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롭 엡스타인, 제프리 프리드먼
주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 피터 사스가드, 샤론 스톤
개봉 : 2013년 10월 17일
관람 : 2013년 10월 20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린다의 첫번째 모습... 욕망을 억압받은 린다 수잔 보어먼.
[목구멍 깊숙이]라는 포르노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포르노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972년 미국 맨하탄의 한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여 무려 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목구멍 깊숙이]의 제작비가 2만5천 달러라고 하니 비록 비공식이긴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인 셈입니다.
[목구멍 깊숙이]에 출연하여 포르노 배우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린다 러브레이스. 영화 [러브레이스]는 그녀의 자서전 <시련>을 토대로 과연 린다 러브레이스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러브레이스]는 이미 포르노 스타가 된 린다 러브레이스(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당신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1970년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팻시(주노 팸플)와 린다를 비춰줍니다. 조금은 적극적으로 보이는, 소위 말하는 발랑 까진 팻시와는 달리 린다는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린다의 어머니인 도로시(샤론 스톤)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비키니 수영복을 풀어헤치고 일광욕을 즐기는 린다에게 '망측하다'며 잔소리를 합니다.
이렇듯 린다의 첫번째 모습은 린다 수잔 보어먼이라는 이름의 여성입니다. 그녀는 10대 시절 임신을 해서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그녀의 부모님은 아기를 다른 집으로 입양을 시켜 버렸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린다는 자신의 욕망을 억압받으며 부모님의 간섭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억압받는 욕망은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욕망은 결국 척 트레이너(피터 사스가드)를 만나며 터지고 맙니다.
린다의 눈에 척은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는 도로시에게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그녀에게 부모님의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하는 길 뿐이었을테니까요.
린다 수잔 보어먼.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는 어머니인 도로시를 떠나 척 트레이너를 만남으로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 본 모습을 찾는 여정의 끝이 아닌 시작인 것입니다. 그동안 억압받았던 욕망이 한꺼번에 분출되듯이 린다는 린다 러브레이스라는 당대 최고의 욕망의 여신으로 거듭났으니까요.
린다의 두번째 모습... 욕망의 화신 린다 러브레이스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던 도로시의 손을 벗어난 린다가 린다 러브레이스가 되어 70년대 최고의 섹스 심볼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남편인 척 트레이너의 금전적 문제로 시작한 포르노 배우의 일은 [목구멍 깊숙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그녀는 스타의 자리에 올려 놓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습니다. 미국 최고 포르노 잡지인 <플레이보이>의 창립자 휴 해프너(제임스 프랭코)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그녀는 이미 포르노 업계에서 독보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여성의 억압받는 성을 깨부셨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목구멍 깊숙이]가 미국 사회에 가져온 파괴력은 상당했던 것입니다. 이제 그녀의 미래를 탄탄대로처럼 보입니다. 포르노 배우로 남는다면 더 큰 명성과 돈을 거머쥘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포르노 배우가 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아니, 곧이 포르노 배우가 아닐지라도 린다 러브레이스는 포르노 배우로 얻은 명성으로 할리우드에 공식적인 데뷔를 치룰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핫이슈인 만큼 흥행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간절히 원하는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이 그녀를 가만두려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그런데 린다 인생의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영화는 갑자기 6년 후로 훌쩍 뛰어 넘습니다. 그리고 초췌한 모습의 린다가 자서전을 위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저와 같은 일반 관객들이 기억하는 린다의 모습은 [목구멍 깊숙이]라는 파격적인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여 신드룸을 불러 일으켰던 린다 러브레이스라는 이름의 포르노 배우입니다.
물론 린다 러브레이스가 되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억압받으며 살아야 했던 린다 수잔 보어먼이라는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린다는 고백합니다. 린다 러브레이스는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그것은 그저 영화가 만들어낸 거짓된 모습이라고...
[러브레이스]는 영화의 중반에 가서야 린다의 진짜 모습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린다를 욕망을 억압하던 도로시의 소굴에서 구출해내고, 린다를 최고의 포르노 배우가 되게끔 이끌었던 그녀의 남편 척 트레이너가 있었습니다.
린다의 세번째 모습... 성적 착취를 당하는 린다 트레이너
린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화면은 린다와 척의 신혼 첫날로 화면을 옮깁니다. 이 부분에서 [러브레이스]는 조금 독특한 화면 구성을 합니다. 린다와 척의 결혼 생활은 영화의 초중반에서도 관객에게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그러한 초중반의 린다와 척의 모습은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린다의 고백과 함께 이어진 린다와 척의 결혼 생활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분명 같은 장면인데, 초중반의 장면을 조금 더 연장해서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이 예상했던 린다와 척의 결혼 생활이 아닌,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린다의 척의 결혼 생활 장면이 이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입니다. 린다를 안고 호텔 방으로 들어오는 척. 영화의 초중반에서는 린다와 척의 달콤한 섹스 장면으로 화면이 끝이납니다. 하지만 린다의 고백이 이어진 후반부에는 이 장면이 연장되는데, 처음엔 달콤한 섹스 장면인 것처럼 보이지만, 곧이어 린다의 목을 조르며 가학적인 섹스를 하는 척의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그러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목구멍 깊숙이]의 흥행 성공 이후 파티 장면. 방에서 격렬하게 섹스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작자 및 감독, 스텝들은 그 방에 린다와 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후끈 달아올랐군.'이라며 두 사람의 섹스를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장면에서는 린다와 척이 후끈 달아오른 방의 모습이 비춰줍니다. 그리고 관객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린다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부치며 폭력을 행사하는 척이 모습을 보여줍니다.
