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금요일이었습니다. 한주도 쉬지 않고 주말마다 스케쥴이 있어서 바쁘게 보냈었지만, 11월 둘째주 주말만은 스케쥴이 없는 상태. 이번 주말은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며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던 바로 그때 운명처럼 저희 회사 영업부 직원이 <제15회 부천국제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하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VIP 티켓을 제게 줬습니다. 저희 회사가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후원했더라고요. 공짜 티켓이라는 말에 저는 일단 VIP 티켓을 덥썩 받았습니다.
사실 갈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주말에 비가 온 후 갑자기 추워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고, 이미 제 마음 속에는 주말 내내 따뜻한 집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쳐도 한참 보고 체험하고 느껴야할 웅이를 집 안에만 가둬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무엇이 상영하나 살짝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게 눈에 딱 띄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요술공주 밍키>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1982년 국내에서 방영되었다고 하니 제가 10살때입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TV 애니메이션 <요술공주 밍키>. 결국 저는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겠다는 계획을 뒤집고 11월 9일 토요일,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요술공주 밍키>가 상영한다는 부천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요술공주 밍키>가 상영하는 시간은 오후 6시. 하지만 저희 가족은 오후 3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부천 시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VIP 티켓은 현장에서만 예매가 가능했기에 표가 매진될 것을 우려해서 서두른 것이죠.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부천 시청은 한산했습니다. 아마도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으로 보입니다. 하긴 저 역시도 저희 회사 후원으로 VIP 티켓을 받지 않았다면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을테니...
너무 일찍 부천 시청에 온 덕분에 저희 가족은 여유롭게 부천 시청에 전시되어 있는 <가이낙스 30주년 특별전>도 관람하고, 쿠키 만들기 체험 행사에도 참가하고, 부천 시청에 마련되어 있는 만화 카페에서 웅이가 좋아하는 만화책도 실컷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저는 <가이낙스 30주년 특별전>이 좋았는데, 제가 대학 시절 열광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바로 가이낙스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공간이 협소해서 전시물이 많지 않았지만 제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레이의 코스프레 의상이 전시되어 있어서 잠시 넋을 잃고 봤다는... ^^
이렇게 뜻하지 않게 부천 시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요술공주 밍키>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첫 순서는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애니메이션 주제곡 연주였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귀에 익숙한 명곡 연주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정 애니메이션 주제곡인 <들장미 소녀 캔디>, <빨간머리 앤>, <달려라 하니> 등의 주제곡, 그리고 SF 애니메이션 주제곡인 <짱가>, <마징가 Z>, <그랜다이저>, <우주소년 아톰>,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V>, <아기공룡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등의 등의 주제곡이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저를 어릴 적, 추억의 시간으로 보내줬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어른들뿐만이 아닌 어린 관객들을 위한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의 주제곡도 연주되었는데, 특히 좋았던 것은 관객들이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닌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노래방 반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그것 또한 굉장한 경험이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노래 부르기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의 가사가 적혀 있는 프린터물을 미리 나눠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가사가 가물가물하다보니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었고, 결국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부르기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연주가 끝난 시간은 오후 7시. 그런데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30분간 오케스트라 철수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요술공주 밍키>를 기대하고 온 저는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 어리둥절. 결국 7시 30분에 상영된 <요술공주 밍키>가 끝난 시간은 9시.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홈페이지 시간표에는 <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요술공주 밍키>의 상영 시간을 오후 6시부터 7시 30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관객을 위한 좀 더 정확한 정보가 아쉬웠습니다.
<요술공주 밍키>(리뷰는 영화 이야기에 따로 올리겠습니다.)를 본 후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저희 가족은 근처 이마트의 푸드코트에 가서 뒤늦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구피와 제겐 어린 시절 추억의 여행이, 웅이에겐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웅이는 일기장에 '아빠 회사가 이런 좋은 행사를 후원해서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썼답니다. ^^V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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