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해럴드 즈워트
주연 : 릴리 콜린스, 제이미 캠벨 바우어, 로버트 쉬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개봉 : 2013년 9월 12일
관람 : 2013년 9월 2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제서야 나의 추석연휴 특선영화가 끝났다.
추석연휴를 겨냥하고 개봉한 기대작 5편. 이들 영화를 모두 극장에서 보기 위해서 참 열심히 극장에 다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를 봄으로써 그 기나긴(?) 여정이 끝이 났습니다.
원래는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인 22일 일요일 저녁에 볼 계획이었는데, 명절 후유증으로 파김치 상태가 된 구피 때문에 뒤로 미뤘고, 23일 월요일 저녁에는 갑자기 제 블로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오는 바람에 그것을 해결하느라 역시 뒤로 미뤄야 했습니다.
24일 화요일에는 [러시 : 더 라이벌]의 시사회가 있었고, 결국 25일 수요일마저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를 못 보면 영영 극장에서 놓칠 것 같은 생각에 상영 시간대가 저와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구피와 함께 관람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본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은 솔직히 제 2의 [트와일라잇]이 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주연을 맡은 릴리 콜린스가 매력적이었고,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이후의 이야기이며 2014년 개봉 예정인 [모탈 인스트루먼트 : 재의 도시]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긴 했습니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의 영화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제가 이 영화에 바란 것은 정확히 [트와일라잇]의 뒤를 잇는 청춘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영화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뉴 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PART 1]과 [브레이킹 던 PART 2]로 흥행 신화를 이어 나갔던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호러 영화의 단골 캐릭터로 손발이 오글거리는 청춘 로맨스를 완성한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했던 영화입니다.
[트와일라잇]의 성공 이후 외계인과의 사랑을 다룬 [호스트], 좀비와의 사랑을 다룬 [웜 바디스], 마녀와의 사랑을 다룬 [뷰티풀 크리처스] 등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들이 잇달아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제 2의 [트와일라잇]을 외치며, [브레이킹 던 PART 2]를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퇴장한 [트와일라잇]의 뒤를 잇겠다고 선언했지만 흥행 성적은 그다지 신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어땠을까요? 우선 북미 흥행 성적은 참패 수준입니다. 6천만 달러의 순수 제작비로 북미 흥행 수입이 3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월드와이드 성적도 6천9백만 달러. 이 정도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손해본 영화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제 2의 [트와일라잇]이 될 수 없었을까요? 지금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설정은 복잡하고 설명은 부족하다.
이 영화는 평범한 소녀로 자란 클레이(릴리 콜린스)가 뒤늦게 혼혈천사로서의 능력을 각성하는 이야기입니다. 클레이는 어머니가 타락한 혼혈천사 발렌타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공격으로 실종되자 '섀도우 헌터스'인 제이스(제이미 캠벨 바우어), 알렉, 이자벨, 그리고 자신의 어릴적부터 친구인 사이먼(로버트 쉬한)과 함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는 것이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의 주요 스토리 라인입니다.
분명 스토리 라인은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인간과 천사의 피를 반반씩 가지고 태어난 혼혈 천사가 있고, 혼혈 천사는 '섀도우 헌터스'가 되어 인간 세상에 숨어사는 악마와 그외 뱀파이어, 늑대인간들을 무찌르고 인간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결국은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라는 전통적인 대결 방식만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단순한데, 그 속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적인 설정은 꽤나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혼혈천사의 유일한 휴식처인 뉴욕의 성소에서 성소의 책임자인 호지는 클레이에게 혼혈천사의 역사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천사 라지엘이 소환되었고, 라지엘은 자신의 피를 모탈잔에 담아 인간들에게 마시게 함으로서 혼혈천사가 탄생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혈천사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기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혼혈천사의 정부기관인 클레이브는 모탈잔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고, 결국 발렌타인은 혼혈천사의 종족보존을 위해 동료들과 모탈잔을 훔칩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클레이가 자신이 미처 모르고 있던 비밀들을 하나씩 밝히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복잡하게 포장된 이 영화의 설정을 하나씩 알아나갑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설정이 복잡하니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혼혈천사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클레이브가 왜 모탈잔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을까요? (사실 클레이브가 혼혈천사들의 정부기관인줄도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포털 사이트의 제작노트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발렌타인은 어쩌다가 타락하게 되었으며, 클레이의 어머니인 조슬린은 왜 발렌타인을 배신하고, 흑마법을 이용하여 클레이의 기억을 지운 것일까요? 물론 영화에서 이 모든 의문점이 간략하게 설명됩니다. 하지만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넘어가기엔 이 모든 의문들이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에서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클레이브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혼혈천사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모탈잔을 훔친 발렌타인. 그는 어쩌면 선과 악의 벽을 허무는 멋진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타락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함으로서 발렌타인의 매력이 발산될 수 있는 여지를 지워버립니다.
분명 원작소설에서는 자세하게 설명되었을 이 영화의 모든 의문점들은 간략하게 설명함으로서 생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을 훌쩍 넘어간 것을 감안한다면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각본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영화가 너무 대충대충 흘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캐릭터는 매력없고, 로맨스는 부족하다.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의문이 풀리기는 커녕 점점 쌓여만 갑니다. 하지만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그러한 의문점들을 관객에게 속시원하게 해결할 아무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이 영화의 캐릭터 역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릴리 콜린스의 매력은 충분했습니다.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에서 나름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던 릴리 콜린스. 사실 저는 하얀 얼굴에 짙은 검은색 눈썹을 가진 그녀의 외모가 독특하긴 해도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를 보다보니 그녀의 매력이 자꾸만 제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릴리 콜린스와 러브 라인을 구축할 제이미 캠벨 바우어입니다.