린다와 척의 결혼 생활이 겉으로 보였던 것과는 달랐음을 [러브레이스]는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같은 장면을 반복하지만 초중반의 장면과 후반의 장면을 대하는 관객의 시선은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게끔 연출된 것이죠.
그것 외에도 린다 트레이너의 결혼 생활은 충격적일 정도였습니다. 척에 의해 매춘을 강요당하고, [목구멍 깊숙이]에 출연했던 것도 척의 강요에 의해서였습니다.
[목구멍 깊숙이]로 스타가 되었지만 척의 학대는 여전했습니다. 그는 린다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합니다. 척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린다의 유일한 피난처인 친정집을 찾은 린다. 하지만 도로시는 그런 린다를 매몰차게 쫓아냅니다. '네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렸겠지.'라는 말과 함께...
처음 제가 [러브레이스]를 선택했던 것은 [목구멍 깊숙이]로 유명한 섹시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의 화끈한 일대기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인 [부기 나이트]와 [래리 플린트]는 사회적 금기인 포르노를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속 시원하고 화끈한 한방을 선사했었습니다. 저는 [러브레이스]에서도 그러한 화끈한 한방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러브레이스]의 후반부에는 가정폭력과 성적 착취를 당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는 린다의 '여성의 일생'이 펼쳐집니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포르노 스타의 일대기에 색안경을 끼고 화끈함을 기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자신이 원치 않던 포르노 스타가 되어야만 했던 린다 트레이너. 그것이 린다의 진정한 본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린다의 마지막 모습... 린다 마르시아노. 하지만 현실은...
척의 손아귀에서 겨우 벗어난 린다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녀는 출판사가 제안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통과하고, 자신의 본 모습을 담은 자서전을 출간되면서 그동안 포르노 스타로만 알려졌던 린다의 본 모습이 만천하에 알려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린다의 모습은 편안해보였습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린다 마르시아노라는 이름의 평범한 주부가 된 린다. 그녀는 '저와 같은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며 TV에서 용기있는 발언을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저는 그저 부모님이 시킨대로 남편에게 복종했을 뿐이다.'라고... 그러한 그녀의 인터뷰를 보는 도로시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남편, 아이와 함께 부모님의 집을 찾아 화해의 포옹을 하는 린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자막이 나갑니다. 린다는 활발하게 반포르노 운동을 펼쳤다고... 그녀는 비록 2002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지만, [러브레이스]는 린다의 마지막 모습을 반포르노 운동을 펼치는 린다 마르시아노로 끝을 맺은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가혹합니다. [러브레이스]는 린다의 마지막 모습을 린다 마르시아노로 끝맺음함으로서 고단했던 린다를 위로했지만 현실의 린다는 린다 마르시아노로 끝맺음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남편인 래리와의 이혼 이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포르노 잡지에 사진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반포르노 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던 린다의 마지막 모습은 어쩌면 안타깝게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또다시 포르노 업계에 문을 두드려야 했던 초라한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러브레이스]를 본 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린다 뿐만아니라 우리는 어쩌면 수 많은 스타들을 색안경을 끼고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린다의 본모습이 화끈한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가 아니고, 남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 린다 트레이너였듯이, 어쩌면 수 많은 스타들이 거짓된 모습 속에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맘마 미아!]의 인형같이 예쁘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 변신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직 20대의 젊은 배우인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예쁘기만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캐릭터에 도전함으로서 진정한 배우로서의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90년대 최고의 섹시 스타인 샤론 스톤의 충격적인 변신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도로시를 연기한 배우가 샤론 스톤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그녀의 변신은 완벽했습니다. 이렇듯 [러브레이스]는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포르노 배우로만 알려졌던 린다의 본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화려하게만 보이는 스타들의 본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포르노 배우가 되기를 강요당한 그녀의 고단한 인생을 보며
잠시나마 화끈한 영화를 기대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부디 이 영화를 통해 더 이상 그녀를 포르노 배우로 기억하는 이들이 없기를...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영화이야기 > 2013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롤러코스터] - 가벼운 잽만 날리다가 끝나더라. (0) | 2013.10.23 |
---|---|
[그래비티] - 아름다운 우주, 그리고 더 아름다운 인간의 의지 (0) | 2013.10.22 |
[프리즈너스] - 맹목적인 믿음이 가져온 비극 (0) | 2013.10.17 |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 괴물이 되어버린 영화 (0) | 2013.10.16 |
[깡철이] - '깡'만으로도 그의 세상은 살 수 있기를... (0) | 201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