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던 핸드폰은 갤럭시S입니다. 스마트폰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골동품이죠. 사실 지금까지 무료폰이 아니면 쓰지 않아서 제 핸드폰은 항상 구식 핸드폰이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도 잘 걸리고, 인터넷이 느리긴 하지만 끈기있기 기다리면 나름 잘 되기에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며칠 동안 요놈의 갤럭시S가 자꾸 자기 맘대로 리부팅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번 그러더니, 나중엔 하루에 한번, 결국엔 하루에 여러번 꺼졌다가 스스로 켜지기를 반복하며 제 성질을 박박 긁더군요. 결국 핸드폰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핸드폰 매장에 가서 충동적으로 갤럭시 노트2를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갤럭시S를 쓰다가 갤럭시 노트2를 쓰니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화면도 크고, 인터넷도 팍팍 뜨고, 특히 웅이는 S펜으로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저보다 제 핸드폰이 바뀐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하루종일 갤럭시 노트2의 새 기능을 익히느라 핸드폰만 들여다 보다가 문득 핸드폰, 혹은 전화를 소재로한 영화들이 뭐가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내 핸드폰에 귀신이 나타났어요... [폰] VS [착신아리]
전화 관련 소재의 영화가 뭐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폰]과 [착신아리]였습니다. 이들 영화는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핸드폰을 공포와 접목시켜 관객이 느낄 공포심을 극대회시키겠다는 전략의 영화인 셈입니다.
[폰]은 2000년 [가위]를 통해 데뷔한 이후 [폰], [분신사바], [아파트] 등 공포 영화만을 연출한 안병기 감독의 영화입니다. [폰]의 내용을 살펴보면... 잡지사 기자인 지원(하지원)은 원조교체 폭로기사 때문에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협박 전화에 시달립니다. 결국 그녀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011-9998-6644'라는 번호를 제외하고는 다른 번호는 선택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번호로 바꾸는 지원. 하지만 그때부터 그녀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가위]에서 섬뜩한 귀신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하지원은 [폰]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캐는 기자를 연기하며 전화에 숨겨진 섬뜩한 비밀을 캐냅니다. 하지원 외에도 김유미, 최우제가 지원의 절친인 호정 부부를 연기했고, [클레멘타인]에서 깜찍한 연기를 펼쳤던 아역배우 은서우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놀라운 연기도 볼 수 있습니다.
[착신아리]는 [오디션], [이치 더 킬러] 등 섬뜩한 일본식 공포 영화를 연출했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2003년작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여대생인 유미(시바사키 코우)는 어느날 친구가 주선한 미팅에 나갔다가 서로 휴대폰 번호를 교환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유미의 친구인 요코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립니다. 발신인은 바로 3일 후의 요코 자신. 3일 후 요코는 전화 속에서와 똑같은 말을 남긴채 전차에 치여 죽습니다. 그러한 의문의 죽음은 희생자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에게 바이러스처럼 퍼집니다.
[착신아리]는 다분히 [링]을 떠오르게 하는 공포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일본에서는 2편에 이어 3편인 [착신아리 파이널]이 제작되었으며, 미국에서 에릭 발렛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전화기는 스릴러를 타고...[폰 부스] VS [핸드폰]
전화 소재의 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는 바로 [폰 부스]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핸드폰]도 꽤 인상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스릴러라는 장르의 영화라는 점과 우리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공중전화와 핸드폰이 오히려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이용된다는 점입니다.
[폰 부스]는 공중전화박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뉴욕의 미디어 에이전트 스투 세퍼드(콜린 파렐)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통화를 마치고 돌아설 때 그의 뒤에서 벨소리가 들립니다. 무심코 수화기를 든 순간 그의 예기치 못한 악몽이 시작됩니다. 전화를 건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이 스투의 일거수 일투족을 근처 건물에서 지켜보고 있으며, 전화를 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급기야 스투에게 그만 전화를 끊고 나오라며 시비를 걸던 남자가 총에 맞아 죽고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스투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위기일발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타임 투 킬], [8미리], [베로니카 게린], [넘버 23] 등 스릴러 영화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조엘 슈마허가 연출을 맡았고, 콜린 파렐 외에도 포레스트 휘태커, 키퍼 서덜랜드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핸드폰]은 연예계 매니저 승민(엄태웅). 그의 유일한 희망은 여배우 진아(이세나)입니다. 그런데 진아의 남자친구 윤호(김남길)가 진아의 섹스 동영상을 갖고 잇다고 협박해옵니다. 승민의 핸드폰에 문제의 동영상을 전송하는 윤호. 그런데 하필 승민은 그만 핸드폰을 잃어버립니다. 승민의 핸드폰을 주운 이는 대형 마트의 종업원인 이규(박용우)입니다. 승민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핸드폰을 되찾기 위해 이규가 요구하는대로 움직입니다.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로 흥행 감독에 우뚝 선 김한민 감독의 영화이며, 엄태웅, 박용우의 불꽃튀기는 연기 대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화기는 그녀의 마지막 희망... [셀룰러] VS [커넥트]
