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모두들 아시겠지만 영화보기입니다.
그리고 영화보고 리뷰쓰기, 블로그 관리 등도 요즘 제가 푹 빠진 취미입니다.
이렇듯 제 취미는 상당히 정적입니다.
시원한(혹은 따뜻한) 극장에서 가만히 앉아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책상에 앉아 리뷰를 쓰거나, 블로그 관리를 합니다.
거의 움직이는 법이 없습니다.
한때 등산을 취미로 삼아 산에서 구피를 만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구피와 결혼 후 또다시 집안에 처박혀 이러고 있답니다.
그런 제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바다 낚시입니다.
처음엔 회사에서 단체로 쭈구미 낚시를 갔었는데 재미있길래 결국 저도 낚시계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회사에 낚시 동호회가 생기고 제가 동호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바다 낚시를 취미 삼은 것이 올해 초의 일이니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초보 낚시꾼인 셈입니다.
그런 초보 낚시꾼 주제에 어디에서 자신감은 솟아나는 것인지, 낚시를 갈 때마다 구피와 웅이에게 아이스박스에 고기를 가득 채우고 오겠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마치 전문 낚시꾼이라도 된 마냥 큰소리를 빵빵치는 제가 최근 들어서 계속 죽을 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지난 3월에 간 동해안 공현진항의 가자미 낚시였습니다.
구피에게 가자미 50마리를 잡아 오겠다고 큰 소리를 뻥뻥치고 갔던 가자미 낚시에서 저는 배멀미만 실컷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구피한테 친 큰 소리가 있어서 배멀미를 꾹 참고 낚시한 덕분에 임연수, 바다 숭어 등 50여 마리를 낚았지만 정작 가자미는 단 10마리 밖에 낚지 못해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파도가 쎈 동해안이었기에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속으로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3개월 후인 6월 9일 저는 이번엔 통영으로 오징어 낚시를 갔습니다.
역시 구피에겐 1년 동안 먹을 오징어를 잡아 오겠다고 큰 소리를 쳤죠.
하지만 결과는!!!
밤새 겨우 2마리 잡았습니다.
함께 간 직원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잠이나 자야 겠다고 선실로 들어갔지만 저는 눈에 불을 켜고 소주를 들이 마시며 '오징어야. 제발 잡혀라!'라고 애원한 끝에 잡은 것이 2마리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날도 저는 스스로 변명을 했습니다.
그날 오징어 낚시를 간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오징어를 거의 잡지 못했으니, 제가 오징어를 못 잡은 것은 실력 탓이 아닌 날짜를 잘못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더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지난 7월 14일에 홍원항의 광어 낚시 사건입니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 광어 낚시.
그날 출발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저희 팀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광어를 낚아 올린 것입니다.
그리고 몇 분 후에는 큼지막한 노래미까지 잡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 것입니다.
몇 십년을 낚시만 하신 저희 사장님과 이사님, 그리고 부장님까지 '오늘 일 내겠네'라며 부러운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상황.
이쯤되니 제 코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오전 내내 제가 잡은 것은 시작하자마자 잡은 광어 한마리와 노래미 한마리가 전부였습니다.
다른 분들의 낚시에 서서히 광어 입질이 오는 와중에도 제 낚시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말 몇 시간만에 잡은 우럭은 제 실수로 바다에 놓치고나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막 욕이 튀어 나오려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포자기 상태.
마음 속으로 '제발 광어 한마리만 더 잡게 해주세요.'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결과는 마지막 순간 조그마한 광어 한마리(위의 사진) 더 낚으며 그날의 낚시를 마쳤습니다.
가자미 낚시, 오징어 낚시를 거쳐 광어 낚시까지 공치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너무 자만했구나.
이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내주는 생명체를 없거늘...
내가 바다 속의 고기들을 너무 우습게 봤구나.
이제 10월에 쭈구미 낚시를 가기로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쭈구미 100마리 잡아 오겠다고 큰 소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쭈구미는 목숨을 걸고 낚시꾼과 싸우는 것인데... 그런 쭈구미를 향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것이겠죠?
바다는 저를 이렇게 겸손하게 만들어줍니다.
'그외이야기들 > 특별한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헌 : 월드스타가 된 남자 - '이병헌의 토크 콘서트' (0) | 2012.09.10 |
---|---|
나의 휴가 첫 날을 장식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보고회 (0) | 2012.08.16 |
어린이날... 고양시 세계꽃 박람회에 다녀오다. (0) | 2012.05.09 |
황사바람도 막지 못한 헤이리 마을의 추억 (0) | 2012.04.09 |
8시간 동안 바이킹을 탄 기분... 가자미 낚시에 다녀오다. (0) | 201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