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만족했던 뮤지컬 <고스트>

쭈니-1 2013. 12. 23. 15:51

 

 

저희 회사 직원들에겐 <아이다>보나는 <고스트>가...

 

2012년 저희 회사는 송년회로 뮤지컬 <아이다>를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을 담은 <아이다>에 감동을 느끼며 관람했지만, 솔직히 다른 직원들의 <아이다>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었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2층 맨뒤 A석을 예매했기에 무대가 너무 멀리 보여 뮤지컬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는 분들이 많았으며, <아이다>의 내용도 40, 50대 직원들에겐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었다고합니다. 특히 40, 50대 직원들은 뮤지컬 관람에 익숙하지 않아 인터미션 시간에 몰래 집에 간 직원들도 속출했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송년회엔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일단 40, 50대 직원들도 좋아할만한 뮤지컬 <고스트>를 선정했고, 작년엔 A석이었던 티켓을 S석으로 한단계 올려 1층 가장 자리로 예매를 해서 뮤지컬 관람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고스트>가 끝난 후 직원들의 반응은 '재미있었다.'였습니다. 직원들이 좋아하니 송년회를 기획한 저도 뿌듯하더군요.

 

 

 

20년전 추억의 여행을 떠난 40, 50대 직원들

 

평생 뮤지컬이라고는 작년에 본 <아이다>와 올해본 <고스트>가 전부였던 40대 중반의 생산부 직원은 제게 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 <아이다>는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굉장히 지루했는데, 올해 <고스트>는 뭔 내용인지도 알겠고 웃으면서 참 재미있게 봤다."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스트>가 저희 직원들에게 재미있었던 이유는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영혼]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성공한 젊은 금융가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괴한의 총에 맞아 죽은 후 영혼이 되어 연인인 몰리(데미 무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사랑과 영혼]의 주제가인 'Unchained Melody'는 영화와 더불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제가 [사랑과 영혼]을 본 것이 1991년 고등학교 2학년때의 일입니다. 그러니 40, 50대 직원들 역시 [사랑과 영혼]이 개봉했을 때는 유행에 민감한 10, 20대였을 것이고, 아무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랑과 영혼]만큼은 한번쯤 봤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고스트>를 보며 20년 전, 젊었을 적을 생각을 하며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이죠.

 

 

 

20, 30대 직원들은 주원, 아이비의 스타 캐스팅에 환호

 

그렇다면 [사랑과 영혼]을 고리타분한 20년전 영화쯤으로 기억하고 있을 20, 30대 직원들은 <고스트>가 어떘을까요? 40, 50대 직원보다는 뮤지컬 관람에 익숙한 그들 역시도 <고스트>를 보고나서 제게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습니다.

사실 저는 <고스트>를 예매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인 주원과 아이비가 샘과 몰리 역을 맡은 날짜를 일부러 골랐습니다. 물론 전문 뮤지컬 배우의 공연이 훨씬 퀼리티가 높았겠지만, 저희 회사 직원들처럼 뮤지컬 관람을 자주 하지 않는 관객의 경우는 낯선 뮤지컬 배우의 공연보다는 낯익은 배우들의 공연에 훨씬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특히 20대 여직원들은 '주원 멋지다.'라는 이야기가 떠나지 않더군요. 저 역시 자꾸 아이비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들이 스타 캐스팅을 하려고 하는 것이겠죠. 스타 캐스팅 때문에 실력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타를 보고 싶다는 일반 관객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하지만 역시 최정원이 최고

 

40, 50대 직원들은 [사랑과 영혼]을 회상하며 추억 여행을 할 수 있었고, 20, 30대 직원들은 평소 좋아하던 주원, 아이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고스트>. 하지만 <고스트>의 진정한 재미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트린 오다메 역을 연기한 최정원의 코믹 연기입니다.

사실 [사랑과 영혼]의 빅 히트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배우는 바로 우피 골드버그였습니다. 그녀는 애틋한 사랑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코믹한 사기꾼 점성술사 오다메로 영화의 웃음을 책임졌었습니다. 뮤지컬 <고스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솔직히 주원과 아이비의 연기는 스타 캐스팅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정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은 웃느라 들썩거렸습니다. 

그녀의 노래, 표정, 연기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더군요. 샘과 오다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오다메가 처음 몰리를 찾아가 샘의 존재를 알리는 장면, 샘이 반격을 하기 위해 오다메와 함께 은행에 가는 장면 등등 최정원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웃음의 도가니였습니다. 웃음에는 세대차이가 없습니다. 그녀의 존재 덕분에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직원들이 즐겁게 웃으며 <고스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특수효과가 뮤지컬 속에 스며드는 판타스틱한 경험

 

개인적으로 40대인 저는 [사랑과 영혼]을 추억하며 <고스트>를 즐겼고, 주원과 아이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즐거웠고, 최정원이 등장할 때마다 2013년의 모든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릴만한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제가 <고스트>에 놀랐던 것은 영화 속 특수효과가 뮤지컬에서 재현되는 판타스틱한 장면들입니다.

사실 [사랑과 영혼]은 죽은 샘의 영혼이 몰리를 지켜준다는 스토리 라인 때문에 꽤 특수효과가 많았던 영화입니다. 처음 <고스트>가 시작될 때 저는 과연 영화 속의 특수효과를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완벽하게 영화의 특수효과를 뮤지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더군요.

특히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는 장면,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영혼이 하늘 위로 올라가는 장면, 지하철에서 만난 유령이 소동극 등... 뮤지컬을 보며 '우와! 대단하다.'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화면도 화려했는데, 이중 스크린을 이용한 장면과 샘과 몰리의 러브씬이 마치 영화처럼 처리되는 장면 등은 마치 제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하기도 했습니다.

 

 

 

<고스트> 때문에 생긴 걱정 한가지

 

<고스트>를 를 보고나니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고스트>로 인하여 높아진 저희 회사 직원들의 눈높이를 과연 2014년 송년회에는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물론 1년이나 남은 일이지만 과연 2014년 연말에는 <고스트>처럼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직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있을런지... 벌써부터 저는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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