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모든 마블 코믹스는 <시빌 워>를 향해 있었다.
제가 처음 마블 코믹스를 접한 것은 <토르 옴니버스>였습니다. 그저 단순히 [토르 : 다크월드]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원작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질러버리긴 했지만 <토르 옴니버스>는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를 처음 접하는 제게 <토르 옴니버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토르 옴니버스>에 속하는 '판타스틱 포 #536'에서 리드가 슈퍼 히어로 모임에 참가하는 장면인데, '아이언맨'은 리드와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게 정부가 추진 중인 초인등록법을 설명합니다. 초인등록법이란 초능력이 있거나, 코스튬을 입었거나 뮤턴트는 모두 미합중국 정부에 정체를 공개하고 쉴드의 멤버로 일해야 한다는, 다시 말하면 슈퍼 히어로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법안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토르 #3'에서는 한때 '어벤져스'의 동료였던 '아이언맨'과 '토르'가 싸움을 벌입니다. '토르'는 '아이언맨'을 공격하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 사정이 변했다. 한때 동지라 부르며 등을 맞대고 싸웠던 이들을 지금 너는 사냥하고 있다. 너는 지금 과거 너에게 충직했던, 너를 믿고 따랐던 자들을 네게 맞선다는 이유로 가두고 죽인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너는 용서가 안되지만, 너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더욱 잔혹한 짓을 저질렀지. 너는 나의 허락도 없이,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나의 유전자 정보를 가져다가 흉측한 괴물을 만들었다. 그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능멸이다.
'아이언맨'이 '토르'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서 괴물을 만들었다는 것도 충격인데, 그 뒤에는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토르 #11'에서 '토르가 '캡틴 아메리카'의 무덤에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캡틴 아메리카'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이 <시빌 워>로 촉발되었다고 합니다.
<시빌 워>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다.
<토르 옴니버스>를 다 읽은 저는 곧장 <시빌 워>를 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저는 섣부르게 덤벼들지는 않았습니다. <시빌 워>를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시빌 워>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을 알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와 <하우스 오브 엠>, 그리고 <시크릿 워>를 먼저 읽었습니다.
잠시 쉬어 가는 의미로 <플래닛 헐크>와 <월드 워 헐크>도 읽었는데 <월드 워 헐크>에서조차 <시빌 워>에 대한 내용이 나오더군요. '헐크'로 인하여 노예 검투사가 된 슈퍼 히어로들. 노예 검투사가 된 슈퍼 히어로들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발언 중에서 톰 포스터라는 한 남자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 리드 리처드(미스터 판타스틱)가 '토르'를 복제해서 골리앗이라는 불리던 자신의 삼촌을 살해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 것입니다.
저는 더이상 <시빌 워>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시빌 워>와 <시빌 워>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빌 워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 아이언맨>를 사서 순식간에 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시빌 워>의 충격에서 한참 동안을 허우적거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초인등록법을 사이에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눠서 벌어진 슈퍼 히어로들끼리의 전쟁. '아이언맨'을 리더로 하는 찬성파와 '캡틴 아메리카'를 리더로 하는 반대파는 한때 동료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치열한 대결을 벌입니다. <시빌 워>는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라고...
영웅도, 악당도 없는 전쟁. 정의는 어디에 갔는가?
<시빌 워>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됩니다. TV 리얼리티쇼에 출연중인 어린 슈퍼 히어로 집단인 마이크로브 일행이 시청률에 눈이 멀어 너무 강력한 슈퍼 빌런들을 공격하다가 일대가 폭발에 휩싸인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을 당합니다. 슈퍼 히어로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결국 모든 슈퍼 히어로들이 정부의 관리하에 활동을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칩니다. 그러한 여론에 힘입어 미 정부는 초인등록법을 국회에 통과시킵니다.
만약 쉴드의 국장이 닉 퓨리였다면 어쩌면 닉 퓨리는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초인등록법을 막아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닉 퓨리는 <시크릿 워>의 여파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쉴드의 국장은 미국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리아 힐에게 넘어간 상태입니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의 우려대로 초인 등록법은 슈퍼 히어로들을 정확히 둘로 갈라 놓습니다.
얼핏 들으면 초인등록법은 나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이 정부의 규제 아래 공공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는 그것은 슈퍼 히어로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 됩니다. 그저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유를 규제하는 것이죠.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등은 초인등록법에 반대해서 '시크릿 어벤저스'를 결성하고, '아이언맨'을 비롯한 리드 리처드, 행크 핌 등은 초인등록법을 어긴 '시크릿 어벤저스'를 잡아 가두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와중에 '토르'의 복제가 나오고, 반대파에 가담했던 골리앗은 복제된 '토르'에 의해 죽음을 당합니다. 결국 슈퍼 히어로들의 싸움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 깨달은 '캡틴 아메리카'의 항복으로 '시빌 워'는 찬성파의 승리로 끝이 나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항복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빌 워>는 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빌 워'의 전체적인 사건을 담은 <시빌 워>와 '시빌 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세명의 슈퍼 히어로의 시선으로 '시빌 워'를 담은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빌 워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 아이언 맨>이 있습니다. 이들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초인등록법이라는 정치적 현안으로 서로 맞서 싸우는 슈퍼 히어로의 모습은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시빌 워>로 촉발된 슈퍼 히어로들의 전쟁. 그리고 그러한 전쟁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슈퍼 빌런들의 습격. 마블 코믹스의 세계는 아직 제게 무한한 호기심을 안겨주고 있으니까요.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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