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슈퍼배드 2] - 이토록 사랑스러운 악당이라니...

쭈니-1 2013. 9. 24. 15:09

 

 

감독 : 피에르 코핀, 크리스 리노드

더빙 : 스티브 카렐(이장원), 크리스튼 위그(조현정), 벤자민 브렛(최석필)

개봉 : 2013년 9월 12일

관람 : 2013년 9월 2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슈퍼배드]가 내게 안겨준 선물

 

2010년 당시에만 하더라도 웅이는 극장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극장에 가면 너무 컴컴하고 답답하다며 싫어했습니다.

2010년 9월 [슈퍼배드]가 개봉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웅이와 극장에서 [슈퍼배드]를 보고 싶었지만, 웅이의 반응은 시큰둥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머리 악당이 세명의 여자아이를 입양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슈퍼배드]는 웅이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놓친 [슈퍼배드]를 2010년 12월 집에서 보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심심한데 한번 보지 뭐.'라는 자세로 [슈퍼배드]를 보기 시작한 웅이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결국엔 '[슈퍼배드]가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였어요?'라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슈퍼배드]를 극장에서 놓친 아쉬움 때문인지 웅이는 그때부터 극장에서 영화보기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추천하는 영화는 웅이 입장에서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저를 믿고 극장에 나섰습니다. [슈퍼배드]가 제게 안겨준 소중한 선물인 셈입니다.

 

2013년 9월 [슈퍼배드 2]가 개봉하였습니다. 이미 7월에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북미 흥행성적 3억6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대박 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슈퍼배드 2]가 기록한 북미 흥행 성적은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아이언맨 3] 다음으로 높은 2위 기록입니다.

이러한 [슈퍼배드 2]의 흥행은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 대학교]의 흥행 성적마저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몬스터 대학교]의 북미 흥행 성적은 2억6천5백만 달러이니 [슈퍼배드 2]의 완벽한 승리인 셈입니다.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먼저 [몬스터 대학교]를 본 저와 웅이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 [슈퍼배드 2]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명절 후유증으로 파김치 상태가 된 구피를 홀로 남겨 두고 집을 나선 저와 웅이. 영화를 보기 전에 구피와 함께 였다면 절대 먹을 수 없었을 짜장면과 짬뽕으로 배를 채우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패스트푸드라고 하기엔 너무 비싼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구피는 어떻게 아들한테 짜장면과 햄버거를 동시에 먹일 수 있냐고 펄쩍 뛰었지만, 뭐 어떻습니까? 세기의 악당 그루(이장원)가 딸바보가 되어 고군분투하는 영화를 보고나니, 저 역시 악당이 된 기분입니다. 그날 하루만큼은 웅이에게 짜장면과 햄버거를 실컷 먹이며 '슈퍼배드 파파' 노릇을 실컷 하고 집에 왔답니다.

 

 

세상에서 제일 가는 사랑스러운 악당

 

2010년 [슈퍼배드] 개봉 당시 웅이가 이 영화의 극장 관람을 거부했던 이유는 주인공인 그루의 외모가 비호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악당입니다.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달을 훔치기로 결심한 그루. 그런 악당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루는 [슈퍼배드]에서 매력을 맘껏 뿜어냈습니다. 고아원의 세 소녀를 맡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는 것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는 그루. 영화를 보던 웅이도, 그리고 저도 그러한 그루의 변화에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매력덩어리 캐릭터 미니언들의 등장은 정말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노란 원통형 몸매를 가진 정체 불명의 생명체인 미니언의 활약은 [슈퍼배드]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슈퍼배드 2]는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여전한 딸바보 그루는 이제 악당이 아닌 세 딸을 위해 착하게 살기로 결심합니다. 영화의 초반에서 막내딸 아그네스의 생일 파티를 위해 천사 복장을 한 그의 모습은 슈퍼악당 그루가 얼마나 매력덩어리 딸바보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여기에 미니언들의 매력 역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슈퍼배드]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미니언의 존재 자체가 신선했지만, 2014년 개봉을 목표로 미니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슈퍼배드]의 스핀오프 [미니언즈]가 제작되고 있을 정도로 미니언은 이미 슈퍼 스타입니다.

그런만큼 [슈퍼배드 2]에서의 미니언에 대한 기대는 [슈퍼배드]를 볼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그런데 미니언들은 그런 높아진 기대치마저 완벽하게 채워버린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슈퍼배드 2]의 진정한 주인공은 미니언이다!'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 미니언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괴물 미니언은 장난스러운 매력의 미니언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니언도 무서울 수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이죠.

어찌보면 [슈퍼배드 2]는 영웅의 모험담을 담은 영화가 아닙니다. 여전히 그루는 심술궂은 악당입니다. 딸들을 위해서 착하게 살려고 결심하지만 남극의 비밀 연구소를 통째로 훔쳐간 정체모를 악당을 무찔러 달라는 악당퇴치연맹의 부탁에 '내가 왜?'라고 반문할 정도로 정의감은 전혀 없습니다.

[슈퍼배드 2]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니언도 어찌보면 악당입니다. 1편에서는 그루를 도와 달을 훔치는 임무를 수행했고, 2편에서는 보라 미니언으로 돌변하여 세계의 평화를 위협합니다. 결국 [슈퍼배드 2]는 여전히 악당들의 영화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 악당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인 것이죠.

