모두 약탈당하기 전에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랭크에게 고위 관료들은 묻습니다. "예술품을 지키는 것이 목숨을 걸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바로 그러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같은 질문으로 끝을 맺는 영화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많이 죽이느냐에 따라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나눠는 잔인한 전쟁 속에서 어쩌면 문화 유산을 지켜야한다는 프랭크의 주장은 허황되어 보입니다. 당장 내가 죽을지도 모를 판국에 그림, 조각품을 지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러한 의문 속에 프랭크는 자신을 포함한 최소한의 인원인 일곱명의 대원만을 지원받게 됩니다. 게다가 전쟁터의 장교들은 프랭크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적의 총탄 속에서 매일 아슬아슬한 나날을 보내는 그들에게 프랭크의 임무는 탁상공론만을 일삼는 높은 것들의 헛짓거리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프랭크는 그들에게 반박하지 못합니다. 프랭크조차 각국에서 모인 '모뉴먼츠 맨' 대원들에게 "예술품보다 중요한 것은 그대들의 목숨이다."라고 말합니다.
'모뉴먼츠 맨'의 활약으로 독일의 광산에 숨겨진 수 많은 예술품들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언론이 열광하는 것은 예술품들과 함께 찾은 금괴였습니다. 그러한 장면은 '모뉴먼츠 맨'의 활약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모뉴먼츠 맨' 대원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쓸 뿐입니다.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일곱명의 대원들 하나하나의 활약을 통해 영화 초반 "예술품을 지키는 것이 목숨을 걸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관객에게 합니다. '모뉴먼츠 맨'으로 활약한 대원들 모두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로 그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쳐 예술품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몇 번이고 문제를 일으켰던 도널드(휴 보네빌)가 그러합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지만 번번히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맙니다. 그런 그에게 '모뉴먼츠 맨' 대원으로써의 활약은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와도 같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어린 시절 함께 봤던 성모상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고, 그의 아버지는 프랭크에게 아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그러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보다보면 '그깟 예술품이 목숨을 걸만큼 중요해?'라는 삐딱한 시선이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의 목표, 하지만 너무 다른 개성
'모뉴먼츠 맨' 대원들은 히틀러에게 약탈당한 문화 유산을 지키자는 하나의 목표로 뭉친 이들입니다. 하지만 급하게 대원들을 세계 각지에서 끌어모으다보니 같은 부대원으로서의 끈끈한 팀웍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개성 때문에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던 '모뉴먼츠 맨' 대원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은 이 영화의 부수적인 재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리차드 캠벨(빌 머레이)과 프레스톤 세비츠(밥 바라반)입니다. 부대원 중에서 유일하게 이등병의 직급을 받게된 프레스톤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가장 공격적이며 개인적인 성향을 보이는 대원입니다. 그가 첫 모임에서 '히틀러를 죽이고 싶다'고 발언하는 장면에서 그러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서로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 리차드와 프레스톤. 하지만 프레스톤이 독일의 패잔병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그러한 위기를 리차드의 재치로 넘기게 되자 프레스톤 역시 리차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리차드에게 마음의 문을 연 프레스톤은 리차드 앞으로 배달되어 온 가족들의 음성 편지를 측음기를 구해서 틀어줍니다.
샤워 도중 흘러 나오는 가족들의 목소리와 노래 소리에 감동받는 리차드의 모습은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전쟁]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생과 사를 함께 하며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죠.
꼭 '모뉴먼츠 맨' 대원이 아니라도 예술을 사랑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이들은 결국 통하기 마련입니다.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점령되었던 당시 반강제적으로 프랑스의 예술품을 히틀러에게 빼돌리는 일을 도왔던 클레어 시몬스(케이트 블란쳇). 그녀는 독일군이 프랑스에서 물러난 후에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립니다.
히틀러에게 강탈당한 예술품을 되찾기 위해 클레어의 도움이 절실한 제임스(맷 데이먼)는 그녀를 설득시키려합니다. 하지만 이미 연합군인 러시아가 독일이 빼돌린 예술품들을 자국으로 빼돌리고 있음을 알고 있는 클레어는 제임스가 예술품을 미국으로 빼돌리려한다는 의심을 갖게 되고 끝까지 그를 경계합니다.
제임스가 독일군에게 빼앗긴 유대인 가족의 그림을 되찾아 이미 그들이 떠나버려 텅빈 집에 걸어놓는 모습을 본 클레어는 제임스의 진심을 점차 알게 됩니다. 제임스를 집으로 초대하여 자신의 모든 것과도 같은 히틀러가 약탈한 예술품의 기록 일지를 제임스에게 넘기는 클레어의 모습에서는 절박함이 보였습니다. 비록 반강제적이었지만,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제임스가 만회해주기를 바라는 절박함이 클레어의 표정에서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깟 예술품이 목숨보다 중요해?'라고... 하지만 그들은 말합니다. '그렇다고...' 인류의 문화 유산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지금 당장이 아닌, 평화의 시대를 누릴 후손을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너무 주인공이 많았다.
조지 클루니 감독이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을 연출한 이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들의 활약을 후손인 우리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만약 그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리가 전시회에서, 미술관에서 보는 위대한 예술품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조지 클루니 감독은 말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그들의 임무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도덜드가 목숨을 바쳐 지키려했던 성모상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이 영화의 모든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이런 좋은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만 놓고본다면 만족스럽기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주인공들로 인하여 감정이입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합니다. 조지 클루니 감독은 '모뉴먼츠 맨' 대원들의 활약을 균등하게 그려냅니다. 그러다보니 2차 세계대전이라는 포화 속에서 예술품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건 대원 하나 하나에 대한 캐릭터 묘사가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묘사가 아쉽다보니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는 '모뉴먼츠 맨' 대원들의 죽음에 감동을 느낄 시간조차 부족했습니다.
특히 가장 아쉬웠던 것은 클레어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비록 반강제적으로 나치를 돕고 있었지만 뒤로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에 의해 동생이 사실되고, 독일군이 프랑스에서 물러나면서는 독일군을 도왔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습니다. 예술품에 대한 그녀의 사랑, 자부심이 그것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클레어만으로도 멋진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레어가 제임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모뉴먼츠 맨'을 돕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멋진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클레어 외에도 너무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하다보니 이야기 자체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빨리 빨리 흘러가버렸습니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넓은 인맥이 이번 영화에서는 독으로 작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조지 클루니의 연출의도만으로도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분명 멋진 영화입니다. 웅이와 함께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 조각품들이 어쩌면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욕심 때문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들은 분명 '모뉴먼츠 맨'에게 감사해야할 것입니다.
웅이와 함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그러한 예술품이 값어치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재 우리는 그들이 지켜준 예술품에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진정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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