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 폴 살롬
주연 : 로맨 뒤리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에바 그린, 파스칼 그레고리
셜록 홈즈의 영화화, 괴도 아르센 루팡은?
2009년 할리우드는 전설적인 명탐정 '셜록 홈즈'를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캐릭터로 새롭게 창조해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셜록 홈즈]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2011년 2편인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셜록 홈즈'가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이쯤되면 생각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에 의해 탄생한 '아르센 루팡'입니다. 1905년 <아르센 루팡 체포되다>라는 단편으로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루팡은 16편의 장편과 37편의 중단편, 그리고 4편의 희곡으로 꾸준히 사랑 받아온 캐릭터입니다. 특히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는 '루팡 대 홈즈'의 대결 구도로 어린시절 제겐 굉장히 흥미진진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셜록 홈즈가 아닌 헐록 숌즈일 줄이야... ^^)
'셜록 홈즈'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된 마당에 '아르센 루팡'도 새로운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에게 여기 [아르센 루팡]이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를 소개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루팡이 먼저!
2013년 1월 24일 개봉 예정작으로 이름을 올린 [아르센 루팡]. 저 역시 '아르센 루팡'도 영화로 만들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의 하나였기에 [아르센 루팡]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1월 24일은 [아르센 루팡]의 극장 개봉일이 아닌 다운로드 서비스 오픈일이더군요. 극장 개봉을 기다렸던 제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게다가 [아르센 루팡]은 최근년에 만들어진 신작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가 제작된 것은 2004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2009년 [셜록 홈즈]가 만들어지기 5년전에 이미 [아르센 루팡]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홈즈와 루팡의 영화화는 엄밀하게 따진다면 루팡이 선배인 셈. (물론 [셜록 홈즈]와 [아르센 루팡] 이전에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수 많은 영화들이 이미 존재했지만...)
어릴적 <명탐정 홈즈> 시리즈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던 <괴도 신사 루팡>의 재미를 다시금 만끽하기 위해서 [아르센 루팡]을 봤습니다. 일단 2004년 영화라서 그런지 영화 자체가 올드한 분위기였고, 프랑스 영화라서 그런지 액션도 솔직히 어색했습니다. 결국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는 부족하다.'라는 것이 [아르센 루팡]에 대한 제 첫 느낌입니다.
매력이 부족한 주인공
가장 큰 문제는 '아르센 루팡'을 연기한 로망 뒤리스의 매력입니다. [아르센 루팡]을 보며 프랑스인이 보는 매력과 제가 보는 매력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영화의 설정상 루팡은 모든 여성들이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해야 합니다. 그의 사촌 끌라리스(에바 그린)는 루팡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아버지를 배신하고, 악녀 조세핀(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역시 루팡의 매력 때문에 그에 대한 소유욕에 더욱 악행을 저지릅니다.
이처럼 [아르센 루팡]에서 루팡의 매력은 영화에서 절대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로망 뒤리스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로망 뒤라스의 외모는 물론이고, 그의 약간은 비열해 보이는 표정과 끌라리스와 조세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캐릭터의 매력까지도 부족했습니다.
루팡의 매력이 반감되니 [아르센 루팡]에 대한 영화적 재미도 반감됩니다. 루팡 때문에 목숨을 거는 끌라리스와 조세핀을 보며 도대체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괴팍한 몸짱 '셜록 홈즈' 캐릭터를 완성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생각하니 로망 뒤리스의 '아르센 루팡'이 더욱 아쉽기만 하네요.
매력적인 이야기를 살리지 못한 부족한 연출력
사실 [아르센 루팡]은 설정이 매우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루팡의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도둑으로 몰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언니에게 쫓겨난 이후 비참하게 죽어간 어머니에 대한 회한, 그리고 그로 인한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아르센 루팡'의 캐릭터를 잘 구축해냅니다.
이러한 루팡의 캐릭터를 잘만 이용하면 꽤 흥미로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기대했지만 영화는 자꾸 이상한 곳으로 흘러 갑니다. 루팡이 의문의 여성 조세핀에게 빠져서 그녀와 함께 왕실의 보물이 숨겨진 곳을 나타내는 십자가를 훔치기 시작하더니, 조세핀이 마녀라고 말하는 보마그난(파스칼 그레고리)과 보마그난의 말을 믿지 말라는 조세핀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 중요하다는 십자가는 루팡과 조세핀, 보마그난에 의해 이리저리 옮겨집니다.
그토록 중요하다던 십자가가 허술하게 보관되어 식은 죽 먹기로 이 사람, 저 사람이 훔치는 것도 어이없지만, 조세핀이라는 캐릭터는 무슨 판타지의 주인공처럼 비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영화 자체가 황당하게 흘러갑니다. 개인적 복수심에 불타도 모자란 루팡은 조세핀과 보마그난 사이에서 이용만 당하는 풋내기였고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는 패자가 되어 버립니다. 루팡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구축해놓고 그러한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주먹구구식으로 영화가 흘러간 셈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다시 '아르센 루팡'을 만든다면 어떨까?
[아르센 루팡]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어린 시절 <명탐정 셜록 홈즈>와 함께 저를 사로 잡았던 <괴도 신사 아르센 루팡>이 [아르센 루팡]에서는 매력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멍청한 풋내기 도둑이 되어 조세핀과 보마그난에게 이용만 당하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영화의 포스터에도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도둑'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며 한탄을 해야 했습니다.
로망 뒤리스의 부족한 매력도 문제였지만, 아직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한 에바 그린의 안타까운 모습과 누구든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팜므파탈 조세핀을 연기한 크리스틴 토마스 스콧까지... 다른 배우들 마저도 이 안타까운 영화 속에서 안타까운 매력만을 보여줍니다.
[아르센 루팡]을 보고나니 이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다시 만든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리우드라는 전세계 영화팬들의 입맛에 맞게 '아르센 루팡'의 캐릭터를 다시 잘 다듬어서 매력적인 배우를 캐스팅한 후, 누구든 재미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 탄생시킬 것입니다. 장 폴 살롬 감독의 [아르센 루팡] 역시도 기본적으로 오락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프랑스 오락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가 제 취향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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