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니, 마블 코믹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다.
웅이와 함께 영화 [토르 : 다크 월드]를 재미있게 본 저는 '그렇다면 과연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에서의 토르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에 빠졌습니다. 사실 제가 코믹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미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로 재탄생되었고, 저는 그러한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 푹 빠져 있는 만큼 당연히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코믹스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는 워낙 오랜 역사와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쉽사리 첫 발을 들여놓지 못했습니다. 대형 서점에서 국내에 출간된 코믹스를 보며 마음 속으로 '사고 싶다.'라는 생각만 간절하게 했을 뿐, 무엇으로, 어떤 영웅으로 코믹스에 대한 제 호기심을 시작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토르 : 다크 월드]를 본 후 저는 저질러 버렸습니다. 시공사에서 지난 10월에 출간된 <토르 옴니버스>라는 30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을 질러버린 것입니다. 책이 저희 회사에 배달되던 날 저는 너무나도 떨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한장 한장 넘겨 읽었고, 결국 마지막 장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토르 : 천둥의 신], [토르 : 다크 월드]를 극장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감흥에 빠졌습니다. 영화와는 너무나도 다른 설정, 그리고 아직 완결되지 않은 로키의 음모와 토르의 반격 등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왜 좀 더 일찍 내가 코믹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토르 옴니버스>의 시작은 '판타스틱 4'이다.
<토르 옴니버스>의 첫 장을 넘긴 저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놀랍게도 '토르'가 아닌 '판타스틱 4'였습니다. <토르 옴니버스>의 설정은 이러합니다. 아스가르드에 라그나르토(신들의 전쟁)가 벌어지고 그로 인하여 '토르'는 물론 아스가르드도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의 오클라호마의 한 사막에 '토르'의 무기인 묠니르가 추락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지만 닥터 둠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묠니르를 차지하게 위해 공격을 감행합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판타스틱 4'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죠.
하지만 묠니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토르' 뿐, 닥터 둠은 물론 '판타스틱 4'의 벤 그림도 묠니르를 들기 위해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묠니르의 주인인 '토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아스가르드가 최후를 맞이한 이후 '토르'를 비롯한 아스가르드인들은 인간의 몸 속에서 제2의 생명을 맞이합니다. 자신이 아스가르드인이라는 사실을 잊은채 말이죠. '토르' 역시 도널드 블레이크라는 의사의 몸 속에 제2의 생명을 맞이합니다. 바로 이러한 설정이 <토르 옴니버스>와 영화의 차이입니다.
도덜드 블레이크로 다시 태어난 '토르'
영화에서 '토르'는 그저 '토르'일 뿐입니다. 그는 아스가르드에서의 몸 그대로 지구에서 맹활약을 합니다. 하지만 라그나르토로 인하여 아스가르드가 멸망을 하자 '토르'는 도덜드 블레이크라는 지구인의 몸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슈퍼맨'이 평소에는 소심한 신문기자 클락 켄트의 몸으로 활약하다가 위기의 순간에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토르' 역시 평상시에는 도널드 블레이크의 몸 속에 있다가, 도널드 블레이크가 나무 지팡이를 땅에 내리치면 '토르'로 변하는 것입니다.
'슈퍼맨'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데, '슈퍼맨'과 클락 켄트는 기본적으로 동일 인물인데 반에 '토르'와 도널드 블레이크는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진 인물입니다. 단지 하나의 몸을 함께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이러한 설정에서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영화에서 '토르'와 애절한 사랑을 나눠던 제인 포스터는 도널드 블레이크의 옛 애인일 뿐이고, '토르'가 사랑하는 이는 아스가르드의 동료 전사인 시프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토르 옴니버스>에서 '토르'는 다른 아스가르드인들은 모두 부활시켰지만 시프만은 찾지 못해 애타게 찾아 헤맵니다. 영화 속에서 제인 포스터를 잊지 못해 시프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무정한 '토르'가 아닌 것이죠.
그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블레이크는 제인 포스터를 찾아갑니다. 혹시 제인 포스터의 근처에 시프의 영혼이 들어간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도널드 블레이크가 자신의 안부 대신 시프를 찾는 모습을 본 제인 포스터는 질투심에 도널드 블레이크를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토르'와 제인 포스터가 주인공이이고, 시프는 그저 '토르'의 동료 전사에 불과하다면, <토르 옴니버스>에서는 '토르'와 함께 시프가 주인공이고 제인 포스터는 도덜드 블레이크의 주변 인물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처럼 <토르 옴니버스>와 영화와는 설정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영화의 설정만을 생각하고 책장을 넘긴다면 영화와 너무 다른 설정에 당혹스러움을 맛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력적인 악당 로키? <토르 옴니버스>에서는 무시무시한 최악의 악당
자! 이쯤에서 한가지 궁금한 캐릭터가 있죠? 네, 맞습니다. 영화에서 '토르'만큼이나 인기를 얻은 악당 캐릭터 로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르 옴니버스>의 로키는 영화의 로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합니다. 그의 첫 등장부터 그러합니다. '토르'가 다른 아스가르드인들은 부활시켜도 자신을 부활시키지 않을 것을 염려한 로키는 '토르'가 자신도 부활시키게 하기 위해 사악한 꾀를 생각해냅니다. 바로 그러한 부분에서 [토르 : 천둥의 신]에 등장했던 반가운(?) 최종 병기 디스트로이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토르 옴니버스>에서 로키는 한동안 여성의 몸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에 의하면 로키가 잠시 빌린 여성의 몸은 바로 '토르'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시프의 몸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로키는 자기도 몰랐었다고 항변하지만 그러한 로키의 변명을 믿는 분들은 아무도 안계시겠죠?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로키는 '토르'를 없애기 위한 사악한 음모로 시프의 몸을 잠시 이용한 것이죠.