[트와일라잇]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러브 라인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핸섬한 뱀파이어라니... 저는 아직도 [트와일라잇]을 보며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에 흠뻑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던 구피의 사춘기 소녀같은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결코 질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쿨하니까요. ^^;) 하지만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를 보고 나오며 구피는 "그저 그랬어."라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습니다.
이것은 제이미 캠벨 바우어의 외모 때문이 아닙니다. 뭐 객관적으로봐도 제이미 캠벨 바우어의 외모가 로버트 패틴슨과 비교해서 약간 딸리긴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배우의 외모보다는 영화 속에서 얼마나 그 캐릭터가 멋지게 그려졌는가에 달린 문제입니다.
클레이와 제이스의 러브 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 온실 속의 화원 장면. 이 로맨틱한 공간에서 둘은 첫 키스를 나눕니다. 그리고 종이 울리자 형광빛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급기야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뿜어 나오며 클레이와 제이스는 흠뻑 젖어 버립니다.
만약 이 장면이 제대로 표현되었다면 형광빛 꽃이 활짝 피는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조용히 흘러나왔어야 했습니다.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뿜어 나오고 클레이와 제이스가 흠뻑 젖을 때에도 최소한 여성 관객들은 그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온실 장면은 그다지 로맨틱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다음 장면이 클레이와 제이스 그리고 사이먼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미 영화의 초반부터 사이먼이 클레이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여러차례 암시했기에 이들의 삼각관계가 느닷없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바로 타이밍인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클레이와 제이스의 러브 라인이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불쑥 사이먼이 튀어 나온 것이죠.
[트와일라잇]에서도 벨라와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의 삼각관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제이콥의 짝사랑을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에 터트렸고,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인 [뉴 문]에서 아예 제이콥의 짝사랑을 위해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는 영화를 감싸고 있는 의문점들도 시간 관계상 대충 넘어가더니 클레이와 제이스의 러브 라인, 그리고 사이먼과의 삼각관계 마저도 대충 보여주기 식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물론 [모탈 인스트루먼트 : 재의 도시]에서 클레이와 제이스의 사랑, 그리고 사이먼과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분명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자체만 놓고 본다면 청춘 판타지 로맨스 장르로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발렌타인은 막장 드라마를 좋아한다? (스포 포함)
자! 제가 너무 처음부터 많은 것을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가 [트와일라잇]의 뒤를 잇겠다고 선언한 순간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포기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앞선 영화들인 [호스트], [웜 바디스], [뷰티풀 크리처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간단명료한 스토리 라인과 비록 [트와일라잇]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었던 이들 영화와는 달리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모탈 인스트루먼트 : 재의 도시]가 궁금하다는 호기심 뿐이었습니다.
특히 제 마지막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진 것은 이 영화의 후반부였습니다. 모탈잔의 행방을 알아낸 클레이. 모탈잔을 빼앗기위한 발렌타인의 습격이 시작되고 클레이와 제이슨은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발렌타인의 캐릭터를 멋지게 구축하지 못했기에 후반부의 매력은 급감하였습니다. 게다가 호지의 어정쩡한 배신까지 곁들여지며, 영화의 초반부에 세부적인 설정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발렌타인은 클레이와 제이슨을 상대로 진실게임을 벌입니다. 그에 따르면 클레이와 제이슨은 발렌타인의 아들, 딸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으로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알고보니 남매였더라... 라는 우리나라 관객에겐 하나도 놀랍지 않은 익숙한 반전입니다.
물론 그러한 반전은 영화의 탓이 아닐 것입니다.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반전인 셈이죠. 게다가 이런 놀라운 반전을 익숙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가 있음을 원작자 및 영화 제작자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막장 반전이라도 분위기만 잘 조성한다면 멋진 반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에서 다스베이더는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에게 '내가 네 아빠다.'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이것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반전의 명장면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했는데 발렌타인의 고백은 전혀 충격적이지 못합니다. 아니 매력적이지도 못합니다. 그러한 반전이 매력적일 수 있으려면 발렌타인의 캐릭터를 먼저 매력적으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다스 베이더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당 중의 한명입니다.) 하지만 발렌타인은 그저 모탈잔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매력없는 악당에 불과했습니다.
'내게 빨리 모탈잔을 줘.'라며 클레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발렌타인의 모습을 보며 '저 따위 아빠라면 차라리 없는게 나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패착입니다.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말 클레이와 제이스가 발렌타인의 자식들일까?'라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해가며 영화를 봐야 했지만 발렌타인의 찌질함이 그러한 감정을 방해하며 영화의 반전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에 대한 아쉬운 점만 실컷 썼네요. 솔직히 제 기대보다 이하였지만 그렇다고해서 영화 본 것을 후회할만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특히 공포 분위기 (악마개, 포털안에 들어간 클레이가 만난 무서운 여자아이)는 청춘 판타지 로맨스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가장 뛰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이먼의 활약, 어쩌면 남매일지도 모를 클레이와 제이스의 관계 등 분명 재미있게 즐길거리가 아직 남은 만큼 저는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탈 인스트루먼트 : 재의 도시]를 기대해봅니다.
원작은 뉴욕타임즈 100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문제는 원작이 아닌,
원작을 효과적으로 영화 속에 끄집어내지 못한 각본의 문제가 아닐까?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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