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헨리스 크라임] - 헨리 만큼이나 영화도 답답하다.

쭈니-1 2013. 2. 7. 10:59

 

 

감독 : 말콤 벤빌

주연 : 키아누 리브스, 베라 파미가, 제임스 칸

 

 

한때 액션 히어로였던 키아누 리브스의 요즘은?

 

한때 [스피드], [매트릭스]를 통해 할리우드의 액션 영웅으로 떠올랐던 키아누 리브스. 하지만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이후 그의 행보는 지지부진합니다. [콘스탄틴], [스트리트 킹], [지구가 멈추는 날]은 흥행 성적은 고만고만했고, (월드와이드 성적을 합해야 수익이 조금 난 정도) 영화에 대한 평가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이미지 변신을 선언하며 신작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헨리스 크라임]입니다. 하지만 [헨리스 크라임]은 2011년 4월 미국 개봉 당시 고작 2개의 스크린으로 시작을 해서 토탈 102,541 달러라는 처참한 흥행 성적을 내며,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1997년작인 [라스트 타임]에 이은 최악의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개봉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65개의 상영관에서 상영하며 주말 동안 2,974명을 동원, 흥행 순위 17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범죄 스릴러? 혹은 로맨스 멜로?

 

도대체 [헨리스 크라임]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처참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무너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저는 그 첫번째 이유로 이 영화의 장르를 꼽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헨리스 크라임]은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은행 강도 혐의로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한 헨리(키아누 리브스). 그는 가석방 이후 진짜로 은행을 털기로 결심하고 사기 혐의로 장기간 감옥에서 복역중인 감방 동료 맥스(제임스 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는 금주법 시대의 갱이 만들어 놓은 비밀 터널을 이용해 은행을 털 계획을 세웁니다.

분명 [헨리스 크라임]의 기본적인 설정은 범죄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범죄 스릴러가 가지야할 치밀함, 혹은 스릴 등이 이 영화엔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헨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저 착하기만 한 '예스맨'이고, 헨리를 돕는 맥스 역시 말만 번지르한  사기꾼일 뿐, 치밀한 범죄자는 되지 못합니다. 여기에 어중이 떠중이들이 이 범죄에 가담을 하니, [헨리스 크라임]은 범죄 스릴러 장르에 놓고 본다면 심각하게 장르적 재미가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로맨스 멜로? 분명 헨리는 우연히 줄리(베라 파미가)라는 배우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점차 변해갑니다. 하지만 헨리와 줄리의 사랑은 로맨틱하지도 않고, 멜로라고 하기에도 심심한 편입니다. 다시말해 [헨리스 크라임]은 장르 영화적 재미가 전혀 없는 영화인 것이죠.

 

예스맨 헨리의 변화기?

 

영화의 장르적 재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상업 영화로서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됩니다. 물론 가끔은 장르를 초월한 재미를 갖춘 영화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드물죠. 그렇다면 [헨리스 크라임]은 장르적 재미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영화의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바로 그 1순위가 헨리의 변화입니다.

헨리... 그는 참 바보같은 남자입니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그는 그 어떤 열정도, 의욕도, 꿈도 없습니다. 그냥 물이 흐르는대로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은행 강도로 누명을 쓰는 것도 그렇고, 동거녀가 떠날 때도 그저 별다른 표정이 없습니다. 억울하다거나, 슬프다거나, 뭐 그런 감정없이 그냥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생을 사는 것이죠.

그런 그가 감옥에서 맥스를 만납니다. 맥스는 헨리에게 '꿈이 없는 것이 바로 범죄이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헨리는 가석방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즉 꿈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은행 털기입니다.

기본적으로 [헨리스 크라임]은 초반에 헨리라는 너무 착해서 답답하기만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그가 은행을 털기로 결심하면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헨리의 변화가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헨리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예스맨이었거든요.

 

답답한 헨리, 답답한 영화

 

헨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의욕적으로 말하는 것은 은행 털기 뿐입니다. 이후 은행을 터는 계획은 맥스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헨리는 맥스가 시키는대로 배우가 되기도 하고, 은행 강도 누명을 뒤집어 씌운 고교 동창이 찾아와도 별 소리 못하고 그를 계획에서 끼워줍니다.

영화를 보며 정말 답답했습니다. 분명 헨리는 착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는 착한 것을 넘어서 그냥 삶의 의욕이 전혀 없는 무기력한 인물일 따름입니다. 헨리를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의 표정이 시종일관 무덤덤한 것도 그러한 헨리의 답답한 캐릭터 성격 때문입니다.

결국 헨리가 은행 털기를 제외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영화의 마지막 연극을 망치는 장면 뿐입니다. 거의 1시간 50분동안 헨리의 답답한 행동을 봐야하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해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헨리를 잡아내는 영화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범죄 스릴러 특유의 빠른 전개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로맨스 멜로 특유의 아름다운 화면 역시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저 헨리의 답답한 일상을 묵묵하게 쫓아가기만 하는데, 헨리의 변화에 의한 쾌감도, 그렇다고 헨리의 줄리의 사랑에 의한 행복감도 전해주지 못한채 그냥 의욕없는 헨리처럼 의욕없이 영화를 진행시키기만 합니다.

 

그래서 헨리는 행복했을까?

 

답답하기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헨리는 행복했을까요? 은행을 털었고, 줄리의 사랑을 획득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헨리는 절대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은행 강도라는 범죄를 저질렀고, 연극을 망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헨리가 이전에는 절대 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줄리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만으로 만족해하며 영화를 서둘러 끝맺음합니다. 사랑이 헨리를 변화시켰지만, 헨리의 답답한 현실은 아마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단 미국 극장가가 [헨리스 크라임]을 외면한 이유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장르적 재미를 중요시하는 미국 영화계에서 [헨리스 크라임]은 장르적 재미에 관심이 없는 이상한 상업 영화이니 이 영화의 흥행을 자신할 수 없었겠죠.

국내 극장가에서도 이 영화를 외면한 이유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꿈도, 의욕도 없이 그저 좀비처럼 살아나가는 현대인의 삶을 꼬집고 싶었다면 그 일탈이 은행 강도라는 범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인 다른 소재를 꺼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굳이 범죄를 통해 삶의 일탈을 꿈 꾸고, 변하려는 헨리의 삶에 공감이나 감동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영화의 답답함도 영화적 재미라고 우긴다면 모를까... [헨리스 크라임]은 제겐 그 어떤 영화적 재미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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