[폰]과 [착신아리]에서 핸드폰은 죽음을 부르는 공포의 물건이었습니다. [폰 부스]와 [핸드폰] 역시 전화라는 우리 일상에 편리한 물건이 어떻게 한 남자를 위기에 빠뜨리는지 보여주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지만 과연 전화기 소재의 영화에서 전화기는 그러한 부정적인 소품으로만 사용될까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폰 부스], [핸드폰]과 같은 스릴러 영화이지만 [셀룰러]와 [커넥트]에서 전화기는 주인공을 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먼저 [셀룰러]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제시카(킴 베이싱어)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어딘지 알수 없는 장소로 끌려가 갇힙니다. 그녀의 유일한 의망은 박살난 전화기. 그녀는 전화기를 조합하여 연결되는 아무 번호에나 도움을 청합니다. 이 전화를 우연히 핸드폰으로 받게 된 이는 라이언(크리스 에반스). 그는 곧 제시카뿐만 아니라 아직 납치되지 않은 그녀의 가족들의 생명까지도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출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시카 조차도 자신의 위치를 모르며, 핸드폰 배터리도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과연 라이언은 어떻게 제시카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한때 섹시 배우의 대명사였던 킴 베이싱어와 최근 [퍼스트 어벤져]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등에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셀룰러]를 홍콩에서 리메이크한 것이 [커넥트]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똑같습니다. 괴한에 납치된 그레이스(서희원).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부서진 전화기입니다. 버튼도 없이 무작위로 걸리는 전화기에 전화를 거는 그레이스. 그리고 전화를 받은 밥(고천락). 그는 이 전화가 실제 상황임을 눈치채고 그레이스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커넥트]는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에 후보로 올랐고, 편집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금마장 영화제에서도 무술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섹시한 전화! 폰 섹스... [걸 식스] VS [나의 PS 파트너]
전화기 소재의 영화를 나열하다보니 너무 어두운 영화들이 많네요. 그래서 혹시 밝은 분위기의 영화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폰섹스를 소재로한 두 편의 영화 [걸 식스]와 [나의 PS 파트너]가 생각났습니다. 소재는 폰섹스이지만 그다지 야한 영화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걸 식스]는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흑인 여성 주디(테레사 랜들)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영화 오디션마다 번번히 떨어지고, 결국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폰 섹스 업계로 진출합니다. 타인의 환상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배우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으로 주디는 6번 아가씨가 되어 전화를 통해 뭇남성을 신음하게 만듭니다. 뛰어난 연기와 재능으로 동료들을 물리치고 최다 고객을 확보하는 주디. 하지만 그녀는 일에 대해 가치관의 혼한을 느끼게 되고 배우로서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자신의 인생을 다시한번 새출발할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걸 식스]에서 폰 섹스는 주디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똑바로 살아라], [모베터 블루스], [말콤 X]등 작품성있는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는 [올드보이]의 미국 리메이크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나의 PS 파트너]는 남자 친구에게 폰 섹스를 시도하려던 윤정(김아중)이 실수로 외딴 남자 현승(지성)에게 전화를 걸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시종일관 톡톡 튀는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그러면서 19금 영화답게 도발적인 대사와 섹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지성과 김아중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전화기는 사랑을 타고... [지금은 통화중] VS [데니스는 통화중]
전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의 마지막으로 상큼한 코미디 두편을 소개합니다. 바로 [지금은 통화중]과 [데니스는 통화중]입니다. 두편 모두 제목이 비슷하죠? 이 두 영화에서 통화는 곧 사랑을 뜻합니다. [지금은 통화중]은 가족간의 사랑이며, [데니스는 통화중]은 남녀간의 사랑을 뜻합니다.
배우로 유명한 다이안 키튼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지금은 통화중]은 각기 개성이 다른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첫째인 조지아(다이안 키튼)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잡지를 출판할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입니다. 둘째인 이브(멕 라이언)는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주부입니다. 셋째인 매디(리사 쿠드로)는 나름 유명한 탤런트입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세 자매 중 중간에 낀 이브는 매일 언니와 동생의 전화를 받으며 그녀들의 자랑과 푸념을 들어줍니다.
결국 이브는 이기적인 언니와 철없는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하고 급기야 모든 전화기를 창고에 쓰셔 넣습니다. 과연 이들 세 자매는 다시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통화중]의 전화는 가족간의 사랑과 다툼, 화해 등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데니스는 통화중]은 얼굴은 본적이 없지만 전화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룬 저예산 영화입니다. 그만큼 전화가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서있는지 간접적으로 대변합니다.
처음 전화를 소재로한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대부분 너무 어두운 영화들이라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라는 것은 우리의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게로 온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2. 과연 이 녀석의 장르는 공포일까요? 스릴러일까요? 아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일까요? 부디 공포와 스릴러 장르는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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