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금요일. 회사에 연차 휴가를 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름휴가도 가지 못한 상황에서 제가 대뜸 연차 휴가를 낸 이유는 웅이와 함께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이하 <지브리 전>)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구피 역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나도 <지브리 전> 가고 싶어!"를 외쳤지만, 연차 휴가를 낼 수 없는 구피와 함께 <지브리 전>을 보려면 주말에 가야하고, 주말에는 관람 인파가 너무 많아 제대로 관람할 수 없다고 하니 아쉬워도 구피를 외면할 수 밖에요.
비록 평일 관람이지만, 평일에도 관람 인파가 만만치 않게 많다는 정보를 입수, 저와 웅이는 이침 일찍부터 서둘러 관람시작 시간인 11시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해서 받아든 대기번호는 41번. 1번부터 50번이 가장 먼저 입장함을 감안한다면 분명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보람은 있었습니다.
제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 2002년 이후부터였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 졸업 후 집에서 뒹굴거리던 백수 신세였기에 보고 싶은 영화를 맘껏 볼 수 있었는데, 지브리의 걸작 애니메이션인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 등 닥치는 대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봤었죠.
하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며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제가 이들 영화를 통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재미를 느꼈을리가 없습니다. 그저 '음. 재미있네.'라는 수준의 감상만 느꼈었죠. 그러던 중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봤는데, 정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아니어도 이렇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었죠.
드디어 관람을 시작하였습니다. 지브리의 초기 애니메이션의 레이아웃을 보며 10년전 방에서 뒹굴거리며 별 감흥없이 봤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연필로 대강 그린 듯한 레이아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멋진 배경과 캐릭터의 표정이 살아 있듯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역시 지금에와서 다시 보면 10년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웅이와 다시 한번 지브리 애니메이션 DVD를 사서 완전 정복에 도전해봐야 겠습니다.
지브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레이아웃을 감상하던 중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미래 소년 코난>, <엄마찾아 삼만리>,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빨간머리 앤>, <명탐정 홈즈> 등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레이아웃도 <지브리 전>에 전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에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난 것처럼, 저는 어린시절 봤던 오랜 친구와도 같은 애니메이션의 레이아웃에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던 사이 이미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브리 전>을 보고나니 무려 2시간의 시간이 흘러 버렸습니다. 사실 더 보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넘겼고, 웅이가 배 고프다는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아쉽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 친구들과 작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지브리 전>을 다 보고 우리의 귀여운 토토로 배 위에서 기념사진 찰칵!!!
웅이가 정성껏(?) 그린 숯검댕이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밖에서라도 열심히 찰칵!!!
기념품 타임... 기념품은 토토로, 숯검댕이 인형, 토토로, 포뇨 입체 카드
그리고 충동구매한 여러장의 지브리 전 레이아웃 엽서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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