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영빈
주연 : 박상민, 김정현, 최민수, 윤수진, 지종은
* 해설
[테러리스트]로 한국형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김영빈 감독. 그가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의 첫 연출작인 [김의 전쟁]은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김영노 사건을 통해 일본내 재일동포의 차별 문제를 특유의 액션으로 그린 영화이다. [김의 전쟁]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그를 주목받는 신인 감독의 대열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관객은 달랐다. 관객들은 철저히 [김의 전쟁]을 무시했고 김영빈 감독은 흥행 참패라는 패배를 당해야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영화를 몰라주는 관객들을 비난하며 두번째 작품에 몰입했다.
그의 두번째 연출작인 [비상구가 없다]는 관객의 외면보다 자금의 압박이라는 새로운 적을 만나야 했다. 갑작스러운 제작사의 도산은 이 영화를 창고에 썩게 놓아두었고 김영빈 감독은 또다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그의 불운은 [테러리스트]에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현세의 만화 [카론의 새벽]을 원작으로한 이 영화는 TV극 [모래시계]로 액션 연기의 이미지를 굳힌 최민수를 기용하여 그의 매력을 철저히 살려냈고, 드디어 관객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테러리스트]의 성공덕에 [비상구는 없다]도 뒤늦게 관객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오라]는 김영빈 감독의 네번째 연출작이다.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역으로 데뷔한 박상민. 그는 이 영화에서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왠지 모르게 최민수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김정현(그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모래시계]에서 실제로 최민수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은 아역의 이미지를 벗었다. [테러리스트]의 히어로 최민수의 우정출연도 볼만하다.
* 줄거리
머리를 빡빡민 춘근(박상민)이 세재장터에 도착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건들거리며 인사를 건내던 춘근은 역전 여관에 들렀다가 옥희(윤수진)와 대면하게 된다. 서울에서 왔다는 옥희는 춘근을 '낙지 대그빡'이라고 부르며 친근한 관심을 갖는다.
서울로 고등학교 유학을 갔던 판검사 기대주 윤호(김정현)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온다. 윤호는 동창이긴 하지만 나이가 많은 춘근에게 군대갈때까지만이라도 똘마니로 삼아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춘근과 윤호는 기생집 춘향관에 기거하는 마을 깡패의 정신적 우두머리 정석(최민수)에게 인사를 가고 둘은 이제 타락의 길에 접어든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때려 돈을 빼앗기도 하고 동네마다 포르노 영화 상영을 하며 돌아다니다 몰매를 맞기도 한다.
그러던중 윤호는 연희(지종은)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연희는 윤호에게 '이것은 너의 본 모습이 아니니 가면을 벗으라'고 충고하지만 윤호는 듣지 않는다.
한편 마을은 국회의원이 될 야심을 갖고 돌아온 갑수의 환영회로 소란하다. 갑수의 좋지 못한 행적을 알고 있는 정석은 갑수 패거리와의 한판 대결을 준비한다.
마을에 노천극장이 열린날 연희를 윤간하려는 동네 건달들의 계획을 알게된 윤호는 미리 연희를 빼돌리고 그 일로 인해 동네 건달들과 싸움을 하게 되고 정석의 중재로 화해를 한다. 다시 한 여자를 강간하려던 춘근은 윤호에게 기회를 넘기고 윤호는 이를 말리던 연희를 덮친다.
갑수와 함께 마을로 온 깡패 뱀눈이 노름으로 마을을 흐리자 정석은 춘근, 윤호와 함께 이들을 혼내주고 마을에 들불 놀이가 있던 날 갑수와 뱀눈 패거리는 정석, 춘근, 윤호에게 혼란을 틈타 복수한다. 윤호를 보호하려던 춘근은 결국 옥희에게 전해주라고 통장을 건낸 후 숨을 거두고 윤호는 춘근의 묘비를 만들어주고 마을을 떠난다.
* 감상평
남성 영화에 일가견을 보여준 김영빈 감독 그가 이번엔 70년대 전라도 한 시골 마을로 무대를 옮겨 걸쭉한 사투리와 욕지거리 그리고 사나이들의 우정으로 되돌아 왔다. 낙지대그빡 박상민의 걸쭉한 연기는 폼만 잡던 김두한의 이미지를 완전 벗어 버림에 성공했고 마지막 들불놀이 장면은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꽉 차여져 있다.
그러나 김영빈 감독은 네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에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않았다.(웬 고집인지...) 남성 위주의 스토리 전개 탓에 여성은 눈요기로만 영화에 등장시키던 그의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윤수진과 지종은 역시 눈요기에 불과했다. 윤수진의 섹시한 연기와 지종은의 청순한 연기는 단지 박상민과 김정현의 남성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게다가 온갖 악행(강도, 강간)을 저지르는 두 청춘의 모습을 19세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에 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강도와 강간이란 범죄가 청춘의 방황이라는 미명아래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1996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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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늘의 이야기
이 글에서 소개한 그대로 김영빈 감독은 90년대를 주름잡던 남성 영화의 대가였습니다. 그의 영화는 항상 힘이 넘쳐났고, 강렬했습니다. 그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것이 [테러리스트]이며, 그 중 가장 강렬한 영화는 [나에게 오라]입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불새]라는 약간은 시대착오적 남성 영화를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암튼 [나에게 오라]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지는 못한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강렬하게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박상민, 김정현의 연기도 강렬했지만 무엇보다도 최민수의 그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거든요.
하지만 그가 너무 강렬한 남성적 캐릭터에만 몰두하는 것만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최민수는 [결혼 이야기]와 같은 부드러운 캐릭터도 잘 연기하는 배우였는데... 다시한번 부드러운 최민수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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