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미트 페어런츠 2] -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쭈니-1 2009. 12. 8. 18:04

 



  
감독 : 제이 로치
주연 : 벤 스틸러,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개봉 : 2005년 4월 15일
관람 : 2005년 4월 12일

극장가의 비수기 4월. 저는 요즘 이 비수기의 절망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 주말마다 집앞 목동 CGV에서 영화보는 것이 내 삶의 기쁨인데 요즘은 아무리 기다려도 볼만한 영화가 좀처럼 개봉을 하지 않네요. 4월의 최고 기대작이었던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이 4월 1일 동시에 개봉한후 2주가 지났건만 더이상의 기대작은 개봉되지 않고 있습니다. [킹덤 오브 헤븐], [혈의 누], [남극일기],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등 보고 싶어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이는 영화들은 전부 5월에 개봉되니 4월이 어서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나마 기대작에 속하는 [미트 페어런츠 2]가 개봉되었습니다. 솔직히 철저하게 미국식 코미디인 이 영화는 제가 그리 좋아할만한 장르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을 한 화면속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으로 달려갈만큼 매력적이며, 덤으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까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니...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는 없었죠.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서면서 전 이 영화의 스토리엔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편처럼 벤 스틸러가 잘하려고 할때마다 일은 점점 꼬일 것이며,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만은 서로의 생활 방식이 달라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점차 이해할것이 뻔하지만, 저는 과연 연기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두 거장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것인가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또 어떤 매력을 발산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만 잔뜩 안고 극장 좌석에 앉은 겁니다.
이처럼 제가 영화에 대한 관람 포인트를 배우들의 매력에 맞춰서인지 [미트 페어런츠 2]는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연기에 의한 재미면에서는 충분히 제게 만족감을 줬지만, 서로 다른 생활 방식때문에 벌어지는 소동들에 의한 재미는 전편에 비해서 오히려 뒤로 후퇴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아무리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만이 만났더라도 속편의 저주는 쉽게 깰수가 없나봅니다.


 


  
먼저 이 영화의 좋았던 점부터 이야기해보죠.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가 제 기대작이 된데에는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출연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유난히 다작 배우가 되어버린 로버트 드니로는 뒤로 하더라도 오랜만에 주연으로 출연한 더스틴 호프만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존재는 도저히 떨칠 수 없는 유혹이었답니다.
최근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의 단역에 가까운 조연으로 제게 감칠맛나는 아쉬움만 안겼던 더스틴 호프만은 [미트 페어런츠 2]에서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자유로운 생활방식으로 전직 CIA였던 보수주의자 잭(로버트 드니로)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다소 엽기적인 예비 사돈 버니를 연기한 그는 더스틴 호프만에게 저런 귀여운 면이 있었나할 정도로 귀여운 중년의 전형을 맘껏 보여줬답니다. 여기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더스틴 호프만과 부부로써의 호흡을 맞추며 더스틴 - 바브라 커플의 파급력은 영화내내 엄청난 재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역시 더스틴 호프만!!! 역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제 기대를 이렇게 100% 총족시켜주다니 과연 대배우답습니다.
물론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도 빠질 수는 없겠죠. [숨바꼭질]이라는 뜨끈미지근한 스릴러 영화에서조차 그 섬뜩한 광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던 그는, 전편에 이어 잔뜩 심술이난 표정으로 사사건건 예비 사위 그렉(벤 스틸러)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의심과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렉과 버니, 로즈를 감시하는 그의 심술은 역시 이 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재미입니다. 전편인 [미트 페어런츠]가 예상을 깨고 미국에서 빅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도 그러한 로버트 드니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언제나 똑같은 이미지대로 연기하는 벤 스틸러보다는 영화마다 그 색깔을 달리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언제봐도 질리지가 않으니까요.
이렇듯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전편에서 그렉이 잭의 카리스마에 눌려 시종일관 실수만 연발하고 관객들은 그 실수를 즐겼다면 [미트 페어런츠 2]에선 더스틴 호프만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캐릭터 무게의 추를 중간으로 맞추며 제대로 로버트 드니로와의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역시 벤 스틸러만으로 로버트 드니로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던 셈이죠. 제이 로치 감독은 속편을 만들며 그 점을 재빠르게 간파해낸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만입니다. 노련한 대배우들의 연기는 제 기대감을 채워주고도 남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재미는 오히려 전편보다 떨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더스틴 호프만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노련하게 로버트 드니로와의 갈등관계를 만들어냈으며 제이 로치 감독은 그 갈등구조를 잘 이끌어나가기만 하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스토리가 제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것은 영화의 마지막에 갑자기 돌변하는 잭의 심리 변화 때문인것 같습니다. 잭은 분명 보수주의자입니다. CIA의 감시 덕분에 미국인들은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중에서도 아주 골수 보수죠.(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보수처럼...) [미트 페어런츠 2]의 재미는 바로 이런 골수 보수주의자인 잭이 진보주의자인 버니 부부를 만나며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영화는 중반까지 그러한 소동극을 잘 잡아냅니다. 영화의 광고카피처럼 잭과 버니가 만남으로써 그렉과 팸(테리 폴로)이 깨질 확률은 99.9%였습니다. 그렉은 잭과 버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언제나처럼 일을 점점 꼬이게 만들고, 관객들은 그런 왁자지껄 소동극에 웃음을 지어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코미디인 이상 해피엔딩일 수 밖에 없으니 0.1%라는 안깨질 확률을 영화속에서 실현을 해야만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 과제였던 셈입니다.
제이 로치 감독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무리수를 둡니다. 팸의 임신이라는 0.1%의 가능성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골수 보수주의자인 잭을 180도로 바꿔 버림으로써 둘 사이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려 합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토록 완강하던 잭이 갑자기 돌변하는 모습을 보니 영화의 재미가 갑자기 송두리째 날아가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이 로치 감독은 절대 풀릴것같지 않던 영화속 갈등을 풀며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손쉬운 선택은 영화의 재미를 갈아먹어버린 셈이죠.