로키의 그러한 사악한 음모는 <토르 옴니버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섬뜩한 실체를 드러냅니다. 로키가 자신과 같은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헬라에게 도움을 청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장면에서 그의 섬뜩한 음모의 실체는 더욱 확실해집니다.
자신이 어렸을 적의 과거로 찾아간 로키는 오딘이 거인족인 자신을 양아들로 맞이하기 전의 순간으로 찾아가 어린 자신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줍니다. 로키의 복수는 오딘이 그를 양아들로 맞이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영화에서 로키는 자신의 출신 성분에 대한 콤플렉스와 오딘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인하여 음모를 펼치지만 <토르 옴니버스>의 로키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치밀하게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오딘은 그러한 계획의 일부분이었을 뿐입니다.
<토르 옴니버스>에 우정 출연한 '어벤져스'
<토르 옴니버스>가 영화, 그 이상으로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설정과 영화보다 강화된 악당 캐릭터 로키 덕분입니다. 게다가 '토르'는 오클라호마의 사막에 아스가르드를 재건하며 더욱 풍성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역시 <토르 옴니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우정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토르 : 다크 월드]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깜짝 우정 출연해서 저를 즐겁게 했었습니다.
<토르 옴니버스>에서는 오프닝에 '판타스틱 4'가 등장하더니, 중반에는 '아이언맨'이 출연하여 '토르'에서 된통 얻어터집니다.
그리고 '토르'의 할아버지인 보르가 부활하여 폭주하자 '토르'가 예전의 '어벤져스'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때 등장하는 것이 '아이언맨'이 이끄는 '어벤져스 2.0'입니다. 영화 [어벤져스]와는 전혀 다른 멤버들로 인하여 반가움은 덜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토르'의 기대와는 달리 '토르'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토르'에게 공격을 감행해서 '토르'의 분노를 자아내며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아이언맨'이 왜 '토르'에게 죽도록 얻어터져야 했는지에 대한 사연은 또다른 마블 코믹스인 <시빌 워>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토르 옴니버스>를 읽고나니 어서 빨리 <시빌 워>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또 한명의 반가운 얼굴은 바로 '캡틴 아메이카'입니다. 하지만 <토르 옴니버스>에서의 '캡틴 아메이카'는 멋진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아닌 죽은 영혼의 모습입니다. 그러한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은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결국 <토르 옴니버스>조차도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토르 옴니버스>의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즐기려면 '어벤져스'의 붕괴를 다룬 <어벤져스 디스어셈블드>와 <시크릿 워>와 <시빌 워>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까지 모두 읽어야 할 듯 보입니다.
나는 이제 멈출 수가 없다.
<토르 옴니버스>에서는 평범한 인간인 빌이라는 캐릭터가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는 아스가르드인인 켈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래서 아스가르드인들이 로키의 음모로 인하여 '닥터 둠'의 소굴인 라트베리아로 이전을 하자, 빌 역시 켈다를 쫓아라트베리아에 갑니다.
처음 아스가르드인들은 빌을 켈다의 장난감이라며 업신여깁니다. 하지만 빌은 인간 특유의 호기심으로 '토르'가 없는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인 '토르'와는 이복 형제지간인 발더에게 위험을 알리고 죽습니다.
켈다는 말합니다. 호기심에 대한 무한한 갈망이야말로 인간계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앎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는 오직 인간만이 가진 위대함이라고... 맞습니다. 저는 <토르 옴니버스>를 통해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비극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출간된 코믹스는 아직 몇 되지 않고, 그 나마도 제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는 모두 구입하기 벅차니까요.
하지만 저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미 마블 코믹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저는 이제 마블 코믹스 뿐만 아니라 DC 코믹스의 매력적인 세계 역시 탐구할 마음의 준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입니다. <토르 옴니버스>의 완결본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저는 오늘도 새로운 코믹스를 구입하기 위해 이렇게 설래는 마음으로 인터넷 서점을 뒤지고 있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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