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감기 기운으로 골골한 제게 저희 회사 직원이 '주말에 뭘 했길래 이렇게 폐인이 되었어요?'라고 붇더군요.
그러게요. 주말에 푹 쉬고 월요일에는 활기찬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토요일(3월 31일)에 가족과 함께 놀러간 파주의 헤이리 마을에서 황사 바람을 한참동안 맞으며 돌아다녔더니 이렇게 폐인이 되어 버렸답니다.
그 덕분에 지난 주 내내 극장 가는 것도 최소한으로 줄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만큼은 놓치지 않았지만...) 집과 회사만 오고가며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이쯤되면 '에잇! 헤이리 마을은 괜히 가서...'라고 투덜거려야 하지만, 오히려 저는 '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황사바람도 막지 못한 헤이리 마을에서의 추억...
그 추억의 사진첩을 지금 펼쳐 보겠습니다.
헤이리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저희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놀랍게도 가수 김장훈이었습니다. 그날 김장훈은 헤이리 마을에서 '희망드림컨서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뜻밖의 반가운 얼굴을 본 저는 구피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콘서트장으로 달려가 함께 즐겼지만, 웅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른 곳에 가자고 조르더군요.
결국 구피는 남아서 콘서트도 즐기고 바자회 구경도 하는 동안 저는 웅이를 데리고 '어린이 토이 박물관'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웅이야. 김장훈 아저씨... 굉장히 유명한 아저씨인데... 너 때문에 콘서트 구경 못했잖아! T-T"
제가 웅이와 '어린이 토이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사이 가수 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알리의 가창력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 그래도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알리 다음 게스트는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서 '이뻐~'를 외치는 개그맨 조지훈입니다. 어쩐지 멀리서도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흑~
김장훈은 콘서트 이후에 바자회장에 와서 한동안 바자회 옷들을 둘러보았다고 합니다. 구피가 바로 자신의 코앞에 김장훈이 서있었다며 좋아하더군요. 헤이리 마을에서 얻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피규어를 사랑하는 것은 남자라면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린이 토이 박물관'에 들어간 저와 웅이는 '우와!' 탄성을 지르며 한참 동안 전시되어 있는 피규어들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그런 저와 웅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구피.
나도 피규어를 열심히 모아서 이렇게 전시하고 싶다고 했더니 구피는 그러려면 돈 많이 벌어와야 겠다고 하네요. '고뤠? 그럼 난 안되겠다.'
누가 길치 가족 아니랄까봐... 헤이리 마을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간 곳이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었습니다. 세계의 신기한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그곳은 흙속의 진주와도 같은 곳이었는데... 너무 좋았던 것은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도 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물관 관장님의 친절한 설명도 GOOD!!! 이런 것이 바로 산교육이죠. ^^
저희 가족의 마지막 행선지는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입니다. 사실 저는 출발 이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사진을 본 후 헤이리 마을에 가면 꼭 여길 가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만큼은 봐야한다고 우긴 끝에 이렇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인상적인 것은 옛날 물건을 전시한 것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옛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점입니다. 그곳을 거닐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여년 전으로 간 묘한 느낌이... 웅이에게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었데.'라고 설명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저희 세대 이전의 풍경이라서... 나중에 저희 어머니, 장모님, 장인어른을 모시고 오면 그 분들께 좋은 추억을 안겨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헤이리 마을을 다녀간 이후 저와 웅이는 감기 몸살에 걸려 한동안 고생을 했지만 그까짓 감기 쯤은 아무 것도 아니죠. 이 소중한 추억을 위해서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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