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엠>을 읽고나니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이 궁금했다.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에서 스칼렛 위치의 폭주로 '어벤저스'는 앤트맨, 비젼, 호크아이를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스칼렛 위치는 자신이 한때 소중한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이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뮤턴트를 위한 유토피아를 건설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유토피아도 울버린의 활약으로 무산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아버지인 매그니토로 인하여 스칼렛 위치는 오빠인 퀵 실버를 잃게됩니다. 이제 스칼렛 위치는 뮤턴트에 대한 극도의 분노로 폭발하게 되고 그 결과 뮤턴트는 거의 멸족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확실히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와 <하우스 오브 엠>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벤져스'의 최대 위기를 다룬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는 <시빌 워>로 연결되고, <하우스 오브 엠>으로 촉발된 뮤턴트의 멸족은 <엑스맨 : 메시아 컴플렉스>로 이어집니다. 당장이라도 저는 <시빌 워>와 <엑스맨 : 메시아 컴플렉스>를 읽고 싶었지만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흥분된 제 마음을 잠시 쉬게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시크릿 워>와 <플래닛 헐크>, <월드 워 헐크>입니다.
제가 <시크릿 워>와 <플래닛 헐크>, <월드 워 헐크>를 선택한 이유는 <어벤져스 디스어셈블드>와 <하우스 오브 엠>에서 닉 퓨리와 헐크의 역할이 미비하거나 아예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어벤져스]를 통해 우리에겐 상당히 익숙한 그들이 마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제 궁금증은 바로 그러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스스로 미국정부 정보부의 고위급 간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누군가가 보낸 서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서문에서 의문의 누군가는 <시크릿 워>의 저자인 브라이언 밴디스를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며 <시크릿 워>의 이야기가 자신이 브라이언 밴디스에게 들려준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라고 밝힌 것입니다.
물론 '슈퍼 히어로들만 제외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은 것이죠. 그러한 서문을 바탕으로 <시크릿 워>를 읽어나가면 상당히 사실적인 첩보물이 됩니다.
<시크릿 워>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하우스 오브 엠>에서 맹활약한 강철피부를 가진 파워맨 루크 케이지가 의문의 공격을 당하고 혼수 상태가 됩니다. 루크 케이지의 입원 소식을 들은 쉴드의 사령관 닉 퓨리는 직접 루크 케이지의 병원을 방문하고 자책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캡틴 아메리카'가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닉 퓨리에게 "맙소사, 사실이었군. 여기와 있었어. 말했지?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었어."라는 의문의 질책을 합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닉 퓨리가 원한 것은 라트베리아의 전복이다.
<시크릿 워> 닉 퓨리의 자책과 '캡틴 아메리카'의 닉 퓨리를 향한 질책의 비밀을 벗기기 위해 독자를 1년 전의 과거로 안내합니다. 1년전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한 악당들이 라트베리아의 수상인 루시아 폰 바르다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닉 퓨리는 대통령에게 라트베리아의 테러 음모를 막아야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라트베리아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닉 퓨리의 제안을 거절하죠. 이에 닉 퓨리는 은밀하게 슈퍼 히어로들을 라트베리아에 보내 라트베리아 정부를 전복시킬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그냥 조용히 한밤중에 둠 성으로 침입해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냐고? 가능했다. 그녀의 에어컨 필터에 독극물 조합액 두 방울만 떨어뜨리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런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 의미도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으로 눈앞의 공세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의명분은 또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따름이었다. 테러에 대한 처벌은 큰소리를 내야 했다. 토벌이어야 했다."
결국 닉 퓨리는 라트베리아에 뮤턴트인 데이지 존스의 능력을 이용해서 대규모 지진을 일으켜 도시를 초토화시킨 것입니다. 루시아 폰 바르다스를 없애기 위해 라트베리아의 수 많은 무고한 시민까지 희생시킨 것이죠.
닉 퓨리의 삐뚤어진 애국심을 위해 이용된 슈퍼 히어로
닉 퓨리는 정부의 허가없이 라트베리아 전복이라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은밀하게 다섯명의 슈퍼 히어로를 집합시킵니다. 그들이 바로 파워맨,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그리고 데어데블입니다.
라트베리아에 잠입해서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중인 블랙 위도우까지 가세하며 닉 퓨리는 라트베리아 전복이라는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무고한 라트베리아 시민의 죽음을 목격한 슈퍼 히아로들은 반발하고 결국 닉 퓨리는 그들의 기억을 지운 것이죠.
그리고 1년 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루시아 폰 바르다스는 자신의 조국을 공격한 닉 퓨리와 슈퍼 히어로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입니다. 루크 케이지는 시작에 불과했고, 1년 전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슈퍼 히어로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합니다.
<시크릿 워>의 후반부는 분노에 찬 루시아 폰 바르다스의 복수와 그녀의 복수에 이용된 슈퍼 빌런들. 그리고 그들을 막아야 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대규모 전투가 담겨있습니다. 결국 슈퍼 히어로들은 루시아 폰 바르다스의 복수를 막아내지만 그로 인하여 닉 퓨리는 조용히 사라지고 쉴드의 새로운 사령관으로 마리아 힐이 임명됩니다. (하지만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에서 여전히 닉 퓨리는 어벤저스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시크릿 워>는 <어벤저스 디스어셈블드> 이후의 이야기?)
<시크릿 워>의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시크릿 워>는 이야기의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 중간에 쉴드의 비밀 문서들, 녹취록 등을 삽입시켜 놓습니다. 그러한 비밀 문서와 녹취록을 읽다보면 제가 슈퍼 히어로의 활약상이 담긴 코믹스를 읽는 것이 아닌, 정교한 첩보 소설, 혹은 첩보원의 회고록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쉴드 소속의 슈퍼 히어로에 대한 데이타가 부록으로 꼼꼼히 정리되어 있어서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슈퍼 히어로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크릿 워>가 뛰어난 이유는 책장을 모두 넘긴 이후입니다. 만약 이 책의 서문대로 <시크릿 워>의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그래서 미국 정보부의 고위 간부가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국을 전복시킬 계획으로 미군의 강력한 무기를 임의대로 사용했다면... 상상만으로도 참 섬뜩한 일입니다.
최근의 테러와의 전쟁은 복수가 복수를 낳는 결코 끊나지 않는 고리와도 같습니다. 닉 퓨리는 루시아 폰 바르다스를 처지하는데 있어서 조용한 암살이 아닌, 시끄러운 테러를 시행합니다. 그럼으로서 적이 겁을 집어 먹고 다시는 미국에 덤비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닉 퓨리의 게산은 처음부터 틀렸습니다. 그의 테러로 적은 겁을 집어먹기 보다는 더 큰 분노로 맞섰기 때문입니다. 마치 현재의 테러가 분노가 분노를 낳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낱 만화책이라고 치부했던 그래픽 노블에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다니... 그것이 바로 슈퍼 히어로의 왕국 마블 코믹스의 매력이 아닐까요?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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