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내가 이 영화들을 두번 본 이유.

쭈니-1 2013. 12. 19. 13:49

제가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은 매일 개성이 다른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저는 수첩에 보고 싶은 영화들을 기록했었는데, 수첩에 보고 싶은 영화 명단은 매일같이 늘어났지만, 제가 영화를 보며 명단에서 지운 영화는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아무리 열심히 영화를 봐도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전부 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이미 본 영화를 또 보지 않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재미있게 본 영화라고 할지라도 한번 보고나면 그걸로 끝인 것이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본 영화들도 분명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경우는 극장에서 보고, DVD로도 여러차례 다시 봤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지난 일주일동안 저는 무려 네편의 영화를 두번째 관람을 하게된 것입니다. 새롭게 개봉한 보고 싶은 신작 영화들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들 영화를 왜 두번째 관람을 하게 된 걸까요? 그리고 두번째 관람에 대한 느낌은 첫번째 관람과 어떻게 달랐을까요? 지금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제가 두번씩 관람한 영화에 대한 사연과 감상평을 짧막하게 적으려합니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던 것처럼... [호빗 : 뜻밖의 여정],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2012년 12월 16일. 저희 가족은 극장으로 출동해서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15일, 저와 웅이는 [호빗 : 뜻밖의 여정]을 집에서 두번째 관람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보기 전에 복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2013년 12월 11일 4D 시사회로 구피와 함께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봤습니다. 그리고 2013년 12월 15일에는 2D로 웅이와 함께 [스마우그의 폐허]를 극장에서 다시 봤습니다. 시사회 티켓은 두장 뿐이었지만 웅이도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너무나도 기대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저는 상대를 바꿔가며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두번 본 것입니다.([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두번 보느라 아직 [집으로 가는 길]을 못봤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반지의 제왕] 역시 그러했습니다.  제가 두번, 아니 여러번 본 영화중 유일한 영화가 바로 [반지의 제왕] 3부작이었으니까요. 작년에는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보기 전에 웅이와 함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다시 한번 봤었습니다. 특히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은 극장에서먼 두번 봤으니 [호빗] 3부작과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제게 여러번 봐야할 영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두번째 보니 에레보르 왕국의 소린 왕자가 겪었을 고통과 분노가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볼 땐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으로 인해 익숙한 캐릭터인 빌보와 간달프 위주로 영화를 봤었습니다. 하지만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다시 보니 이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소린과 열셋 난쟁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입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의 경우는 첫번째 관람과 두번째 관람의 텀이 짧아서인지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단지 처음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봤을 땐 영화의 후반 스마우그의 장면이 꽤 길어서 만족스러웠는데, 두번째 관람에서는 언제 스마우그의 등장 장면이 더 길게 나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3편을 예고하며 갑자기 끝이 나는 순간을 알고 있었기에 영화가 끝나고 '정말 이렇게 끝이야?'라는 아쉬움은 덜했습니다. 역시 알고 당해야 그 충격이 덜한 것이죠.

 

 

 

시간이 지나도 같은 느낌, 시간이 지나자 다른 느낌.

 

     

[반지의 제왕]만큼은 아니지만 [동사서독] 역시 제가 여러번 본 영화 중의 하나입니다. 1995년 11월 혼자 극장에서 [동사서독]을 본 이후 1996년 2월 17일 비디오로 다시한번 [동사서독]을 봤으며, 이후에도 여러차례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12월 9일 극장에서 재개봉한 [동사서독 리덕스]를 보게 된 것이죠. 제가 [동사서독]을 처음 본 것이 무려 18년 전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게된 [동사서독 리덕스]는 18년 전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상처와 아픔이 영화를 보는 제게도 생생하게 느껴져서 영화를 보는 동안 저역시 사막 한가운데에서 쓸쓸히 아파했습니다. 18년이 지났건만 [동사서독]은 저를 여전히 마음 아프게 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골든 슬럼버]는 조금 특이한 경우입니다. 2013년 12월 16일 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스마트폰의 영화 다운로드 어플인 '호핀'에서 [골든 슬럼버]가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에 냉큼 다운로드 받아서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처음엔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나?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제 블로그를 뒤져보니 2010년 8월에 이미 [골든 슬럼버]를 봤더군요.

그런데 저는 한번 보기 시작한 [골든 슬럼버]를 '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봤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총리 암살범으로 몰린 한 남자가 주위 사람드르이 도움으로 경찰의 눈의 피해 도망다는 것이 [골든 슬럼버]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나를 믿어주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니 2010년에는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스릴러'라는 느낌 외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던 영화가 두번째 관람에서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스릴넘치게 영화 속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가끔 이렇게 첫번째 볼때보다 두번째 영화를 볼때 더 재미있는 영화가 있더라고요.(대표적인 경우가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영화 [데이라잇]이 그랬습니다.)

 

   

아직 [집으로 가는 길]도 보지 못한 상황. 그런데 이번 주에 [캐치미]와 [변호사]까지 개봉해서 봐야할 영화가 더욱 늘어나버렸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저는 1992년 8월 1일에 본 [동방불패] 재개봉에 자꾸 눈이 갑니다. 이러다가 신작들을 제쳐두고 또다시 두번째 관람에 매력에 빠져 [동방불패]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지...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