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의석, 김병서
주연 : 한효주, 설경구, 정우성, 진경, 이준호
개봉 : 2013년 7월 3일
관람 : 2013년 7월 6일
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영화 홍보의 좋은 예
저와 웅이는 일요일 저녁이면 꼭 보는 TV 예능이 있습니다. 바로 <런닝맨>입니다. 유재석, 김종국, 송지효 등 <런닝맨> 고정 멤버들이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오며 만들어진 캐릭터의 재미가 꽤 솔솔합니다. 특히 고정 멤버 외에 등장하는 게스트와 게스트에 맞춘 게임 방식의 변화 등이 저와 웅이를 <런닝맨>에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갑자기 <런닝맨>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런닝맨>에 [감시자들]의 주연 배우인 한효주, 정우성, 이준호가 2주 연속 출연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위해서 TV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런닝맨>은 달랐습니다. [감시자들]에게 맞춰진 <런닝맨>의 게임 방식은 <런닝맨>의 재미도 살리고, [감시자들]의 홍보도 톡톡히 해냈기 때문입니다.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가 출연한 <런닝맨>의 게임 방식은 108개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런닝맨' 멤버들의 위치를 파악한 사신(정우성)이 순서대로 '런닝맨' 멤버들을 아웃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감시자들]의 내용과도 일치하는 신의 한수였습니다.
게다가 TV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정우성의 허당끼와 청순한 외모와는 달리 주체할 수 없는 승부욕으로 예능끼를 보여준 한효주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감시자들]에 대한 기대도를 높이는 효과도 톡톡히 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감시자들]은 개봉하자마자 2주 연속 박스오피스를 호령하며 기세등등하던 [월드워Z]를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도 우수한 편인데,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정우성의 카리스마와 시종일관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스릴러 영화의 묘미가 잘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후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어서 아쉬웠던 저로서는 [감시자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경찰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활약과 철저하게 짜여진 계획 아래 임무를 수행하는 범죄단의 두목 제임스(정우성)의 한판 대결이라는 독특한 소재. 정우성, 한효주, 설경구라는 배우의 조합도 제 기대도를 높였습니다.
결국 저는 토요일 아침의 늦잠을 포기하고 조조로 [감시자들]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시피드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진행과 캐릭터 소개. 그리고 중반부부터 서서히 끌어올리는 긴장감과 후반부에 폭발하는 캐릭터의 감정선 등 무엇하나 나무랄데 없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황반장(설경구)를 너무 과도하게 띄워주기 위해 무리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오랜만에 긴장감으로 꽉 채워진 우리나라의 스릴러 영화를 본 것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가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을 보면 상영 당시의 사회를 반영하여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영화들이 있습니다. [감시자들]이 딱 그러합니다.
이 영화는 범죄대상을 감시하는 경찰내 특수조직 감시반을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경찰 내에 그러한 조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시내 곳곳에 설치된 CC 카메라가 범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에서 CC 카메라를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거리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된 CC 카메라 외에도 아파트 주차장과 엘리베이터, 편의점, 은행 등등 사설 CC 카메라까지. CC 카메라가 범죄자를 잡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다행이지만, 다른 것으로 악용된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이 됩니다.
영화 속에 황반장은 감시반에 새롭게 합류한 하윤주(한효주)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면 그것이 바로 불법 사찰이다.'라고... 불법 사찰. 뉴스를 통해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것입니다. 불법 사찰은 공권력을 가진 집단이 불법으로 개인을 감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할 감시 도구들이 개인의 이익, 혹은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면 그것은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시자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감시자들]에서 감시의 대상은 철두철미한 범죄 집단의 리더 제임스(정우성)와 그의 팀원들이지만, 만약 감시 도구가 악용된다면, 그래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미국은 집단에 의해 감시당하는 개인의 섬뜩함을 다룬 스릴러 영화들이 자주 만들어졌었는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이글 아이] 등이 그러한 소재의 영화들입니다.
