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크 피기스
주연 : 리차드 기어, 앤디 가르시아, 월리엄 볼드윈
* 해설
최근 내가 새롭게 발견한 영화 감독이 바로 마이크 피기스이다. 물론 그가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최근 많은 호평을 받고 있지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이전 실패작 때문이다.
록스타 스팅이 출연한 스릴러 [폭풍의 월요일], 그리고 마이크 피기스가 가장 아낀다는 킴 노박 주연의 [리베스트럼], 리차드 기어, 레나 올린 주연의 [미스터 존스], 알버트 피니와 그레타 스타치의 [사랑의 학교] 등.
[폭풍의 월요일]로 조국 영국에서 받은 비웃음으로부터 [미스터 존스]에 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혹평에 이르기까지 고통과 실망감만 받아왔던 마이크 피기스.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오히려 '나는 한때 행위예술을 했었죠. 그때 혹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삭이는가에 대해 훈련이 되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혹평을 좋아해요. 그래서 사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성공 소식에 실망을 했죠.'라고 태연히 말하는 그가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약한 비디오 시장 사정으로 인해 내가 구해볼 수 있었던 영화는 [미스터 존스]와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 뿐이었다. 영화사의 지나친 간섭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트러블을 불러 일으켰던 [미스터 존스]는 그래서인지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은 경찰 내부의 비리에 초점을 맞춘 긴장감있고 활기찬 스릴러 영화로 미국내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귀여운 여인]의 섹시스타 리차드 기어의 악역과 [대부 3], [언터쳐블], [블랙 레인]의 핸섬가이 앤디 가르시아, 그리고 [분노의 역류], [슬리버], [페어 게임]의 월리엄 볼드윈의 깜짝 조연 연기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 줄거리
LA경찰 내부 조사과에 처음 부임한 레이몬드(앤디 가르시아)에게 처음으로 맡겨진 임무는 경찰 학교 동기였던 벤(월리엄 볼드윈)에 대한 조사였다. 마약 복용으로 인해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한 벤. 그를 조사하는 도중 레이몬드는 외근 전문 형사인 데니스 펙(리차드 기어)이 범죄조직과 연루되어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LA 경찰 중 가장 유능하다는 데니스에 대한 조사는 처음부터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특히 경찰이란 직분을 이용해 거리의 검은 돈을 받고 암흑 세계를 지켜주는 데니스의 능수능란한 주변 인물의 조정으로 인해 레이몬드는 오히려 조사에 손을 떼라는 국장의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포기하지 않고 데니스의 파트너인 벤에게 데니스에 대한 증언을 강요한다. 이 사실을 안 데니스는 교묘하게 벤을 제거한다. 그러나 이 현장을 목격한 자가 있었고 레이몬드는 그를 잡는데 수사력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역시 데니스가 선수를 쳤고 또다시 증인을 잃은 레이몬드는 데니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간다.
4명의 아내와 8명의 아이가 있는 데니스. 그는 식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레이몬드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다. 레이몬드의 아내를 이용 레이몬드에게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데니스. 레이몬드 역시 지지 않고 벤의 아내이며 데니스와 불륜 관계를 가져온 페니와 데니스의 아내를 협박한다. 결국 레이몬드의 동료 애미가 데니스에게 총격을 당하자 레이몬드의 증오심은 극에 달한다. 데니스가 자신의 집에 침입한 사실을 알게된 레이몬드는 데니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결국 데니스는 쓰러진다.
* 감상평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문제 재기가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경찰 내부 비리의 불가피성이라는 문제를 교묘하게 파고든 마이크 피기스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영화의 최대 고나건은 캐스팅에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라차드 기어가 악당이라니... 그래서 관객은 오히려 이 매력적인 악당에 매료되고 가족의 부양을 위해 부정을 저지른 그를 이해하게 된다.
그에 비해 앤디 가르시아의 캐릭터는 약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몬드의 무차별 총격에 쓰러지는데니스의 모습은 여운이 많이 남는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리차드 기어를 동료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며 동료를 죽이기까지 하는 극단적 악당으로 묘사한 것이 내가 느낀 이 영화의 불만이다. 데니스의 그런 악행이 꼭 필요했을까?
1996년 6월 3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마이크 피기스 감독... 이 영화를 본 후 곧바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봤답니다. 그 영화를 봣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리고 2년 후 [원 나잇 스탠드]를 봤는데 그 영화도 정말 걸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원 나잇 스탠드] 이후에 마이크 피기스의 영화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그가 연출한 영화 중에 국내에 개봉한 영화라고는 옴니버스 영화인 [텐 미니츠 : 첼로] 뿐이었으니까요.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도 참 미묘한 영화입니다. 1996년 영화를 볼 당시에는 잘 못 느낀 것 같지만 지금 이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하다보니 데니스와 레이몬드라는 캐릭터가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데니스는 그저 비리 경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는 레이몬드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점점 살인마가 되어 갑니다.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비리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이걸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는 것이죠.
레이몬드 역시 마찬가지인데 처음엔 정의감으로 데니스의 비리를 파헤치던 레이몬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를 처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 스스로 치밀한 범죄자가 됩니다. 범죄자를 처단하기 위해 스스로 범죄자가 되는 경찰이라니...
어쩌면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은 비리 경찰과 정의감 넘치는 경찰의 대결이라는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데니스와 레이몬드의 심리 변화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해서 묻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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