 

 

가족의 완성

 

1편에서 서서히 딸바보가 되어가던 그루는 [슈퍼배드 2]에서는 완전한 딸바보가 되어 있었습니다. 1편에서 미친듯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미니언들은 [슈퍼배드 2]에서 제 2의 주인공의 위상으로 올라섰습니다.

결국 [슈퍼배드 2]는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수행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캐릭터인 루시(주현정)를 등장시킴으로서 [슈퍼배드 2]는 전편과 비교해서 영화의 재미를 더욱 확실히 끌어올립니다.   

루시는 악당퇴치연맹의 초보 요원으로 그루를 악당퇴치연맹에 데려가기 위해 첫 등장을 합니다. 그런데 그 등장 자체가 범상치 않습니다. 악당계에 잔뼈가 굵은 그루이지만 루시의 노련함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죠. 그 이후부터 그루와 루시는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남극의 비밀 연구소를 훔쳐간 범인을 잡기 위한 파트너가 됩니다.

솔직히 저는 루시가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루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가운데 처음 등장하자마자 그루를 전기총으로 기절시키고, 그를 자동차의 뒷 트렁크에 꾸겨 넣는 모습은 '아니, 우리의 주인공한테 저런 짓을...' 이라는 생각과 함께 '저 여자 뭐야?'라는 감정으로 지켜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루도 처음엔 비호감이었습니다. 루시 역시 그루처럼 비호감으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호감으로 변하더니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그루와의 러브 라인으로 영화의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루시의 등장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왜냐하면 루시의 등장으로 그루의 가족이 비로서 완성되기 때문이죠.

처음엔 외톨이였던 그루. 하지만 1편에서 마고(태연)를 비롯한 세 자매가 그루의 가족이 됩니다. 그리고 2편에서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이 루시를 등장시켜 그루와 루시, 그리고 세 딸이라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냅니다. 그러한 가족의 완성은 [슈퍼배드 2]의 가장 중요한 스토리 라인입니다.

이 영화는 얼핏 남극의 비밀 연구소를 훔쳐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릴 악당과 악당에서 이제는 영웅이 된 그루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그루와 루시의 러브 라인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합니다. 남극의 비밀 연구소가 사라졌기에 그루와 루시는 만났고, 범인을 찾기위해 파트너가 됨으로서 사랑을 싹틔웠고, 악당이 루시를 납치함으로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의 초반, 아그네스의 생일 파티 장면에서부터 엄마의 부재에 의한 아쉬움을 강조했고, 그 이후에 그루는 끊임없이 이웃집 여자로부터 맞선을 강요당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기적절하게 등장한 루시. 처음에 그루의 모든 신경은 세 딸에게 향해 있지만, 어느 순간 루시를 향한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슈퍼배드 2]의 진정한 스토리 라인이 완성되는 것이죠.

루시를 향한 그루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영화를 보며 처음엔 너무나도 엉뚱한 루시에게 '이 여자 뭐야?'라는 기분이 들었다가, 함께 작전을 진행시키며 '이 여자 제법인데.'라는 마음으로 점차 호감으로 변하더니, 결국엔 '루시짱!'이라며 그루와 루시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웅이가 더 크기 전에 3편은 빨라 나와라.

 

결국 [슈퍼배드 2]의 재미는 절묘한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그루와 미니언의 매력은 강화되었고, 새롭게 투입된 루시와 에두아르도(최석필)의 매력 또한 대단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수입사의 더빙 전략도 정말 좋았습니다. 무조건적인 스타 더빙 캐스팅보다는 전문 성우를 기용하여 캐릭터에 딱 알맞은 더빙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첫째딸 마고와 둘째딸 에디트의 목소리를 연기했지만, 분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루시의 목소리를 연기한 조현정의 더빙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녀는 약간은 푼수끼가 있으면서 당돌하고 엉뚱한 루시의 목소리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습니다. 제 경우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때마다 자막 버전 영화의 상영관을 열심히 찾지만,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더빙 버전으로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빙 영화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애니메이션 더빙이 [슈퍼배드 2]와 같다면 앞으로 더빙 버전도 마음 놓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슈퍼배드 3]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슈퍼배드 2]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2014년에는 [미니언즈]마저 흥행 성공작의 대열에 합류한다면 [슈퍼배드 3]의 제작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9월 둘째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웅이의 기대작인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몬스터 대학교], [슈퍼배드 2]를 모두 본 이후 웅이에게 "만약 이들 영화 중에서 한편을 또 봐야한다면 어느 영화를 선택할래?"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웅이의 선택은 바로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였습니다.

물론 웅이가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세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몬스터 대학교]와 [슈퍼배드 2]는 본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일주일 전에 본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를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웅이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아빠, 애니메이션은 이제 유치해서 못보겠어요!"라고 선언하게 될 것 같아 저는 불안합니다.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저는 웅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정말 행복한데, 웅이가 너무 커버려 [슈퍼배드 3]는 혼자 보게 되지 않을런지... 웅이가 더 크기 전에 [슈퍼배드 3]가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2014년 [미니언즈]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2015년이면 [슈퍼배드 3]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이면 웅이의 나이 13살 초등학교 6학년.

제발 웅이가 나이 들어서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