우리나라도 [감시자들]을 통해 그러한 소재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우리나라의 일반인들도 공권력에 의한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30대의 젊은 감독인 조의석, 김병서 감독은 스피드한 전개를 통해 스릴러 영화로서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이지만, 불법 사찰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한 우리나라에서 '감시'라는 소재의 영화를 만드는 탁월한 안목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노련함도 보여줍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캐릭터에 배치된 배우들
영화의 오프닝씬. 사람들이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하윤주가 황반장을 감시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연히도 범죄 조직의 리더인 제임스가 지나갑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 세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단 [감시자들]은 캐릭터 설명에서 긴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영화의 중요한 등장인물인 하윤주, 황반장, 그리고 제임스의 사생활 부분은 철저하게 생략하고, 그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에서 캐릭터 성격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황반장을 연기한 설경구의 경우, 베테랑 형사를 연기한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특히 황반장 캐릭터는 [공공의 적]의 강철중으로 연상시켰는데, 강철중은 설경구의 대표적인 캐릭터 이미지이기에 오프닝의 짧은 장면 만으로도 황반장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관객에게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효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한효주는 [오직 그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비련의 주인공으로 관객에게 먼저 인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창꼬]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런닝맨>에서 예능끼를 보이며 참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승부욕이 강한 캐릭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감시자들]의 하윤주도 그러한 캐릭터인데,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임무 첫날 화장실에서 자신의 소변보는 소리를 생중계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허당끼가 있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목숨을 걸고 제임스를 뒤쫓는 강인함도 보여줍니다. 어느새 한효주는 그러한 캐릭터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감시자들]이 배우들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가 막히게 적절했던 것은 바로 정우성입니다. 사실 정우성은 잘 생긴 외모와는 달리 데뷔 초부터 연기력 논란이 끊임없이 있었던 배우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캐릭터는 대부분 과묵합니다. [무사],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과묵한 눈빛 연기는 어느새 정우성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렸습니다.
[감시자들]은 그러한 정우성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살려 냈는데, 철두철미한 범죄 조직의 리더 제임스라는 캐릭터는 정우성과 완벽하게 부합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만해도 잘생긴 정우성의 외모 때문에 악역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의 과묵한 눈빛 연기가 악당의 카리스마에 이렇게 잘 어울릴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감시자들]은 이렇게 주연 배우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캐릭터에 효과적으로 매치시킴으로서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이중 효과를 봅니다. 다시말해 배우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캐릭터에 배치된 것이죠. 이것을 적재적소라고 하죠.
서서히 끌어 올리는 긴장감의 묘미
감시라는 소재 자체가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주연 배우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영화의 재미를 살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죠. 스릴러 영화에서는 긴장감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단 정우성의 과묵한 연기가 영화의 초반부터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시키게 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황반장과 하윤주는 약간은 가벼운 에피소드와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임무에서 오는 긴장감을 오고가며 영화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조율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영화의 후반부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러한 장면은 매우 효과적으로 배치가 되었는데, 제임스를 뒤쫓는 감시반의 임무를 더이상 공무수행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입시키며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감시자들]의 가장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의 경우는 영화의 초반부터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려 합니다. 문제는 그럴 경우 러닝타임 2시간 가량동안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지나친 긴장감으로 지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시자들]은 초반부터 긴장감을 유지시키긴 하지만, 과도하지 않게 조율합니다. 그러다가 영화의 후반부에 동료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 캐릭터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적당하게 조정되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사당역의 지하철의 버려진 승강장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최고의 명장면이 됩니다. 더이상 범죄자를 잡는 경찰이 아닌, 동료의 복수를 위해 뛰어든 감정에 휩싸인 보통 사람이 된 하윤주와 황반장. 사실 그들의 후반부의 행동은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이라는 설정으로 표현되기엔 너무 과했습니다. 그러한 과함을 없애기 위해 복수심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여 들인 것이죠.
물론 마지막 황반장의 모습은 아무리 복수심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너무 과하게 영웅적이어서 아쉬웠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감시자들]은 스릴러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긴장감의 재미를 적절하게 조절하다가 후반부에 폭발시키는 꽤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한 임달화의 카메오 연기도 결코 놓쳐서는 안될 재미입니다. 이미 [도둑들]을 통해 우리 관객에게도 익숙해진 배우이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는 역할을 해냅니다.
작년 [도둑들]에 이어 올해 [감시자들]까지... 우리나라의 범죄 스릴러가 굉장히 발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나서도 한동안 뿌듯함이 들었던 [감시자들]이었습니다.
범죄자를 잡기 위한 감시와 정치적 계략에 의한 사찰
CC 카메라를 보는 내 입장도 참 복잡하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영화이야기 > 2013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시픽 림] - 사이즈만 보지 말고 그들의 희생도 보라! (0) | 2013.07.16 |
---|---|
[론 레인저] - 때로는 착한 사람이 마스크를 써야 할 때가 있다. (0) | 2013.07.15 |
[화이트 하우스 다운] - 평화를 원치 않는 이들의 반란 (0) | 2013.06.28 |
[월드워Z] - 극한의 재난을 체험하다. (0) | 2013.06.21 |
[맨 오브 스틸] - 초인의 액션에 나약한 인간은 그저 구경만 할뿐... (0) | 201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