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음치클리닉] - 댄스곡을 발라드처럼 부른 템포가 문제다.

쭈니-1 2013. 2. 12. 11:03

 

 

감독 : 김진영

주연 : 박하선, 윤상현, 임정은, 최진혁

 

 

[음치클리닉]은 왜 관객의 외면을 받았나?

 

설날 연휴가 끝나가는 2월 11일 월요일, 드디어 [음치클리닉]을 봤습니다. 제가 '드디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작년 11월 29일에 개봉했던 [음치클리닉]은 [가디언즈], [26년]에 이은 기대작 3위일 정도 제 개인적으로 꽤 기대했던 영화이지만, 개봉 후 흥행에 실패하며 너무 빨리 상영관에서 내려져 결국 극장에서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33만명으로 2012년 전체 박스오피스 순위는 고작 93위. 도대체 왜일까요? TV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코믹 연기로 인기를 모은 박하선과 201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미니시리즈 <시크릿 가든>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상현을 주연으로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TV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로 인기를 얻은 후 충무로로 건너가 [아기와 나],  [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 등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 정도면 [음치클리닉]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본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영화의 초반만 봐도 견적이 나오는 뻔한 재미!

 

[음치클리닉]이 개봉 당시 가졌던 기대도보다는 '도대체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라는 호기심만 남은 상태. 그래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 만큼 설날 연휴 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를 바라며 영화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음치클리닉]의 소재는 꽤 좋습니다. 타고난 음치인 덕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사표를 집어 던지고 나온 동주(박하선). 그녀는 고등학교때부터 짝사랑하던 민수(최진혁)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교 동창과의 술자리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덜컥 고교 동창의 결혼식 축가를 맡게 되었으니...

[음치클리닉]의 웃음 포인트는 간단합니다. 음치인 동주의 요절복통 음치 탈출기입니다. 게다가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를 살짝 끼워 넣습니다. 그럼으로서 이 영화의 틀은 영화의 초반에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습니다. 동주는 민수에게 잘보이기 위해 '음치 클리닉'에 동록하지만, 민수는 동주의 친구인 보라(임정은)에게 관심이 많고, 결국 실의에 빠진 동주는 티격태격하던 '음치클리닉' 강사 신홍(윤상현)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너무 뻔하다고요?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음치클리닉]은 영화의 초반만 봐도 딱 견적이 나올 정도로 뻔한 재미를 가졌지만 TV에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박하선과 윤상현의 매력과 음치의 노래라는 기가 막힌 코믹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뻔한 재미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시간 30분이면 될 영화를 2시간이나 끌다니...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음치클리닉]은 동주의 고교 동창생 결혼식에서 모든 결말이 났어야 합니다. 결혼식 축가를 위해 음치 탈출을 외친 동주. 하지만 동주의 친구에게 더 관심이 있는 민수. 분명 동주는 그로인하여 상처 받고 신홍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영화는 막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영 감독은 욕심을 부립니다. 결혼식 해프닝이 끝나고 시간을 보니 고작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 그런데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음치클리닉]은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음치클리닉]은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은 1시간 동안 영화의 재미는 질질 끌리며 결국 지루해집니다. 음치 동주의 노래도 자꾸 들으니 더이상 웃기지 않고, 귀여웠던 동주의 행동 역시 자꾸 반복되니 민폐녀로 전락합니다. 러닝타임이 많이 남다보니 '음치클리닉'에 등록된 다른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불필요하게 끼어 들고, 결국은 음치 콘서트라는 무리수까지 두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음치클리닉]은 초반의 에피소드를 조금 더 늘리더라도 동주 동창의 결혼식에서 딱 끝맺음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끝내지 못하고 이야기를 질질 끌다보니 마치 영화의 마지막, 백두산의 콘서트에서 동주가 오기를 기다리며 노래의 한 소절을 계속 반복하는 신홍의 노래처럼 [음치클리닉]은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점점 지루해졌습니다.

 

박하선은 좀 더 오버 연기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박하선을 좋아합니다. 단아해 보이는 이미지를 깨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보며 새로운 코믹 캐릭터를 지닌 그녀의 모습에 홀딱 반했습니다. [음치클리닉]은 바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고스란히 이어진 박하선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뻥 터졌던 재미가 [음치클리닉]에서는 부족했습니다.

분명 초반 박하선의 연기는 웃겼습니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제법 긴 러닝타임동안 이끌어나갈 힘은 부족했습니다. 처음에는 귀엽게만 느껴졌던 그녀의 코믹 연기가 점점 식상해지면서 저는 '그녀가 좀 더 오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치 이시영처럼 말이죠.

동주의 진정한 사랑 찾기라는 로맨스와 음치라는 코믹 코드를 엮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음치클리닉]은 재미없었습니다. 영화의 1시간까지는 재미있게 즐겼지만, 나머지 1시간은 짜증나게 지루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템포였습니다. [음치클리닉]은 마치 댄스곡을 발라드처럼 부르는 음치의 지루한 노래를 듣는 것같은 영화였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