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크 피기스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엘리자베스 슈, 줄리안 샌즈
* 해설
할리우드의 독불장군 마이크 피기스 감독. 그러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 한 편의 영화로 인해 이젠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그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 이전에 받았던 그에 대한 무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배우들과 사이가 좋고 배우들은 그를 존경한다. 그 점을 증명해주는 일화가 있다.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 이후에 리차드 기어는 피기스에게 감독을 부탁하기 위해 두 가지 프로젝트 [미스터 존스]와 [써머스비]를 가지고 왔고 피기스는 그 중 [미스터 존스]를 선택하여 기어와 함께 일했다.
피기스가 [사랑의 교정]을 감독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알버트 피니에게 주연을 제의했을 때 피니는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즉석에서 피기스와 일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로리 메트카프와 줄리안 샌즈 같은 배우들은 피기스의 고정 멤버이고, [폭풍의 월요일]에 출연했던 스팅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사운드트랙에 네 개의 멋진 곡을 작곡해주었다.
이렇듯 스튜디오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배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마이크 피기스.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담겨있다. 이 영화는 스튜디오가 얼마나 피기스의 능력을 평가절하했는지에 대해서 피기스가 멋진 복수를 한 수작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존 오브라이언은 영화의 전반 작업 중 자살을 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 영화를 감상했다면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 줄거리
술 때문에 아내가 떠났는지 아내가 떠났기 때문에 술에 빠졌는지 자신도 모르는 극작가 벤(니콜라스 케이지). 직장조차 그를 버리자 벤은 술마시다 죽으려고 라스베가스로 온다. 꺼지기 직전 더 타오르는 촛불처럼 네온의 환락가를 헤매던 그가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를 만난다. 벤은 세라에게 그저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댓가로 500달러라는 거금을 제시한다.
알콜 중독으로인해 외톨이가 된 벤은 외로움만은 결딜 수 없었고 가혹한 채찍 밑에서 몸을 팔던 세라는 이 불쌍한 손님에게 태어나서 처음인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세라는 그를 떠난다. 세라에게 매춘을 강요하던 유리(줄리안 샌즈)가 세라에게 자유를 주던 날, 세라는 벤을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 그리고 벤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벤은 세라에게 '절대 술 마시지 말라는 말만은 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세라의 집에 들어온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두 아웃사이더의 사랑은 애절하게 이어진다. 점차 남은 생을 잃어하는 벤. 그리고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세라.
그러나 여자를 집에까지 끌어들인 벤에게 실망한 세라는 그에게 '나가라'고 소리친다. 이로 인해 벤은 다시 세라의 곁을 떠난다. 벤이 떠난 날 세라는 세 명의 고객에게 폭행을 당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다. 다시 벤을 찾아 헤매는 세라.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재회하지만 짧은 밤을 마지막으로 벤은 생을 마감한다.
* 감상평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주연 배우들의 명연기이다.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LA 비평가협회, 뉴욕 비평가협회, 전미 비평가협회, 산세바스찬 영화제, 보스턴 비평가협회의 남우 주연상을 휩쓸은 니콜라스 케이지와 LA 비평가협회, 전미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슈의 명연기. 특히 니콜라스 케이지는 '영혼을 울리는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고, [칵테일]에서 톰 크루즈, [빽 투 더 퓨처 2]에서 마이클 J 폭스의 예쁜 인형처럼만 느껴지던 엘리자베스 슈는 진정한 연기자로 발돋음했다.
뛰어난 영상미와 애절한 러브 스토리까지. 도저히 할리우드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잔잔하고 감동적이다. '우리는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단지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라는 세라의 마지막 대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끔 했다. 마이크 피기스와 스팅이 작곡한 애절한 영화 음악도 일품이었다.
1996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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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늘의 이야기
가끔 우울증이 저를 덮칠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고, 너무 지쳐 이대로 쓰로 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떠오르며 힘을 냅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1996년이 그랬습니다. 군 제대 후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해 시작한 새벽 시간대의 비디오방 아르바이트. 밤과 낮이 바뀌어 몸은 피곤했고, 밤새 일해서 한달에 50만원을 벌어도 대학 등록금을 채우기에 벅찼습니다. 게다가 새벽이면 비디오방을 찾는 취객들과 거리의 깡패들에게 매일 시달림을 받아야 했고요.
이렇게 고생해서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기껏 전문대를 졸업한 제가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을런지 막막했고, 아침 일찍부터 밤을 새워 일을 해도 언제나 돈에 쪼달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삶의 희망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본 영화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입니다. 희망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벤과 세라의 사랑. 그들의 사랑은 이 세상 그 누구의 사랑보다 아름답고 찬란했습니다. 벤에게 삶의 마지막에 찾아온 찬란한 사랑처럼... 저 역시 살다보면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제게 안겨준 영화인 것이죠.
지금은 다작 배우로 이 영화, 저 영화에서 마구잡이로 얼굴을 내미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였고, 엘리자베스 슈 역시 그녀 인생의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를 본 후 엘리자베스 슈를 한동안 좋아했는데 [세인트], [할로우 맨]의 흥행 실패이후 갑자기 B급 전문 배우로 추락한 듯 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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