 


  
[미트 페어런츠 2]는 분명 최고의 코미디 영화가 될수도 있었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배우의 연기력에 50%, 기발한 상황에 50%의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캐스팅함으로써 배우의 연기력 50%는 이미 확보해냈던 겁니다. 게다가 이미 전편에서 검증된 기발한 상황을 고스란히 이어오며 배우의 연기력으로 기발한 상황을 점점 확충해나갔으니 더이상 좋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망쳐놓습니다. 그토록 고지식하던 잭이 갑자기 버니 부부를 좋게 보며 안하던 짓까지 서슴치 않을땐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도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그 이유는 분명히 대지만 그것만으로는 석연치 않습니다. 전편에서 잭이 그렉을 사위로써 받아는 들이지만 결코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았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잭의 변화는 너무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억지인 셈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극장을 빠져나오며 아쉬움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4월들어서 처음으로 극장까지가서 본 영화였는데, 물론 처음부터 영화의 스토리는 기대하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력만을 기대했지만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영화의 재미를 송두리째 빼앗아 버릴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겁니다.
이제 잭이 완전히 변해버렸으니 [미트 페어런츠 3]는 기대할 수 없겠죠? 극장가의 비수기 4월에 그나마 기대작이었던 [미트 페어런츠 2]까지 보고나니 더이상 볼 영화가 없어서 가슴이 펑 뚫린 기분입니다. 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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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ok
로버트드니로는 옛날에 [히트]라는 영화에서 첨 봤는데.....오오..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뭐 영화자체는 기억에 없지만....거기 나오는 배우들은 기억이 나더라구요.....뭐니뭐니해도 로버트드니로와 알파치노였죠.. 그 섬뜩한 카리스마 대결이라니....ㅋ  2006/04/03   
쭈니 전 [대부 2]에서부터 완전 반해버렸죠.
그 영화에서도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카리스마 대결을 벌였었죠.
물론 한 화면에 나온건 아니지만...
하지만 요즘 로버트 드니로는 약간씩 실망스럽습니다.
예전의 그 묵직한 연기가 그리워집니다.
 200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